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손흥민을 비롯한 스타들이 몰려 있는 국가대표팀 경기가 열릴 때 전광판에 선수들이 잡히면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진다.
함성 크기는 ‘인기’에 비례한다. 잠재력을 터뜨리고 마요르카를 거쳐 파리생제르맹으로 이적하며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떠오른 이강인을 향한 함성 소리는 대표팀 간판 손흥민에 못지않다.
지난해 11월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C조 1차전 싱가포르전에서 이강인이 소개됐을 때 쏟아진 함성소리는 손흥민에 버금갔다.
그러나 이강인이 다시 서게 될 상암 월드컵경기장엔 싱가포르전과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이강인은 지난달 끝난 아시안컵에서 ‘하극상’ 물의를 일으켰다. 보도와 대한축구협회 발표를 종합하면 요르단과 4강전을 앞두고 이강인이 주장 손흥민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언쟁이 몸싸움으로 번졌다. 영국 언론 더선 최초 보도로 알려진 이 내용은 대한축구협회가 인정하면서 공식화됐다.
게다가 한국이 요르단에 0-2로 패배하는 바람에 이강인을 향한 비난 여론은 더욱 커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은 경질 전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는 전력강화위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의 다툼이 요르단전 패배 원인”이라고 해명했다.
계속된 하극상 논란에 이강인은 영국 런던으로 찾아가 손흥민에게 직접 사과하고 이를 지난달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렸다. 그는 다른 대표팀 선배와 동료들에게도 한 명씩 연락해 사과했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이강인의 사과를 받아 줬고 SNS를 통해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강인을 용서해달라”고 팬들에게 호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강인을 이번 소집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5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26명에게 이강인의 국가대표 선발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물은 결과 ‘팀 내 비중과 실력 등으로 고려해 발탁해야 한다(선발 찬성)’는 응답자의 비율은 46.9%였고, ‘축구는 조직력과 협동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발탁하지 말아야 한다(선발 반대)’는 응답자의 비율이 40.7%로 조사됐다.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2.5%.
대표팀 내부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대표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했을 때 선발해야 한다는 의견과 팀 케미스트리를 고려해 이번 소집에선 제외해야 한다는 반응이 코칭스태프 및 전력강화위원회에서 대립했다.
그러나 결정권자인 황 감독은 40%가 넘는 반대 여론을 뒤로 하고 이강인을 이번 대표팀에 소집했다.
11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강인을 발탁한 배경에 대해 “두 선수(이강인·손흥민)와 직접 소통했다. 이강인은 축구 팬 여러분과 팀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싶어 한다. 손흥민은 그런 이강인을 보듬어 안고 화합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선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일들이 두 선수 만의 문제인가”라고 반문한 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안에 있는 팀원들, 코칭스태프, 지원 스태프 모든 팀원들의 문제다.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이번 태국 2연전을 다시 하나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에게 속죄한다는 마음으로 치러야 한다. 선수들이 저와 같은 마음이기를 기대한다. 최선을 다해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소집 반대 의견이 40%에 이르는 등 여론이 좋지 않다는 말에도 황 감독은 “공감한다”면서도 “전적으로 이 결정은 감독인 제가 했다. 어쨌든 이강인을 부르지 않고 다음으로 넘기면 위기는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안 부르고 다음에 부른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강인이 한국에 들어오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제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감독 역할이 있지만 또 다른 역할도 있다고 생각한다. 두 선수의 의사 소통도 그것이다. 선수 경험을 돌이켜 봤을 때 항상 팀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풀어지면 다시 단단해질 수 있다. 운동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운동장에서 최대한 빨리 푸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감독은 또 대표팀 내부 일이 외부로 누설되는 등 아시안컵에서 드러난 대표팀 문제에 대해선 “고참 선수들과 몇몇 선수와 통화해 일부를 들었다”며 “우리가 오해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안에 있지 않기 때문에 면밀히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짧은 기간동안 세심하게 들여다 볼 것이다. 대화가 어려운 부분을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이라면 누구든 어느 상황에서든 만들어낼 수 있다.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정리하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파울루 벤투 전임 감독 체제에서 외면받다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극적으로 대표팀에 승선한 이강인은 현재는 손흥민 못지않은 대표팀 핵심이다. 지난달 끝난 아시안컵에선 대표팀이 치른 모든 경기에 선발 출전했고 호주와 경기에서 연장 후반 종료 1분을 남기고 교체된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바레인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2골을 터뜨렸고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3차전에선 1골 1도움으로 활약했다. 이강인이 넣은 3골은 손흥민과 함께 한국 대표팀 중 가장 많은 기록이다.
또 축구 통계업체 풋몹에 따르면 이강인은 기회 창출과 결정적 기회 창출이 회와 7회로 이 부문에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4강에서 대회가 끝났기 때문에 결승전에 진출한 카타르와 요르단 선수들에 비해 1경기를 덜 치르고도 거둔 성과다. 이러한 활약에 이강인은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아시안컵 토너먼트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황 감독과 호흡도 기대를 모은다. 황 감독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이강인과 함께 했다. 소속팀 일정으로 조별리그 3차전에서야 합류한 이강인은 황 감독 전술 핵심으로 활약하며 3연속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오는 2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조별 예선 3차전을 치른 뒤 싱가포르로 이동해 26일 4차전에 나선다. 한국은 태국에 31승 5무 9패로 상대 전적이 크게 앞서 있다.
2차 예선에선 각조 1·2위가 월드컵 3차 예선에 진출하는 동시에 2027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본선 진출권을 함께 획득한다.
월드컵 3차 예선에서 조 2위 안에 든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확보한다.북중미 월드컵은 본선 진출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 아시아지역 예선도 기존 방식과 차이를 보인다. 아시아에 배정된 출전권은 총 8.5장이다.
▶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태국전 소집 명단
골키퍼(3) : 송범근(쇼난벨마레) 이창근(대전하나시티즌) 조현우(울산HD)
수비수(8) : 권경원(수원FC) 김문환(알두하일) 김민재(바이에른뮌헨) 설영우 이명재 김영권(이상 울산HD) 김지수(브렌트포드) 조유민(샤르자)
미드필더(10) : 박진섭(전북현대) 백승호(버밍엄시티) 손흥민(토트넘홋스퍼) 엄원상(울산HD) 이강인(파리생제르맹) 이재성(마인츠) 정우영(VfB슈투트가르트) 정호연(광주FC) 홍현석(헹크) 황인범(FK츠베르타)
공격수(2) : 조규성(FC미트윌란) 주민규(울산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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