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고척, 신원철 기자]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LG 트윈스를 상대로 투런포 두 방을 터트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메이저리그 뛴 3년 동안 한 번 밖에 없었던 멀티 홈런이 개막전을 이틀 앞두고 터졌다. 마치 서울 시리즈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듯했다.
김하성은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LG 트윈스와 스페셜게임에서 5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고척돔2회 첫 타석,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홈런을 치면서 고척돔에 “하성 킴!”을 울려퍼지게 했다. 김하성이 아닌 하성 킴이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의 멀티 홈런 활약에 힘입어 LG를 5-4로 꺾었다. 김하성이 4타수 2안타 4타점을 기록했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또한 4타수 2안타에 1타점으로 활약했다.
선발 등판한 ‘이적생’ 딜런 시즈는 2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16일 한국 입국 후 이틀 만에 선발 등판한 가운데 실투 하나가 홈런으로 이어졌지만 구종 점검은 충분히 했다. 1회에는 박해민과 홍창기를 상대로 주 무기 슬라이더를 구사해 연속 탈삼진을 기록했다. 2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오지환에게 솔로포를 맞고 실점했다.
5선발 후보인 맷 왈드론이 3⅓이닝을 3피안타 비자책 1실점으로 막았다. 아드리안 모레혼이 1⅔이닝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랜디 바스케스가 8회를 1이닝 무실점으로 마쳤다. 마지막 9회는 고우석의 몫이었다. 고우석은 박해민에게 안타, 이재원에게 2점 홈런을 맞았지만 마지막 1점 리드는 지키고 머쓱한 세이브를 기록했다.
#18일 LG 선발 라인업
박해민(중견수)-홍창기(우익수)-김현수(지명타자)-오스틴 딘(1루수)-오지환(유격수)-문보경(3루수)-박동원(포수)-문성주(좌익수)-신민재(2루수), 선발투수 임찬규
#18일 샌디에이고 선발 라인업
잰더 보가츠(2루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제이크 크로넨워스(1루수)-매니 마차도(지명타자)-김하성(유격수)-주릭슨 프로파르(좌익수)-에구이 로사리오(3루수)-카일 히가시오카(포수)-잭슨 메릴(중견수), 선발투수 딜런 시즈
마이크 실트 감독은 올해 시범경기 시작과 함께 김하성을 5번타자로 기용하고 있다. 전임 밥 멜빈 감독(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은 김하성을 붙박이 리드오프로 세웠지만 실트 감독은 상대 선발이 왼손투수일 때만 김하성을 1번 타순에 기용할 계획이다. 17일 팀 코리아전과 비교하면 3루수가 타일러 웨이드에서 로사리오로, 포수가 루이스 캄푸사노에서 히가시오카로 바뀐 정도다.
▶ 1258일 만에 터진 고척돔 홈런, ‘킹하성’의 귀환
김하성은 17일 팀 코리아와 경기에 5번타자 유격수로 나와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KBO리그에서는 8타수 무안타로 묶였던 원태인을 상대로 안타를 뽑아냈다. 18일에는 KBO리그 시절부터 강했던 임찬규로부터 첫 타석에서 홈런을 뽑아냈다.
김하성은 2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임찬규를 만났다. 초구부터 방망이를 내면서 적극적인 승부를 펼쳤다. 첫 3구가 모두 스트라이크존으로 향했고, 김하성은 이 3구를 모두 파울로 커트했다. 4구 살짝 높게 들어온 패스트볼을 골라낸 뒤 다시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체인지업을 파울로 만들었다. 그리고 6구째 가운데 몰린 체인지업을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는 419피트(127.7m), 타구 속도는 시속 103.5마일(166.5㎞)로 30개 구장에서 모두 홈런이 될 수 있는 ‘노 다웃터(의심의 여지 없는 홈런)’가 나왔다.
임찬규와 두 번째 승부에서는 삼진을 당했다. 이번에는 2스트라이크 이후 들어온 패스트볼에 헛스윙했다. 대신 두 번째 투수 정우영을 상대로 놀라운 홈런을 만들었다. 이번에도 볼카운트는 1-2로 불리한 상황이었는데, 몸쪽 깊게 들어온 87.1마일짜리 공을 팔을 접어 들어올리듯 타격했다. 이 공은 시속 95.5마일(153.7㎞)의 속도로 379피트(115.5m)를 날아갔다. 타격 기술과 힘의 완벽한 조화였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서 딱 1번 1경기 2홈런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25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홈경기에서 1회말 선두타자 홈런, 5회말 2점 홈런을 터트렸다. 이번에는 메이저리그 진출 전 홈구장인 고척돔에서 멀티 홈런을 기록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었다. 김하성은 지난 2020년 10월 7일 NC전에서 고척돔에서의 마지막 홈런을 기록했다. 그로부터 1258일 만에 고척돔 담장을, 그것도 두 번이나 넘겼다.
김하성은 8회 선두타자로 나와 윤호솔을 상대했다. 이번에도 잘 맞은 타구가 나왔지만 좌익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뜬공으로 잡혔다.
김하성이 팀의 첫 4득점을 모두 책임진 가운데, 7회 타티스 주니어의 적시타가 터졌다. 샌디에이고는 LG 신인 정지헌을 상대로 추가점을 뽑았다. 선두타자 메릴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보가츠의 대타로 나온 그래이험 폴리가 안타를 치고 나가 무사 1, 3루 기회를 만들었다. 타티스 주니어가 중전 적시타를 기록했다. 6회 실점으로 2-4까지 쫓기던 가운데 흐름을 가져오는 득점이 됐다.
▶ ‘파드리스’ 고우석 고척돔 등판, 그것도 세이브 상황에서
고우석은 서울 시리즈 택시 스쿼드 5명을 포함한 31인 로스터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직 26인 로스터까지는 한 차례 시험이 남아있는 셈이었다. 16일 훈련을 마친 뒤 만난 고우석은 개막 26인 로스터 진입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출발하기 하루인가 이틀 전에 로스터가 나온다고 해서, 나는 26인 얘기인 줄 알고 있었다. 감독님이 부르셔서 통역(레오 배) 형이랑 같이 긴장하면서 갔었다. 그런데 축하한다고, 한국은 같이 간다고 하셔서 이제 하나 남았구나 싶었다. 사실 무조건 한국은 가야한다, 어떻게든 한국은 가자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26인 안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로스터 진입을 확신하느냐는 질문에는 “확신은, 잘 모르겠다. 되면 되는 거고, 안 되면 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환경 다른 리그 다른 수준이라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의 공을 계속 더 발전시키려는 생각은 변함 없다. 계속 노력하겠다”고 얘기했다.
고우석은 5-2로 3점 앞선 9회말 세이브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LG 선수단과 팬들이 고우석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경기는 경기, 선두타자 박해민이 고우석을 상대로 중전안타를 날린 뒤 교체됐다.
고우석은 무사 1루에서 신인 김현종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이어 거포 유망주 이재원에게 2점 홈런을 허용했다. 볼카운트 0-1에서 던진 2구 시속 94.9마일(152.7㎞) 패스트볼이 좌월 홈런으로 이어졌다. 고우석은 1점 리드에서 세이브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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