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습 타구 처리 척척…땅볼 유도형 투수 류현진 “내야수 믿고 던질 것”
3루수 노시환 “자신감은 MLB 채프먼보다 위…수비 요정 될 것”
(대전=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과거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은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류현진은 미국 진출 전인 2006년부터 2012년까지 한화의 엉성한 수비력 문제 탓에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한화 수비수들은 평범한 타구를 놓치기 일쑤였고, 승부처마다 실책을 범하며 류현진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었다.
이런 환경은 류현진의 개인 성적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류현진은 2012년 22차례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고도 고작 9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땅볼 유도형 투수인 류현진은 팀 수비력 탓에 마음껏 범타를 유도하지 못했다.
류현진은 당시 한 TV 프로그램에서 어린 선수에게 “수비 믿고 던지면 안 된다”며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을 던져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불운은 미국 진출 후 끝났다.
2013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은 정상급 수비수들의 지원을 받았다.
류현진은 다저스 수비수들의 지원을 발판 삼아 2019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다저스는 인플레이 타구 중 아웃으로 처리하는 비율인 수비효율(DER·Defensive Efficiency Ratio)이 0.714로 MLB 30개 구단 중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0년부터 20203년까지 뛴 토론토 블루제이스도 수비력으로 류현진을 괴롭히진 않았다.
류현진이 부상에서 복귀한 2022시즌엔 MLB 최고 수비수로 꼽히는 3루수 맷 채프먼(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합류해 힘을 보탰다.
류현진은 소속 팀 수비수들의 응원을 받으며 리그 최고의 땅볼 유도형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정교한 제구력으로 범타를 유도하는 류현진에게 소속 팀의 내야 수비력은 매우 중요하다.
류현진이 올겨울 KBO리그로 복귀하자 팬들이 한화 내야 수비력 문제를 걱정한 이유다.
다행히, 류현진이 12년 전처럼 내야 수비 문제로 한숨지을 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류현진은 12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시범경기 KIA 타이거즈와 홈 경기에서 한화의 달라진 내야 수비력을 경험했다.
류현진은 4이닝 동안 총 8개의 내야 땅볼을 유도했고, 한화 내야수들은 안정적인 플레이로 그를 도왔다.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이도윤은 1회초와 3회초 박찬호의 땅볼을 안정적으로 처리해 박수받았다.
2루수 문현빈도 1회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2루수 강습타구를 잘 잡아냈다.
평소 수비력이 약하다고 평가받았던 3루수 노시환은 2회 김선빈의 내야 땅볼을 안정적으로 잡아낸 뒤 강한 어깨로 송구해 아웃으로 연결했다.
4회초 나성범의 1루 강습 타구를 1루수 채은성이 포구 실책한 것은 옥에 티였다. 그러나 경기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류현진은 달라진 한화 수비에 만족한 듯했다.
그는 경기 후 “팀 수비력이 안정적이었다”라며 “앞으로 내야수들을 믿고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야수들도 자신감이 넘친다. 주전 3루수 노시환은 “실력은 모르겠지만, 자신감은 류현진 선배와 함께 뛰었던 채프먼보다 위”라며 “든든한 3루수가 되겠다. 수비 요정이 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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