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아리엘 후라도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평가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투구수 81구, 5피안타(1피홈런) 4볼넷 3탈삼진 4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분명 아쉬운 투구 내용이었지만, 오타니를 상대로 두 개의 삼진을 솎아낸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저스는 오는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 ‘서울시리즈’ 맞대결을 갖는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야구 저변 확대의 일환으로 전세계 곳곳에서 빅리그 경기를 치른다. 지금까지 일본을 비롯해 멕시코 등 다양한 곳에서 경기를 치러왔고, 올해는 서울에서 개막전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이에 아시아 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매치업이 성사됐다.
서울시리즈는 단순히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맞대결로만 구성되지 않았다. 17일 오후 12시 키움 히어로즈-LA 다저스, 오후 7시 팀 코리아-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격돌, 18일 오후 12시에는 LG 트윈스-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오후 7시 팀 코리아-LA 다저스가 맞대결을 벌이는 ‘스페셜게임’까지 편성됐다. 이로 인해 가장 먼저 키움과 다저스가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스파링을 갖게 됐다.
키움은 ‘에이스’ 안우진이 팔꿈치 수술을 받은 후 군 복무를 위해 자리를 비우게 되는 등 서울시리즈에 등판할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이에 1선발을 책임지고 있는 아리엘 후라도가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는 중책을 맡게 됐다. 후라도는 지난 2023시즌에 앞서 키움과 연이 닿기 시작했고, 지난해 30경기에 등판해 무려 183⅔이닝을 소화하며 11승 8패 평균자책점 2.65의 훌륭한 성적을 남긴 뒤 올해도 키움과 동행을 이어가기로 약속했다.
이날 경기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오타니 쇼헤이였다. 이번 겨울 10년 7억 달러(약 9324억원)라는 전세계 프로 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을 맺은 만큼 한국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일단 오타니는 이날 키움과 맞대결을 갖기 전까지 시범경기 8경기에서 11안타 2홈런 9타점 타율 0.500 OPS 1.486이라는 압권의 성적을 거둘 만큼 타격감이 뜨거웠고,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가 두 타석을 소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오타니의 출전이 확정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사는 후라도와 맞대결로 향했다. 이날 후라도는 4이닝을 던지는 동안 무려 4점을 헌납할 정도로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다. 그만큼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수준이 높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성적 속에서도 위안거리가 있었다면, 바로 오타니를 두 번 연속 삼진으로 잡아냈다는 점. 이는 후라도 입장에서 분명 위안거리였다.
후라도는 1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오타니와 맞대결을 가졌고, 매우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후라도는 단 2구 만에 오타니를 상대로 두 번의 파울을 이끌어내며 매우 유리한 카운트를 점했다. 이후 3~4구가 모두 볼 판정을 받았지만, 후라도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5구째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높게 형성된 91.8마일(약 147.7km) 싱커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솎아내며 오타니와 첫 번째 맞대결을 모두 마쳤다.
오타니는 두 타석, 후라도는 4이닝을 던질 예정이었던 만큼 이들은 자연스럽게 두 번째 맞대결까지 갖게 됐다. 그리고 이번에도 후라도가 미소를 지었다. 후라도는 0-3으로 뒤진 2회초 1사 1, 3루의 위기에서 오타니와 다시 맞붙게 됐는데, 1B-2S의 매우 유리한 카운트에서 이번에도 5구째 스트라이크존 한참 벗어난 91.2마일(약 146.8km) 포심 패스트볼로 오타니의 방망이를 유도했고, 삼진을 뽑아내면서 두 타석을 모두 삼진으로 묶어내는 훌륭한 맞대결을 선보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후라도가 원래부터 오타니에게 매우 강했다는 점. 후라도는 텍사스 레인저스에 몸담고 있던 지난 2018년 오타니와 처음 맞대결을 가졌고, 당시 3타수 1안타로 약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2019년에는 총 8번의 맞붙게 됐고, 단 1개의 안타로 오타니를 묶어내며 매우 강력한 모습을 뽐냈다. 두 시즌 동안 상대 전적은 11타수 2안타로 피안타율이 0.182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천적’으로 불릴 만큼 강했던 모습.
경기가 끝난 뒤 홍원기 감독은 “후라도가 개막전을 위해서 던졌는데, 컨디션은 괜찮아 보였다. 갖고 있는 구종을 섞어가면서 실험을 했다”며 ‘오타니를 상대로 강세였다’는 말에 “처음 듣는데요?”라고 반문하며 “다저스 선수들이 시차 적응도 되지 않았고, 몸이 무거울 것이다.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후라도가 오타니에게 강했다는 말은)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오타니를 두 차례나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라도. 오랜만에 맞대결 소감은 어땠을까. 그는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시도했던 대로 공이 잘 들어갔다”며 “오타니와 맞대결을 가진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붙은 경험이 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특히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로 두 번의 삼진은 인상 깊었고, 고무적이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과거의 오타니와 지금의 오타니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후라도는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지만, 2018~2019시즌에는 직구를 던졌을 때 오타니가 스윙을 하지 않거나, 못 했던 적도 있었다”며 “오타니는 내가 아는 최고의 선수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로 칭송받는 굉장히 좋은 타자라고 생각한다. 매년 개선이 되고 있고, 정말 놀랍다. (오늘 경기는) 좋은 경험이었다. 전세계 팬들에게 우리의 모습을 보여줄 좋은 기회였다”고 덧붙였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