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토트넘 홋스퍼는 올 시즌 모험적인 경기 운영을 하고 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대형을 전진시켜 강한 전방 압박으로 상대의 볼을 탈취해 공격하는 전략을 취하는 담대한 운영 방식이다.
리그 개막 후 10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전까지 8승2무, 22득점 9실점으로 1위를 질주하는 무서움을 보여줬다. 아스널에 2-2로 비기고 리버풀에 2명 퇴장이라는 수적 우위에서 겨우 2-1로 이기는 경기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공격 일변도의 경기가 토트넘의 생존을 이끄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신념이 통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11라운드 첼시전이 분기점이었다. 손흥민을 손톱으로 세우고 데얀 클루세프스키, 제임스 매디슨, 브레넌 존슨 등을 공격적으로 세웠지만, 이 과정에서 중앙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퇴장이 나오며 열세에 놓였고 중앙 수비수 미키 판 더 펜, 공격형 미드필더 매디슨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1-4 완패, 그래도 토트넘은 마지막까지 공격적으로 전진하며 골을 넣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용기는 박수받았지만, 냉정한 현실로 돌아오면 너무 무모한 전략을 취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따랐다.
이후 토트넘은 울버햄턴, 애스턴 빌라에 내리 패하며 3연패로 미끄러졌고 맨체스터 시티에 3-3으로 비겼지만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 1-2로 지면서 5경기에서 눈물을 흘렸다.
놀라운 것은 5경기에서 7득점 12실점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공격적인 경기를 하더라도 수비가 붕괴한 상태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1위에서 내려오며 우승 도전의 힘도 꺾였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축구가 일관성이 있다는 점이다. 손흥민이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복귀해 치른 리그 6경기에서 4승1무1패, 15득점 8실점으로 골을 넣을 능력은 충분함을 알렸다. 적어도 토트넘을 만나는 팀은 실점을 각오해야 하고 그 중심에 손흥민, 존슨, 매디슨, 티모 베르너 등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8라운드까지 16승5무6패, 승점 53점으로 5위를 달리고 있는 토트넘이다. 4위 빌라(55점)에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에서 승점 2점 부족하다. 첼시가 리그컵 결승에 가는 바람에 원정 경기가 순연됐다. 1위 아스널(64점), 2위 리버풀(64점), 3위 맨시티(63점)를 추격하기에는 어려움이 커 보여 사실상 빌라와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출전권 확보 경쟁에 올인한다.
이런 토트넘을 두고 영국 매체들은 흥미롭게 바라 보고 있다. ‘미러’, ‘익스프레스’ 등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략을 다시 바라보며 ‘토트넘은 4위 빌라와 승점 2점 차 5위고 첼시 원정 경기를 치른다. 그나마 첼시보다는 일관성이 있고 성장하고 있다’라며 순위 싸움에서 일관된 스타일이 분명 장점으로 작용하리라 예상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훨씬 나아졌다. 토트넘은 60점,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7위 빌라(61점)에 1점 차였지만, 유럽클럽대항전 출전권 확보조차 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끝냈다. 비교하면 올 시즌 분명 개선점이 보인다.
해리 케인이라는 걸출한 공격수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고도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손흥민의 스트라이커 이동 등 여러 방법을 찾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지혜가 보인다.
여러 지표에서 달라진 것이 눈에 띈다. 옵타, 풋몹, 소파스코어 등이 뽑아내는 지표를 종합하면 흥미롭다. 공격 3선에서의 점유율이 지난 시즌에는 경기당 평균 4.37이었지만, 올 시즌은 6.81로 크게 상승했다. 맨시티가 7.18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개선됐다. 그만큼 공격 진영에서 점유해 득점 기회를 창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당 태클 횟수도 지난 시즌 경기당 16.24회에서 올 시즌 20.11회로 높아졌다. 이는 전체 1위다. 볼을 탈취하기 위한 도전적인 자세가 돋보인다. 물론 태클 시도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경기당 오픈 플레이 득점은 1.76골로 전체 2위다. 지난 시즌 1.24골로 7위였던 지표가 상승했다. 기회 창출(12.19), 큰 기회 창출(2.33), 경기당 슈팅(15,48), 큰 기회 득점(1.41) 등은 모두 상위 4위 안에 들었다. 지난 시즌에는 7~8위권이었다.
평균 속도가 프리미어리그 전체 1위인 판 더 펜이 최후방,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스프린트로 상대 수비를 허물어 버리는 능력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깊이를 더한다. 런던 연고 팀을 대상으로 하는 런던 풋볼 어워즈에서 미켈 아르테타(아스널) 등을 밀어내고 감독상을 수상하며 인정받았다.
클루세프스키는 “포스테코글루는 선수들을 용감하게 만든다. 말수가 적지만, 말하는 동안에는 몇 시간이고 들을 수 있다. 그동안 만났던 그 어떤 감독과 다르다”라며 믿음과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패하더라도 내용 있게 패하면 그 자체가 의미 있다는 것이 포스테코글루의 철학인 모양이다. 클루세프스키는 “포스테코글루가 그러더라. ‘살면서 누구나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패해도 상관없다. 만약 패한다면 우리 방식대로 패할 것이다. 우리다움에서 벗어나지 말라’더라”라며 감명 깊은 언사였음을 강조했다.
주장 손흥민의 생각도 비슷했다. 지난달 손흥민은 스포티비뉴스를 비롯해 일부 국내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축구는 이제 토트넘에 입히는 과정이다. 아직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철학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것이다”라며 굳은 신뢰를 보였다.
시즌이 끝나봐야 알겠지만, 안토니오 콘테의 수비에 기반한 답답한 축구에서 벗어난 토트넘의 최종 성적은 우승 경쟁과 더불어 관심받는 부분이다. 전방 압박이 체력이 떨어지는 시즌 말미까지도 이어지냐도 중요하다. 손흥민과 매디슨, 존슨, 부상에서 복귀 예정인 히샤를리송 등 이름에 SON이 들어가는 네 명이 지치지 말아야 한다.
풀럼, 웨스트햄 등과의 런던 더비가 남았고 34~36라운드에서는 우승 경쟁 중인 맨시티-아스널-리버풀을 순서대로 만난다. 이 기간 첼시전 재배정 가능성도 있다. 개선된 지표가 시즌 끝까지 유지되느냐로 흥미로운 토트넘의 후반부 프리미어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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