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유영실 감독, 미디어데이서 박은선 거취 언급
“공백 메우는 게 고민…잘 채워야 은선이도 좋아할 것”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우리나라 여자축구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던 박은선이 그라운드를 떠났다.
여자 실업축구 서울시청의 유영실 감독은 12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디벨론 WK리그 2024’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팀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한 박은선이 은퇴했다고 전했다.
유 감독은 “선수 구성에서 박은선 선수를 어떻게 대체해야 하는지가 (개막을 앞두고) 고민이었다”며 “은선이의 빈자리를 누군가가 다른 색깔로 채워준다면 은선이도 더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박은선과 국가대표팀에서 룸메이트로 지내는 등 가까운 사이였던 유 감독은 행사 후 연합뉴스와 만나 “은선이가 은퇴한 게 맞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박은선은 2024시즌 WK리그 8팀 등록 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시청의 대표 선수로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강혜림도 “작년에 은선 언니와 함께 공을 찰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내가 골키퍼라서 슛을 막는 것조차 기억의 한 부분이라고 할 정도로 매 순간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떠나서 마음이 아프다. 작년에 은선 언니가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사비를 쓰는 등 많이 노력한 선수였다”고 돌아봤다.
1986년생으로 37세인 박은선은 지소연(시애틀 레인) 이전 한국 여자축구의 간판이었다.
그는 고등학생이었던 2003년부터 월드컵에 출전했다. 미국 월드컵에 나설 당시 그의 나이는 16세 9개월이었다.
이는 케이시 유진 페어(에인절 시티)가 지난해 16세 1개월의 나이로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에 출전하면서 깨지기 전까지 우리나라 최연소 기록이었다.
2003년 6월 8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선수권대회 홍콩전을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박은선은 혼자 4골을 터트리는 무서운 결정력으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대회를 통해 한국 여자축구의 희망으로 떠올랐고 이듬해인 2004년에는 20세 이하 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8골을 뽑아내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그러나 2006년 5월 대표팀 소집훈련에서 두 차례 이탈해 파문을 일으켰고, 2007년 2월에는 소속팀 서울시청의 해외 전지훈련에서 이탈해 6개월 동안 운동을 그만두는 등 방황의 시간도 보냈다.
‘풍운아’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붙은 박은선은 마음을 다잡고 2012년부터 이탈 없이 숙소 생활을 했다.
이듬해 WK리그 구단 감독들이 그의 성별에 의문을 제기하며 성별 검사를 요구해 마음고생하기도 했다.
박은선은 여자 선수 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체격을 앞세운 플레이로 주목받았다.
신장 182㎝의 박은선은 유럽 등 해외 선수를 상대로도 몸싸움을 압도하며 우리나라의 최전방을 책임져왔다. 유난히 큰 신장 덕에 때로는 최후방 수비수로 나서 제공권 장악에 힘을 보탰다.
여자축구대표팀의 콜린 벨 감독은 지난해 월드컵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박은선을 호출했다.
줄곧 박은선을 지켜봐 왔다는 벨 감독은 그의 남다른 ‘피지컬’이 경기에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요소라고 판단, 꾸준히 발탁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무릎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하차한 이후에는 벨 감독도 박은선을 부르지 않았다.
박은선은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48경기에 출전, 20골을 넣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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