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천명하며 2023-2024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을 벼른 샌프란시스코가 마지막 퍼즐까지 맞췄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이자 통산 두 차례 사이영상 수상에 빛나는 좌완 블레이크 스넬(32)을 영입해 선발 로테이션을 보강했다. 비록 오프시즌의 주인공 자리는 지구 최대 라이벌인 LA 다저스에 내줬지만, 샌프란시스코도 섭섭하지 않은 전력 보강으로 올해 지구 우승 및 포스트시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뉴욕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이자 메이저리그 대표 소식통 중 하나인 존 헤이먼은 19일(한국시간) 스넬이 샌프란시스코와 2년 총액 6200만 달러(약 829억 원)에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현지 언론들도 이를 확인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스넬은 2년간 6200만 달러를 받고, 대신 2024년 시즌이 끝나면 옵트아웃(잔여 계약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획득)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올해 시즌을 잘 치른 뒤 내년 다시 FA 시장에 나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각오다.
현지 언론들은 즉시 스넬의 계약 소식을 속보로 전달하며 비상한 관심을 드러냈다. 시범경기가 시작되고, 메이저리그 개막이 일주일 정도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아직 미계약 신분이었던 스넬이 샌프란시스코의 손을 잡은 것은 시즌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요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특히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타일러 글래스나우,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등 특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오프시즌 승자로 떠오른 LA 다저스의 지구 대항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야후스포츠’는 19일 ‘보도에 따르면 사이영상 2회 수상자인 스넬은 6200만 달러에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을 하며 샌디에이고에서의 세 시즌, 그리고 길고 불확실한 오프시즌을 마쳤다’면서 ‘보도에 따르면 스넬은 한 시즌이 끝난 뒤 옵트아웃 권한이 있다. 이 계약은 정규시즌 개막 전 열흘 전에 이뤄졌으며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함께 고됐던 스넬의 FA 활동을 마무리하는 계약이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휴스턴 애스트로스, 뉴욕 양키스, LA 에인절스가 스넬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결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이어 ‘야후스포츠’는 ‘31세의 스넬은 그의 두 번째 사이영상 수상을 확보한 지난해 부활의 캠페인을 펼쳤다. 그는 2023년 180이닝을 투구하며 234개의 삼진과 함께 1.189의 이닝당출루허용수(WHIP)와 내셔널리그 최고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했다. 9이닝당 허용한 5.9개의 안타 또한 내셔널리그 최고였다’면서 ‘스넬은 플러스 구종인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아내고 90마일 후반대의 하이 패스트볼까지 고정된 포피치를 가지고 있다. 그의 높은 삼진 비율은 그가 지난해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많은 99개의 볼넷을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도왔다’고 평가했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자이언츠에 스넬이 합류한 것은 라이벌인 LA 다저스의 돈 풀기에 직면하여 더 위험해진 지구에 필요한 인재 투입을 의미한다’면서 ‘스넬은 지난 8시즌 동안 야구계 최고의 왼손 선발 투수 중 하나다. 그는 양대 리그에서 모두 사이영상을 수상한 메이저리그 역사상 7명의 투수 중 하나이기도 하다. 통산 평균자책점 3.20, 평균자책점 타이틀 2회,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하고 있다. 최소 30경기 이상 선발로 나선 좌완 투수 중 스넬의 9이닝당 탈삼진 개수(11.1개)보다 많은 선수는 없다. 그리고 스넬보다 낮은 통산 피안타율(.214)을 가진 유일한 30경기 이상 선발 등판 좌완 투수는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0.209) 뿐이다’고 스넬의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는 ‘지난해 스넬은 첫 힘든 한 달에도 불구하고 180이닝에 거쳐 메이저리그 최고 평균자책점인 2.25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그는 상대 타자들의 31.5%를 삼진으로 잡았는데 이는 1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스펜서 스트라이더(애틀랜타), 타일러 글래스나우(LA 다저스)만이 기록한 수치다. 상대 선수들은 스넬을 상대로 64.2%의 콘택트 비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는 스트라이더의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인 64.3%와 근소한 차이’라고 스넬의 탁월한 구위를 설명했다.
이어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는 ‘결과적으로 스넬은 그의 경력 중 두 번째 사이영상까지 순항했다. 그는 30명의 투표인단 중 28명에게 1위 표를 받았다. 그는 5년 전 31번의 선발 등판에서 1.89라는 최고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그는 맥스 슈어저, 클레이튼 커쇼, 저스틴 벌랜더, 제이콥 디그롬에 이어 현역 투수로는 복수 사이영상을 수상한 그룹에 합류했다’고 그의 경력을 짚었다.
◆ 2억 달러는 신기루였다… 꼬인 오프시즌, 결국 2년 단기 계약에 만족
스넬은 이번 오프시즌 선발 최대어 중 하나로 뽑혔다. 우완에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가 있었다면, 좌완은 스넬이었다. 당초 스넬은 총액 2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노리고 있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비교대상 중 하나였던 야마모토가 다저스와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 종전 게릿 콜(뉴욕 양키스)이 가지고 있던 메이저리그 투수 역대 최고 금액을 경신하자 스넬의 기대치가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스넬 측은 일찌감치 시범경기가 시작된 이후까지 계약을 기다릴 수 있다면서 장기전을 불사했다.
사실 시장 상황에 따라 후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경력이기는 했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탬파베이의 1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한 스넬은 무난한 마이너리그 테스트를 거쳐 2016년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2016년 6승8패 평균자책점 3.54, 2017년 24경기에서 5승7패 평균자책점 4.04를 기록하며 적응기를 거친 스넬은 2018년 31경기에서 180⅔이닝을 던지며 21승5패 평균자책점 1.89를 기록해 데뷔 후 첫 사이영상 수상에 성공했다. 당시 다승과 평균자책점 모두 1위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200이닝이 사이영상 도전의 최소 기준으로 뽑혔는데, 스넬은 180이닝 정도를 던지고도 사이영상 수상에 성공해 불펜의 비중이 더 확대된 메이저리그 트렌드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넬은 2019년 시즌을 앞두고 탬파베이와 5년 총액 5000만 달러에 연장 계약을 했고, 2020년 시즌이 끝난 뒤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됐다. 샌디에이고는 당시 ‘타도 다저스’를 외치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대권에 대한 욕심을 유감없이 드러냈고 광폭적인 전력 보강을 할 때였다. 스넬은 그런 팀 로테이션을 이끌 선수로 큰 기대를 모았다. 샌디에이고에서의 경력은 부침이 있었다. 2021년은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27경기에서 7승6패 평균자책점 4.20에 그쳤다. 부상도 있었다. 2022년은 24경기에서 8승10패 평균자책점 3.38로 성적이 나아지기는 했으나 역시 128이닝 소화에 그치며 내구성과 제구 문제에 심각한 의문점이 깃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32경기에서 180이닝을 멀쩡하게 던지며 14승9패 평균자책점 2.25로 양대리그 사이영상 수상이라는 보기 쉽지 않은 대업을 쌓았다. 스넬의 볼넷 문제는 여전했지만 위기 상황에서 워낙 강력한 탈삼진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패스트볼-슬라이더 콤보는 알고도 못 치는 조합이었다. 스넬은 그런 화려한 경력을 허리에 두른 채 메이저리그 FA 시장에 나왔다.
그런데 시장 반응이 예상보다 호의적이지 않았다. 스넬의 능력은 다들 인정하지만, 시장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LA 다저스처럼 어마어마한 투자를 한 팀도 있었으나 실제로는 자금 사정이 어려워 아예 지갑을 닫은 팀들이 훨씬 더 많았다. 메이저리그 여러 구단의 중계권을 보유한 다이아몬드 스포츠 그룹의 파산으로 메이저리그 전반적으로 현금이 돌지 않은 탓도 있었고, 볼넷 불안이라는 폭탄을 가진 스넬의 가치를 2억 달러 이상으로 보지 않은 굳간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스넬은 시범경기가 시작된 뒤에도 계약을 하지 못하고 미아가 됐다. 언젠가는 어떤 팀과 계약을 할 선수지만, 자신의 고집을 꺾을지가 관건이었다. 원 소속팀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자금 문제로 스넬 영입전에서 철수한 가운데, 스넬은 최근 LA 에인절스와 지속적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또한 게릿 콜이 팔꿈치 부상으로 한 달 가량 결장하는 악재를 맞이한 뉴욕 양키스설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 최종 행선지는 가장 강력하게, 또 꾸준하게 거론됐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였다.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야구부문 사장은 최근까지만 해도 스넬 영입에 애매모호한 답변을 남겼다. 자이디 단장은 시범경기가 시작될 당시 “지금 상황이라면 보유하고 있는 자원에 집중하는 게 더 현명하다”는 공식 발표를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3루수와 선발을 보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지 않았고, 자이디 사장은 결국 올스타 3루수 맷 채프먼과 3년 계약을 한 것에 이어 스넬까지 2년 계약하며 뜻을 이뤘다. 원래는 이보다 더 비싼 선수들이라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시장 상황이 구단에 유리해지면서 단기 계약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게 변심의 결정적인 이유로 손꼽힌다. 어쨌든 샌프란시스코는 당장 팀 로테이션을 이끌고 갈 수 있는 특급 에이스를 손에 넣었다. 시범경기 등판이 없어 개막을 대기할 컨디션이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4월 중으로는 정상화 가능성이 높아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비록 스넬은 스프링트레이닝의 마지막 주를 제외하고 모두 결장할 것이지만, 그의 운동에 정통한 소식통은 그가 자이언츠 로테이션에서 시즌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면서 ‘스넬은 화요일 신체 검사 직후 사이드 세션(불펜 피칭)을 가질 예정이며 이번 주말 시범 경기에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스넬은 지난 토요일 4이닝 동안 63개의 공을 던졌고 이달 들어 보라스 스포츠 피트니스 센터에서 세 차례 라이브피칭을 했다’면서 스넬의 빠른 정상화에 기대를 걸었다.
◆ 이정후부터 스넬까지, SF 광폭 전력 보강… 특급 선발 로테이션 보유할까
샌프란시스코는 최우선 타깃이었던 오타니나 야마모토를 영입하지는 못했다. 특히 야마모토와는 구체적인 논의까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저스에 뺏기면서 패배를 맛봤다. 하지만 이번 오프시즌 팀 전력을 강화하겠다는 기존의 목표는 상당 부분 달성한 채 오프시즌을 떠나게 됐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오프시즌에서 이정후를 시작으로 스넬까지 팀 전력에 도움이 될 만한 여러 선수들을 영입하며 전력을 살찌웠다. 지난해 팀 승률이 5할 미만으로 떨어지며 게이브 케플러 감독이 경질되는 소동을 겪은 샌프란시스코는 메이저리그에서만 1000승 이상을 한 베테랑 명장 밥 멜빈 감독을 영입하며 현재의 성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는데 화끈한 전력 보강으로 이를 뒷받침한 것이다.
현재까지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포스팅 금액 제외), 백업 포수인 톰 머피와 2년 825만 달러, 선발 전환을 노리는 파이어볼러 조던 힉스와 4년 총액 4400만 달러, 30홈런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우타 빅뱃 호르헤 솔레어와 3년 4200만 달러, 올스타 3루수이자 메이저리그 최고 수비수 중 하나인 맷 채프먼과 3년 5400만 달러, 그리고 스넬과 2년 6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이 6명의 선수에게 투자한 금액만 총액 기준 3억2325만 달러(약 4324억 원)에 이른다.
이 선수들은 팀의 부족했던 점을 요소요소에서 잘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머피는 백업 포수 혹은 주전 경쟁을 벌이는 포수로서의 기대치가 있다. 힉스는 선발 전환을 노리면서도, 혹시 그렇지 않을 때는 100마일의 강속구를 앞세워 불펜에서도 공헌할 수 있는 선수다. 선발 쪽에 건 인센티브가 제법 돼 불펜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금전적인 손해가 아주 크지는 않다.
지난해 팀의 약점이었던 공격력도 많이 보강됐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팀 공격 생산성이 내셔널리그 최하위권으로 처졌다. 구장이 타자친화적인 환경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처졌다. 특히 공격의 활로를 뚫을 정확도 있는 리드오프가 없었고 좌타자와 중견수 문제도 심각했다. 이를 한 방에 해결하기 위해 영입한 선수가 바로 이정후다. 당초 MVP 출신인 코디 벨린저 영입이 유력해 보였던 샌프란시스코가 그 벨린저도 포기하고 이정후를 먼저 선택했다.
장타력 문제는 홈런왕 경력이 있는 솔레어, 그리고 언제든지 20홈런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채프먼을 영입해 우타자들에게 기대를 걸었다. 여기에 스넬이 합류하면서 로테이션도 강력해졌다. 샌프란시스코는 현재 로건 웹이라는 정상급 투수가 있다. 아직 팔꿈치 수술 재활 중이지만, 오프시즌 시애틀과 트레이드를 벌여 영입한 2021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로비 레이도 6월에는 돌아올 수 있다. 웹-스넬-레이로 이어지는 스리펀치는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 또한 ‘순수한 측면에서 샌프란시스코는 자이언츠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지독한 구위를 가진 선발 로테이션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 투표를 1‧2위로 마친 로건 웹과 스넬로 시즌을 시작할 것이다. 또 그들은 2021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 수상자인 좌완 로비 레이가 토미존 수술로부터 재활을 마친 후 후반부 로테이션에 추가하기를 희망하고 있디’면서 ‘스넬의 계약은 리그의 최고 왼손 투수 유망주 중 한 명인 카일 해리슨, 세 자릿수 패스트볼을 가졌으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마무리 투수에서 4년 4400만 달러 계약에 서명한 후 선발로 전환할 우완 조던 힉스의 압박을 어느 정도 덜어준다’고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넬의 기량이야 이미 두 차례 사이영상 수상으로 입증이 됐고, 웹은 지난해 33경기에서 216이닝을 던지며 11승13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한 확실한 선발 투수다. 레이는 스넬 못지않은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다. 스리펀치는 구위만 놓고 봤을 때는 메이저리그에서 최강 수준을 가졌다. 여기에 100마일을 던질 수 있는 힉스가 가세하고, 알렉스 콥이 정상적으로 재활을 마치고 돌아오며, 해리슨이 성장할 수 있다면 막강한 선발 로테이션이 탄생할 수도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