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한국에서 열리는 역대 최초의 메이저리그 공식 경기는 그야말로 ‘메이저리그 수준의’ 환경에서 열린다. 고척스카이돔 그라운드와 내부 시설이 빅리그 경기 사양에 맞게 탈바꿈했다. 메이저리그 팬들을 위한 임시 매장도 고척돔 앞에 설치됐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는 선수단 외에도 100명이 넘는 보조 인력을 투입해 100% 전력으로 개막전을 맞이할 계획이다. 스페셜매치를 포함한 6경기 진행을 위해 400명 가까운 인원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온다.
14일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번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를 위해 370~380명이 한국에 입국한다고 알려왔다. 한 팀당 200명 가까운 인원이 찾아올 예정이다. 지구 반대쪽 한국에서 열리는 경기라고 해서 최소 인원만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본토에서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릴 때와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인원 수에서 드러난다.
샌디에이고가 먼저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샌디에이고 선수단과 구단 관계자 등 관련 인력들은 미국 시간으로 13일 오후 8시가 조금 지난 시간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했다. 지역 언론인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13일(한국시간) “선수단은 금요일 새벽 서울(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세관을 통과해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해 3시 30분쯤 잠자리에 드는 것이 목표다. 선수들은 5~6시간 수면을 취한 뒤 낮 훈련을 취할 예정이다. 16일 오후 4시 가벼운 훈련이 예정돼 있다”고 보도했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에 따르면 이번 원정에 동행하는 선수는 ‘택시 스쿼드’ 5명을 포함해 31명이지만 이들을 포함한 샌디에이고 구단 전체 원정 인원은 무려 180명에 달한다. 선수단, 코칭스태프, 지원 스태프, 구단 관계자 등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클럽하우스 직원이 평소보다 1명 더 늘어나는 등 한국에서 완벽하게 메이저리그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더욱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구단이 이용하는 전세기는 1등석 10석, 비즈니스석 143석, 이코노미석 36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마이크 실트 감독은 14일 출국 전 마지막 시범경기를 앞두고 장거리 비행 동안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준비하려고 한다. 스태프 회의가 있고, 스페셜매치와 훈련 계획을 논의하고, 비행기에서 볼만한 것들을 찾아보려고 한다. 그리고 잠을 좀 자겠다”고 얘기했다.
또 “우리는 김하성, 고우석을 보유한 팀이다. 우리 팀과 다저스 양쪽 팬들이 섞여 있을 것 같은데,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고 기대가 된다. 샌디에이고를 응원해주시는 한국 야구 팬들께 감사드린다. 한국에서 경기할 수 있게 돼서, 또 야구장 밖에서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니 마차도는 “우리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며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면에서는 휴가 같기도 하다. 그냥 문화를 즐기려고 한다. 휴가 가서 야구를 하고, 돈을 받는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나. 앞으로 있을 모든 일을 즐길 것이다”라고 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한국 개막 시리즈를 포함한 ‘월드투어’를 통해 빅리그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트 감독은 “야구가 세계적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도전이 될 것이다. 앞으로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흔치 않은 일정이지만 우리는 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다저스도 서울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부터 한국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한 다저스 스타 선수들이 ‘코리안 하트’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었다. 오타니는 SNS 인스타그램에 태극기를 달고 한국행을 알렸다. 선수들이 한국 과자를 맛보는 재미있는 콘텐츠도 공개했다.
오타니는 10년도 더 전에 한국에 온 경험이 있다. 2012년 서울에서 열린 18세 이하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에 일본 대표로 참가했다. 9월 8일 5-6위 결정전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선발투수 오타니를 상대하기도 했다. 오타니는 이 경기에서 2실점을 기록했다. 한국은 안타는 단 2개에 그쳤지만 4사구를 6개 얻어내는 등 오타니에게 패전을 안겼다. 송준석(전 삼성)이 2루타를, 안중열(NC)이 단타를 기록했다.
12일에는 MLB.com을 통해 샌디에이고와 다저스의 개막 시리즈 2경기 선발투수가 공개됐다. 20일 1차전은 다저스 타일러 글래스노와 샌디에이고 다르빗슈 유의 맞대결이다. 21일 2차전은 다저스가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샌디에이고가 조 머스그로브를 선발로 예고했다.
MLB.com은 “다저스는 이번 시리즈에서 오프시즌 큰 성과 가운데 두 가지를 선보인다. 탬파베이 레이스와 트레이드로 영입한 글래스노, 메이저리그 투수 최대 규모 계약을 따낸 야마모토가 다저스 데뷔전을 치른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글래스노는 데뷔 후 두 번째 개막전 선발을 맞았다. 올 겨울 다저스의 10억 달러 지출 가운데 일부인 글래스노는 지난 몇 년 동안 부상과 싸우다 건강하게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다저스는 이 투수가 이번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래스노는 “내가 개막전 선발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뿌듯하고 설렜다”고 밝혔다.
MLB.com은 다르빗슈에 대해 “그는 한국에서의 이른 선발 등판을 고려해 빌드업을 조정했다. 다르빗슈가 3월 중순에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비행길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일본 대표로 활약한 경험이 있다”고 썼다.
다르빗슈는 태어나 처음 한국에 방문한다. 그는 “행복하고 영광스럽다. 한국에 가본 적이 없어서 더 특별한 기분이 든다. 한국에서 경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이번 시리즈에 대한 감상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샌디에이고)는 뛰어난 선수들을 보강한 아주 좋은 팀(다저스)을 상대해야 한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15일 한국에 도착해 17일 LG 트윈스와 스페셜 매치를 치른다. 18일에는 팀 코리아와 만난다. 19일 훈련 뒤 20일과 21일 다저스와 개막 2연전까지 마치면 바로 미국으로 돌아가 다시 정규시즌을 준비한다. 일주일 동안 4경기를 치르는 바쁜 일정 속에서 시간을 쪼개 야구 교류 행사까지 준비했다. 한국에서 서울시리즈 경기만 치르는 것이 아니라 유소년 야구 클리닉도 개최할 예정이다.
13일 샌디에이고 구단 발표에 따르면 ‘스타 군단’ 샌디에이고 선수들은 박찬호 고문과 인연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유소년 야구 클리닉을 개최한다. 행사는 한국 입국 바로 다음날인 16일 오후 12시 45분부터 2시 15분까지 1시간 30분 동안 서울시 용산구 용산어린이공원에서 열린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전 샌디에이고 투수였던 박찬호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서울 용산어린이공원에서 유소년 야구 클리닉을 연다. 이번 행사는 메이저리그 서울 개막 시리즈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이번 행사에는 지역 어린이, 주한 미군 자녀 등이 참가할 예정이며 여러 샌디에이고 선수들이 훈련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샌디에이고의 스타 군단이 상당수 참가한다. 먼저 한국인 메이저리거 김하성을 필두로, 내야수 마차도와 외야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주릭슨 프로파르가 일일 코치로 나선다. 투수는 고우석과 함께 머스그로브와 로버트 수아레스, 마쓰이 유키가 클리닉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여러 샌디에이고 선수들이 이번 클리닉에 참가할 예정이다.
샌디에이고는 14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경기를 마친 뒤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선수들은 15일 입국해 시차적응할 여유도 없이 16일 유소년 클리닉에 참가하고, 오후 5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고척스카이돔에서 그라운드 적응 훈련에 나선다.
샌디에이고와 다저스 감독과 선수들은 15일 한국에 도착한 뒤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양 팀 감독과 주요 선수들이 16일부터 차례로 공식 인터뷰에 나서 서울 시리즈를 알리고, 또 개막전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먼저 16일에는 샌디에이고 실트 감독과 김하성이 각각 15분 동안 인터뷰에 참가한다. 이어 마차도와 잰더 보가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합동 인터뷰에 나선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15분 동안 개인 인터뷰를 하고 나면 무키 베츠와 프레디 프리먼, 오타니 쇼헤이 ‘MVP 트리오’가 15분 동안 합동 인터뷰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다저스와 샌디에이고는 각각 2시간 동안 그라운드 적응 훈련을 한다.
개막 시리즈 양 팀 선발투수들은 등판 전날 인터뷰가 있다. 19일에는 다르빗슈와 글래스노가 각각 15분 동안 개인 인터뷰로 질문을 받는다. 20일에는 2차전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는 머스그로브와 야마모토가 역시 각각 15분 동안 인터뷰에 나선다. 21일에도 양 팀 선수 인터뷰가 예정돼 있다. 이때는 각 팀에서 야수가 1명씩 인터뷰에 참가한다.
한편 13일 서울시리즈 행사와 중계진도 확정돼 개막전 분위기를 띄웠다. K팝 대표 걸그룹이 개막시리즈 축하무대를 장식한다. 20일에는 에스파, 21일에는 (여자)아이들이 고척돔을 달군다. 중계방송은 한장희 정용검 한명재 캐스터와 김선우 송재우 해설위원이 맡는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경력자인 박찬호 김병현 이대호 김광현이 게스트로 참여한다. 현장 리포터는 윤태진 배지현 신예원 진세민 정새미나 아나운서가 맡는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12일 고척돔을 찾아가 안전 대책, 시설 개선 사항을 확인했다. 서울시는 경기 기간 10만 명 이상이 고척돔 주변에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안전 대책을 마련했다. 안전요원만 400여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구장 인조잔디를 메이저리그 경기에 어울리는 제품으로 바꾸는 공사를 마쳤고, 조명도 교체했다. 원정팀 라커룸과 식당 등 내부 시설도 개선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를 통해 “메이저리그와 한국 야구계의 교류가 본격화됐다. 이번 게임을 잘 치러 앞으로 개막 서울 시리즈가 매년 개최되길 바라본다. 잔디부터 조명, 락커룸까지 전면적인 리모델링으로 모든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좋은 기량 발휘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많은 관람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행사인 만큼 입장, 퇴장 시 인파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 안전 문제없는 완벽한 경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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