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몸이 굳었었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메이저리그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맞대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1타점 1도루를 기록, 다저스의 역사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 겨울부터 20일 서울시리즈 개막전까지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메이저리거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오타니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까닭에 2024시즌은 ‘이도류’로 활약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타니는 10년 7억 달러(약 9384억원)이라는 잭팟 계약을 통해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엄청난 규모의 계약을 맺은 만큼 오타니를 향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서울시리즈 참가를 앞두고 결혼을 발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 직전에는 아내의 얼굴까지 공개하면서, 오타니는 늘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번 서울시리즈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정규시즌 첫 타석에 들어서는 오타니의 모습을 보기 위해 고척돔을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개막전 티켓은 단 8분 만에 매진사례를 이룰 정도였다.
그런데 서울시리즈 개막을 앞두고 진행된 ‘스페셜게임’에서 오타니의 모습은 사실 기대 이하였다. 오타니는 지난 17일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맞대결에서는 메이저리거 시절 때부터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던 아리엘 후라도를 상대로 2삼진을 당하며 침묵했다. 그리고 18일 팀 코리아와 맞대결에서도 뜬공 2개와 땅볼 1개로 고개를 숙였다. 시범경기에서 무려 타율 0.500을 기록하고 있던 모습과는 달라 보였다. 하지만 오타니는 역시 실전에 강했다.
오타니는 20일 열린 서울시리즈 개막전의 첫 번째 타석에서는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를 상대로 2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좋지 않은 흐름이 이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두 번째 타석에서 오타니는 다르빗슈의 5구째 하이 패스트볼에 방망이를 내밀었고, 우익수 앞으로 향하는 첫 안타를 신고했다. 타구속도는 무려 112.3마일(약 180.7km). 그리고 오타니는 내친김에 2루 베이스까지 훔치며, 시즌 첫 번째 도루까지 만들어냈다.
이후 세네 번째 타석에서 모두 땅볼로 물러났던 오타니는 경기 막판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4-2로 역전에 성공한 8회초 1사 1, 2루에서 샌디에이고의 바뀐 투수 아드리안 모레혼의 초구 98.3마일(약 158.2km)의 빠른 볼을 밀어쳐 좌익수 방면에 안타를 뽑아냈다. 그리고 이 타구에 2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승리에 쐐기를 박는 적시타로 연결됐고, 다저스는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으며 한국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첫 승리를 수확했다.
정규시즌이 시작됨과 동시에 멀티히트를 터뜨린 오타니, 스페셜게임 기간 동안에는 왜 그토록 부진했던 것일까. 경기 후 일본 취재진과 만난 오타니는 “몸이 굳었었다. 자세부터 조금 불편함이 있었다. 이 때문에 기존의 모습에서 조금 벗어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제(19일) 케어하고 리셋도 한 결과 오늘은 좋았다. 그리고 투수에 비해 타자는 긴장을 덜 하는 편이라서 편하게 임했다”며 “끝까지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고 역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활짝 웃었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타자들은 한 번의 스윙으로 감을 찾기도 한다. 오타니가 우측으로 큰 파울을 쳤을 때 스윙은 굉장히 좋았다. 거기서 감을 찾았고, 우익수 방면에 라인드라이브로 안타를 쳤다. 그리고 경기 후반에도 결정적인 안타를 쳐냈다.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날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은 바로 다르빗슈와의 맞대결. 빅리그에서 7시즌을 뛰었지만, 다르빗슈와 단 한 번도 맞붙은 경험이 없었던 까닭이다. 결과적으로 오타니가 2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됐다. 오타니는 “모자를 벗고 인사라도 하고 싶었는데, 피치클락 때문에 시간이 없었다. 볼이 너무 좋았다. 1구 1구, 기합이 잘 들어갔던 것 같다. 정말 멋진 공도 있었다. 두 타석 모두 2스트라이크로 몰려서 힘들었지만, 안타를 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타니는 멀티히트를 터뜨린 것도 만족했지만, 9이닝까지 풀타임 경기를 치른 것을 가장 기뻐했다. 그만큼 팔꿈치 수술에서 잘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인 까닭이다. 오타니는 “오늘 경기에 끝까지 나갔던 것은 수술 후의 경과가 그만큼 좋다는 것이다. 이런 스타트를 끊은 것이 가장 좋았다”면서 ‘누의 공과’ 실수를 범한 것에 대해 “완전히 내 실수였다.(웃음) 나름대로 2루 베이스를 넘지 않았고 베이스를 밟은 후 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베이스를 넘었다고 하더라.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다저스는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고, 이제는 2연승에 도전한다. 21일 경기의 선발은 이번 겨울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357억원)의 계약을 맺은 야마모토 요시노부. 오타니는 “특별한 말은 해주지 않았다. 야마모토도 긴장하지 않는 타입인 것 같다. 때문에 편하게 던지지 않을까. 일단 오늘 이겼기 때문에 내일은 더 편하게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대한 빨리 점수를 지원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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