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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기억하기 싫다”던 北 원정…일본 사전답사부터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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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김일성 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치렀던 손흥민.
▲ 2019년 김일성 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치렀던 손흥민.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힘들었던 기억을 털어놓았다.

▲ 북한 축구대표팀 응원단.
▲ 북한 축구대표팀 응원단.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13년 만에 평양 원정길에 오르는 일본 축구대표팀이 준비에 난항을 겪고 있다.

15일 일본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19일 현장 답사를 목적으로 예정됐던 평양 방문이 취소됐다.

일본 축구협회는 인조 잔디 등 선수단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대표단을 꾸려 평양 방문을 계획했다.

스포츠아넥스에 따르면 이는 이번 달 재개된 것으로 알려진 베이징-평양 정기 항공편으로 일본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스포츠아넥스는 “이에 따라 일본 대표팀은 김일성 운동장 인조 잔디를 미리 경험하거나 알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연합뉴스
▲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연합뉴스

일본은 3월 A매치 기간 동안 북한과 2연전을 펼친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B조에 묶인 두 팀은 21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3차전을 치른 뒤 26일 평양으로 옮겨 4차전을 진행한다. 현재 일본은 2연승으로 조 선두에 올라있고, 북한은 1승 1패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이 북한에서 A매치를 치르는 건 13년 만이다. 지난 2011년 11월,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을 통해 평양으로 들어가 경기했다. 당시 반일 감정이 극심한 북한 관중 앞에서 일본은 기가 죽었고, 후반 5분 결승골을 허용하며 북한에 0-1로 졌다. 

일본에 있어 북한 원정은 공포로 남아있다. 스포츠 호치는 “당시 일본 대표팀은 4시간 동안 평양 순안공항에 억류됐다. 수화물 검사가 길게 진행됐고, 반입하려던 음식물을 압수당했다”며 “휴대전화와 노트북도 들고 들어가지 못했고, 일본축구협회는 선수단에 산책과 쇼핑 금지를 신신당부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3월 A매치 기간 동안 북한과 2연전을 펼친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B조에 묶인 두 팀은 21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3차전을 치른 뒤 26일 평양으로 옮겨 4차전을 진행한다.
일본은 3월 A매치 기간 동안 북한과 2연전을 펼친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B조에 묶인 두 팀은 21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3차전을 치른 뒤 26일 평양으로 옮겨 4차전을 진행한다.

문제는 더 있다. 경기를 생중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 매체 스포츠 호치는 이날 “일본의 북한 원정 경기가 생중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경기 장소를 평양 김일성경기장으로 확정했지만 유엔(UN) 대북제재에 따라 지상파 및 인터넷 중계를 취소한다고 양국 축구협회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래도 실시간으로 경기를 확인할 수는 있었다. 매체는 “2011년 북한 원정 경기의 경우 TBS와 NHK를 통해 생중계 됐고, 평일 오후 4시 경기였음에도 15.5%의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21.6%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상황 파악조차 할 수 없다. 정치적 경색 국면이 13년 전보다 더 극심해 홈팀에 부여한 중계권조차 거래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이에 일본축구협회는 선수단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제3국 개최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스포츠 호치에 따르면 일본 A매치가 인터넷으로도 생중계가 되지 않는 건 지난해 11월 시리아전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중계권료 협상이 불발됐다.

▲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벌어진 북한전에서 공과 관계 없는 가격당한 손흥민.  ⓒ대한축구협회
▲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벌어진 북한전에서 공과 관계 없는 가격당한 손흥민. ⓒ대한축구협회

‘깜깜이’ 평양 원정은 한국 대표팀도 경험했다. 한국은 2019년 11월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H조 3차전을 치렀다.

경기 이틀 뒤  새벽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손흥민은 김일성 스타디움 인조 잔디에서 경기를 치른 것에 대해서 “축구선수로서 잔디 탓을 하는 것은 핑계”라면서도 “선수들이 100% 기량을 보여줄 수 없었던 환경이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북한 선수들의 날선 반응도 한국 선수들을 괴롭혔다. 손흥민은 “상대가 많이 거칠게 나왔다. 북한 선수들이 예민하게 반응했다”며 “북한의 작전이었을 수도 있지만, 누가 봐도 거친 플레이를 했다”고 했다. 

▲ 2019년 10월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렸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대한축구협회
▲ 2019년 10월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렸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대한축구협회

경기 도중 북한 선수들의 욕설도 난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손흥민은 구체적으로 어떤 욕설을 들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북한 선수들에게 심한 욕설도 들었다”며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웃었다. 손흥민은 “안 다쳐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며 “이런 경기에서 부상 없이 돌아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과 북한의 경기를 관전한 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상을 올렸는데, 여기에는 경기가 과열되면서 선수들끼리 충돌하는 상황이 담겼다.

또 북한은 무중계·무관중으로 경기를 진행했을 뿐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도 선수 숙소로 지정된 호텔 외에는 어느 곳도 방문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이와 관련해 손흥민은 “북한이 우리의 전력을 크게 의식해 이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했다”며 “외부적인 것보다는 경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연합뉴스
▲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연합뉴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놀랄 일이 많을 것 같아서 평양에서 경기에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며 “사고나 예상치 못할 사건 앞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북한과 2연전을 앞둔 모리야스 감독은 하루 전 26명의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37세 노장인 나가토모 유토(FC 도쿄)가 1년 3개월 만에 복귀해 눈길을 끌었다. 성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이토 준야(스타드 랭스)를 비롯해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도미야스 다케히로(아스널), 나카야마 유타(허더스필드), 하타테 레오(셀틱) 등은 제외됐다.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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