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적인 운동장 공간 재편 추진…완공 후 지역주민에게도 개방
(안산=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연병장 형태의 기존 고등학교 운동장을 다양한 체육활동과 창의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바꿔 보고 싶었습니다.”
경기 안산시 송호고등학교가 전국 최초로 학교 운동장을 나눠 다목적 체육시설과 공원을 조성하는 시도를 하고 있어 주목된다.
17일 연합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송호고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13억8천여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마을과 함께하는 미래형 스포츠 생태공원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4천260㎡ 규모의 기존 운동장에 풋살장·테니스장·농구장·배드민턴장으로 쓸 수 있는 멀티코트를 설치하고, 생태연못과 나무·꽃이 있는 조경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축구와 배구 등만 하던 운동장을 학생들의 다양한 욕구에 맞게 공간을 재편해 운동도 하고 힐링도 하는 복합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목적이다.
이 사업은 2020년 3월 체육 교사 출신으로 송호고에 부임한 황교선 교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돼 기획·경기도교육청 공모·사업비 확보 등에 3년이 걸렸다.
그는 “남녀 학생 수가 학급당 30명 이하로 줄다 보니 운동장에서 11명씩 팀을 나눠 축구하지 못하고 7명씩 풋살을 한다. 여학생들은 피구를 선호한다”면서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는 특화된 경기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축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큰 운동장을 없앴더니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여럿 생겼다.
먼지 폴폴 나는 마사토 운동장에 우레탄을 깐 풋살장, 농구장, 테니스장을 만들 수 있게 됐고, 관중석과 버스킹 공연장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더구나 운동장의 3분의 1 정도 공간은 나무와 꽃, 생태연못이 있는 미니공원으로 조성하고, 곳곳에 파고라와 벤치를 설치해 학생들이 산책하며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이 될 예정이다.
운동장 바깥 공간은 인라인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트랙이 설치될 계획이다.
황 교장의 이런 구상은 설계안에 반영됐고, 오는 5월 공사를 시작해 10월께 완공될 예정이다.
운동장이 없어지면 체육대회는 어디서 하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문제는 안산시체육회, 체육시설을 관리하는 안산도시공사와의 협의를 통해 해결했다.
송호고는 많은 학생이 참여하는 체육대회를 개최할 경우 안산종합운동장 옆 보조경기장을 빌려 사용할 예정이다.
이는 안산도시공사가 학교 체육행사 및 학교체육 프로그램을 공사가 운영하는 체육시설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올해 2월 안산교육지원청과 협약을 체결해 가능해졌다.
관내 고등학교의 체육대회가 5월에 몰려 있는 만큼 송호고 뿐 아니라 다른 고등학교가 신청하면 인조 잔디와 400m 트랙을 갖춘 보조경기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성호고는 새롭게 변신하는 운동장과 공원을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는 오후에는 지역주민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후 5시 이후에는 지역 주민들이 조명시설이 있는 학교 체육시설과 공원을 이용할 수 있다.
학교 측이 시민에게 학교를 개방하기로 하자 안산시는 인력 2명을 파견해 운동시설과 수목, 공원을 관리하고 야간 시민 이용에 대한 안전관리도 맡기로 했다.
황 교장은 “운동장은 넓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서 변화된 시대에 맞춘 운동장,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운동장, 힐링하는 운동장을 만들겠다”면서 “학생 수가 줄어드는 현실에 맞게 효율적으로 활용될 송호고 운동장이 앞으로 만들어질 국내 학교 운동장의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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