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슈퍼 외인에이스에겐 훌륭한 조력자가 있었다.
KIA 타이거즈가 21세기 들어 2009년, 2017년 통합우승을 차지할 때 공통점 하나가 있었다. 강력한 외국인투수다. 2009년엔 아귈리노 로페즈가 29경기서 14승5패 평균자책점 3.12, 190⅓이닝 동안 129탈삼진을 잡았다. 2017년엔 헥터 노에시였다. 헥터는 30경기서 20승5패 평균자책점 3.48, 201⅔이닝 동안 149개의 탈삼진을 잡았다.
KIA가 당시 통합우승까지 갈 수 있었던 건 기본적으로 두 사람의 존재감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연승은 이어주고 연패는 끊어줬다. 빠른 공과 확실한 주무기를 곁들인 구위형 에이스이기도 했다. 어느 팀이든 이런 강력한 에이스가 있어야 우승한다.
그런데 야구를 에이스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KIA가 2009년과 2017년에 추진력을 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가 ‘외국인 투 펀치’의 존재감이었다. 2009년엔 에릭 구톰슨, 2017년엔 팻딘이었다. 구톰슨은 당시 26경기서 13승4패 평균자책점 3.24였다. 로페즈보다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팻딘은 2017시즌 30경기서 9승7패 평균자책점 4.14를 기록했다. 압도적 성적은 아니었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경기도 있었다. 큰 기복 없이 176이닝을 소화하며 헥터를 충실히 보좌했다. 양현종이 20승을 따내며 강력한 투펀치를 이뤘지만, 팻딘도 괜찮은 성적을 내며 KIA가 탄력을 받는데 한 몫을 했다.
2024년은 어떨까. 우선 에이스 윌 크로우가 ‘대박’ 조짐이다. 11일 시범경기 대전 한화 이글스전서 4이닝 4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투구를 했다. 패스트볼 최고 154km를 찍었는데 더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커터, 스위퍼 등 홈 플레이트에서 예리하게 움직이는 구종들도 보유했다.
크로우가 2009년 로페즈, 2017년 헥터의 생산력을 내준다면, KIA는 일단 최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발판을 마련한다. 5선발까지 확실한 KIA지만, 그래도 1선발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 그리고 역시 탄력을 받으려면 양현종과 또 다른 외국인투수 제임스 네일이 잘 해야 한다. 그래야 2009년과 2017년처럼 확 치고 올라갈 수 있다.
그런데 네일의 출발이 불안했다. 14일 시범경기 잠실 두산 베어스전서 3.1이닝 8피안타 4탈삼진 1볼넷 무실점했다. 기본적으로 ‘투심러’다. 140km대 후반, 150km까지 찍을 수 있지만, 스태미너로 타자를 완전히 압도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투심을 비롯한 움직임 심한 구종과 피치 디자인으로 타자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시범경기 2경기서 5.1이닝 동안 안타를 11개나 맞았다. KBO리그 타자들의 특성을 알아가는 단계다. 단, 캔버라 스프링캠프서 만났을 당시 스위퍼와 체인지업을 연마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다양한 공을 구사하지만, 완성도가 살짝 떨어질 수 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스피드가 처지는 것도 아니고, 영리한 투수라서 조정기, 적응기를 보내면 수준급 성적을 거둘 가능성은 충분한 투수다. 시범경기서 KBO리그 타자들을 충분히 적응해보면서 감을 잡아도 된다.
네일이 구톰슨 혹은 팻딘이 될 수 있을까. 구톰슨이라면 KIA로선 더 바랄 게 없다. 팻딘 정도만 해줘도 나쁘지 않다.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이 타 구단 3~5선발보다 무게감이 높기 때문에, 네일만 본 궤도에 오르면 강력한 선발야구를 펼칠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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