[스포티비뉴스=고척, 신원철 기자] 한국에서 역사상 처음 열린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투수와 타자로 처음 만났다. 결과는 1승 1패. 다르빗슈가 땅볼 유도로 먼저 이겼고, 오타니가 안타로 반격했다. 다르빗슈가 72구만 던지고 교체되면서 ‘삼세판’은 없었다. 경기에서는 오타니의 다저스가 먼저 웃었다.
다르빗슈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LA 다저스와 개막전에 선발 등판했다. 3회 볼넷이 연달아 나오면서 투구 수가 늘어났고 결국 5이닝을 채우지 못한 채 4회 2사에서 교체됐다. 3⅔이닝 2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이다.
이 과정에서 오타니와 두 번 승부했다. 일본 언론이 ‘역대 최초의 맞대결’로 주목했던 닛폰햄 파이터즈 선후배의 첫 승부는 1승 1패로 마무리됐다.
두 사람의 첫 맞대결은 1회 무사 1루에서 이뤄졌다. 다르빗슈는 볼카운트 2-1 불리한 상황에서 바깥쪽 스플리터를 던져 땅볼 유도에 성공했다. 유격수 김하성이 타구를 잡아 2루수 보가츠에게 연결했다. 병살타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득점권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첫 번째 맞대결은 이렇게 다르빗슈의 승리.
3회에는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이번에는 오타니가 웃었다. 볼카운트 2-2에서 다르빗슈의 높은 싱커를 놓치지 않고 우익수 앞으로 보냈다. 타구속도 112.3마일 (약 180.7㎞)의 아주 빠른 타구가 나왔다. 오타니는 2루 도루까지 해낸 뒤 김하성에게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했다.
오타니는 이 안타로 스페셜게임부터 이어진 고척돔 부진을 털어냈다. 오타니는 앞서 17일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서는 메이저리그에서부터 약했던 ‘천적’ 아리엘 후라도를 다시 만나 2타수 2삼진을 당했다. 후라도는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이던 2018년과 2019년 오타니 소속팀 LA 에인절스를 4차례 상대했다. 이 과정에서 오타니를 11타수 2안타 3삼진으로 제압했다.
18일 팀 코리아와 경기에서는 KBO 투수들이 오타니를 3타수 무안타로 잠재웠다. 1회 첫 타석에서 곽빈이 3루수 파울플라이를 유도했다. 3회에는 이의리가 좌익수 뜬공으로 오타니를 잡았다. 4회에는 오원석이 2루수 땅볼 유도에 성공했다. 이렇게 오타니는 한국에서 치른 첫 2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 2삼진에 머물렀다. 애리조나 시범경기에서 무려 22타수 11안타 타율 0.500에 OPS 1.486을 기록했던 상승세가 한국 도착과 함께 식어버렸다.
다르빗슈를 상대로 안타를 하나 뽑아낸 오타니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다시 안타를 추가했다. 5회 무사 1루에서는 타일러 웨이드의 호수비에 안타 하나를 빼앗겼다. 7회에는 빗맞은 땅볼이 내야안타가 될 뻔했지만 투수 완디 페랄타가 균형을 잃은 상태에서도 정확하게 1루에 송구해 오타니를 잡았다. 마지막 다섯 번째 타석에서는 8회 3점 차로 달아나는 적시타를 치면서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최종 성적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다저스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르빗슈는 시범경기에 3번 등판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89로 순항했다. 9⅓이닝 동안 안타 9개를 내줬지만 볼넷은 하나 뿐이었고 탈삼진은 10개나 기록했다. 단 한국에서 열리는 개막전에 참가하느라 ‘빌드업’ 과정에 있었다. 지난달 28일 캔자스시티전 2이닝, 이달 4일 시애틀전 3⅓이닝, 12일 시애틀전 4이닝으로 아직 5이닝을 넘기지 못한 상태로 한국에 들어왔다.
마이크 실트 감독은 경기 전 다르빗슈의 예상 투구 수에 대해 “경기 상황을 보겠다”며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다르빗슈는 4회를 채우기 전에 70구를 넘겼고 결국 승리 요건과 거리가 있는 상태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다르빗슈는 오타니와 첫 맞대결에 대해 “(오타니와는)여러 대회에서 같이 뛰기도 했다며 “이제 적이 돼 대결한다. 사적인 감정 없이 열심히 공을 던지겠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다르빗슈는)어릴 때부터 동경하던 투수였다. 지난해 WBC에서 함께 뛸 기회가 있었지만 그동안 맞대결 기회는 없었다. 만나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에서는 다저스가 5-2로 역전승했다. 1-2로 끌려가던 8회 대거 4점을 뽑아 경기를 뒤집었다. 맥스 먼시의 볼넷과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중전안타, 제임스 아웃맨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가 됐다. 키케 에르난데스의 잘 맞은 타구가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이어져 2-2 동점이 됐다.
개빈 럭스 타석에서는 샌디에이고 1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의 글러브가 뚫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1루수 실책에 2루에 있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득점했다. 이어 무키 베츠와 오타니 쇼헤이의 연속 적시타가 터지면서 다저스가 점수 차를 점점 벌려나갔다.
경기 후 다르빗슈는 “강한 타구를 쳐서 ‘역시(오타니)’라는 생각을 했다. 안타를 맞고 나서는 웃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한국식 응원에 대해서는 “일본 야구 응원과 비슷한데 달랐다. 값진 경험을 해서 굉장히 즐거웠다”고 얘기했다. 서울 시리즈를 경험한 소감으로는 “시차나 처음 오는 나라 같은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즐길 수 있었다. 끈질기게 경기를 풀어나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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