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한국에서 최초로 열린 MLB 정규시즌 개막전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경기. 2회 말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첫 타석에 등장하자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가득 채운 팬들의 환호성이 커졌다. 고척돔은 김하성의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이다. 김하성은 헬멧을 벗고 양팔을 번쩍 들며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이 장면은 경기 주심을 맡은 랜스 박스데일 심판위원의 세심한 배려로 가능했다. 중계 화면을 보면, 박스데일 주심은 김하성이 타석에 들어서자 마스크를 벗고 홈플레이트의 먼지를 털기 시작했다. 김하성이 타격 준비를 위한 시간제한인 피치 클록에 신경 쓰지 않고 인사할 수 있도록, 깨끗한 홈플레이트의 모래를 털어내는 동작을 한 것이다. 주심이 움직이는 건 경기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주심이 움직일 땐 피치클록도 작동하지 않는다.
김하성은 팬들에게 인사를 마친 뒤 주심을 향해 고마움을 전하는 듯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려 보였다. 김하성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경기하는 거라 심판께서 배려해 주신 것”이라며 “덕분에 팬들께 인사하고 타석에 설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중계진 역시 박스데일 주심의 배려를 언급했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홈플레이트 깨끗하다. 시간을 끌어주기 위해 일부러 쓸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설을 맡은 전 메이저리거 투수 김선우도 “이게 바로 메이저리그 클래스”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개막전 경기에서 피치 클록 위반은 총 네 차례 나왔다. 1회부터 다르빗슈 유(38·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LA 다저스 첫 타자 무키 베츠(32)와 상대하다가, 3볼 1스트라이크에서 피치 클록 규정을 못 지켰다. 베츠는 자동으로 볼 1개를 얻어 볼넷으로 출루했다.
피치 클록은 지난해 MLB에 도입됐다. 투수의 투구 간격을 엄밀하게 계측하는 제도로, 작년 기준으로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15초, 주자가 있을 때 20초 안에 공을 던져야 했다. 올해는 규정이 더 엄격해져, 투수는 주자가 있을 때 18초 이내에 공을 던져야 한다. 주자가 없을 땐 15초로 작년과 규정이 같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