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농구’ 주제로 팟캐스트 시작…”NBA는 전부 콘텐츠”
“우리는 선후배 문화·환경 탓 어려워…폐쇄적으로 가지 않길”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미국프로농구(NBA) 최고의 스타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가 ‘농구’만 주제로 대화하는 팟캐스트를 시작한다.
19일(현지시간)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제임스는 NBA 선수 출신 방송인 JJ 레딕과 손잡고 매주 45분에서 1시간 분량의 팟캐스트인 ‘마인드 더 게임’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미 두 회차 분량을 녹음한 상태다.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슈터로 뛴 레딕은 “스포츠와 관련해 자유로운 대화를 나눌 것”이라며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농구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역시 “스포츠 미디어 혁신을 위해 우리가 해온 작업이 자랑스럽다”며 “난 농구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제임스처럼 최근 일부 NBA 선수는 팟캐스트를 통해 팬들과 직접 소통한다.
로스앤젤레스(LA) 클리퍼스의 스타 포워드 폴 조지가 ‘팟캐스트 P’를 운영하고 있다. 코트에서 경쟁하는 NBA 선수들이 출연해 조지와 함께 리그를 둘러싼 각종 이슈를 논의한다.
각종 가십을 공유하거나 팬들에게 의례적인 감사 인사를 전하는 일 없이 NBA와 농구를 주제로 각자 생각을 자유롭게 푼다.
조지는 유튜브로도 각 회차를 공개한다. 현재 구독자는 68만명 정도다.
이 부문에 가장 열정을 쏟는 선수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핵심 자원인 드레이먼드 그린이다.
‘더 드레이먼드 그린 쇼’를 운영하는 그린은 팟캐스트 활동을 둘러싸고 NBA 안팎에서 논쟁도 불러일으켰다.
그린은 단순히 농구와 관련한 주제를 논의하는 일을 넘어서 팟캐스트를 통해 골든스테이트나 상대 팀의 경기 내용을 일일이 따지고 분석한다. 승패와 무관하게 자체 해설을 내놓기도 한다.
2021-2022시즌에는 보스턴 셀틱스와 챔피언결정전 도중에도 팟캐스트 활동에 열중했다.
디트로이트 피스턴스의 ‘전설’ 아이재아 토머스 등 NBA의 선배들은 챔프전 당시 그린이 부진한 이유가 팟캐스트 때문이라며 외부 활동을 내려놓고 경기에 집중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린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농구만큼이나 진지하게 팟캐스트에 임한다”며 팟캐스트를 기다리는 농구팬들을 생각하면 중단할 수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손대범 KBS 해설위원은 이런 흐름이 NBA 선수들이 농구라는 경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들에게 농구는 단순한 운동 종목이 아니라, 거대한 콘텐츠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NBA에서는 선수들까지도 농구가 전통적인 ‘코트 위 경쟁’뿐 아니라 미디어와 팬 등 수용자를 포괄하는 광범한 사업임을 체화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손 해설위원은 “이런 게 KBL에도 많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 구단들도 PD가 붙어서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지만 인위적으로 만든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게 더 와닿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측면에서 (KBL) 팬들이 목말라하는 부분이 있다. 선수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만큼 기자회견이나 구단을 통해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며 “KBL에도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개인 미디어를 운영하는 우리나라 선수들도 있긴 있다. 창원 LG의 이관희, 고양 소노의 김진용이다.
그러나 이들의 채널에서도 각 팀의 전술, 전력 평가, 선수 분석 등 농구와 관련된 콘텐츠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이마저도 시즌이 시작되면 콘텐츠가 잘 업로드되지 않는다.
손 해설위원은 “우리 구단은 내부 이야기가 밖에 도는 걸 싫어한다. 선후배 문화도 강하다”면서 “반면 NBA 담당자에 알아보니 ‘NBA는 모든 게 콘텐츠’라는 답변을 받았다. 미디어의 비판도 자체 콘텐츠로 본다고 한다”고 말했다.
2022년 은퇴한 정영삼 SPOTV 해설위원은 “우리나라 선수가 개인 방송을 한다고 하면 구단 안팎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온다.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전술적인 부분은 코칭스태프의 역할이라 생각해 언급하기 어렵다”며 “자유롭게 털어놓기에는 선후배 문화도 참 쉽지 않다. 문화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자기 PR이 중요해지는 시대다. 스무살이 넘는 성인들이니 존중해줄 부분을 존중해줘야 한다”며 “폐쇄적으로 가지 않아야 한다. 최근 후배들 성향을 보면 조만간 한국 농구에도 개방적 문화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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