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프로 선수…특수한 상황 고려하지 않고 실력으로 붙어야”
(서울=연합뉴스) 유지호 하남직 기자 = 고우석(25)은 미국프로야구 진출 첫해 시작은 메이저리그(MLB)가 아닌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시작한다.
기대했던 서울시리즈 개막 2연전에도 등판하지 못한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2024년 MLB 개막전을 치르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라커룸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고우석은 “어제(19일) 서울시리즈 로스터에서 빠졌다는 말을 들었다”며 “마이크 실트 감독이 ‘(트리플A에서) 준비 잘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고우석의 표정은 어두웠다.
샌디에이고는 20일 오전 서울시리즈 로스터 26명을 발표했다. 오른손 불펜 고우석의 이름은 빠졌다.
샌디에이고는 선수 31명을 전세기에 태우고 15일 서울에 도착했다.
고우석은 16일부터 19일까지 훈련과 두 차례의 평가전을 거쳐 결정된 개막전 로스터 26명에 들지 못했다.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을 마이너리그 트리플A 엘패소 치와와스로 내려보낸다”고 밝혔다.
2017년 한국프로야구 LG 트윈스에 1차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한 고우석은 올해 1월 4일 샌디에이고와 2+1년, 최대 940만달러에 계약했다.
계약서에 ‘2025년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을 포함했지만, 올 시즌에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고우석은 MLB 시범경기에서 5경기 평균자책점 12.46(4⅓이닝 8피안타 6실점)으로 고전했고, 18일 고척돔에서 열린 ‘전 소속팀’ LG와 평가전에서 1이닝 동안 투런 홈런 포함 2안타를 맞고 2실점 했다.
샌디에이고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필요가 있는 고우석을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게 했다.
고우석도 서울시리즈 로스터 탈락을 예감하고 있었다.
고우석은 “마이너리그에서 시즌 개막을 맞이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마이너리그에서 생활할 각오도 했다”며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되려면 더 좋은 투수가 돼야 한다는 마음은 지금도 가지고 있다. (빅리그 진입을 위해) 계속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고우석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한다.
루벤 니에블라 샌디에이고 투수 코치는 “고우석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한다”며 “짧은 기간에 한국과 미국을 오가느라 다른 선수에 비해 훈련 시간이 짧았고, MLB 공인구에 적응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단년 계약을 한 선수가 아니니까 인내심을 가지고 준비하면 된다”고 말했다.
니에블라 코치는 고우석이 계약과 신체검사를 위해 1월에 한국과 미국을 오가고, 2월에 스프링캠프 합류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해 3월 다시 서울 시리즈 출전을 위해 한국으로 오는 등 단기간에 자주 장거리 비행을 한 것을 고우석의 시범경기 부진의 이유로 꼽았다.
고우석에게 힘이 될법한 말이지만, 그는 현실을 더 냉정하게 파악하고서 다시 각오를 다졌다.
고우석은 “모두에게 각자의 사정이 있다. 다른 마이너리그 선수들도 빅리그에 진입하고자 노력한다”며 “나도 프로 선수다. 확실하게 내 실력으로 붙어야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많은 한국 팬이 빅리그에서 등판하는 모습을 보길 기대한다”는 덕담에 고우석은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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