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랜던 도노반(42)은 아마도 미국 축구대표팀 역사에서 그 이름이 길이 남을 슈퍼스타일지 모른다. 미국을 대표하는 골잡이로 이름을 날렸고, ‘Soccer’보다는 ‘Football’이 지배했던 미국에 유럽식 축구를 대중화시킨 하나의 마중물 임무를 한 선수로 기억되고 있다. 도노반은 미국 대표팀 소속으로 A-매치 155경기에 뛰어 57골을 기록했다. 아직도 미국 축구 대표팀 역사상 최다 득점자다.
그런 도노반은 어린 시절 야구를 좋아하기도 했다. 만능 스포츠맨이었다는 평가다. 그런 도노반이 가장 좋아하는 팀은 LA 다저스다. 본업은 축구고 여전히 미국 축구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으나 야구도 줄곧 챙겨본다. 도노반은 최근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와 인터뷰에서 “나는 정말 다저스를 좋아했다. 페르난도(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오렐(오렐 허샤이저)가 그 팀에서 뛰었다. 나는 몇 년 동안 다저스의 경기를 모두 지켜보며 자랐다. 다저스에는 내가 좋아했던 수백명의 선수가 있었다”면서 야구와 인연을 과시했다.
그런 도노반은 아들 두 명도 모두 야구를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두 아들이 좋아하는 팀은 김하성(29‧샌디에이고)의 소속팀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다. 현재 도노반은 샌디에이고에 거주하고 있으며, 아들들도 자연스럽게 파드리스의 야구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다저스를 선택(?)한 아버지와 달리, 두 아들은 이제 파드리스의 열광적인 팬이 됐다.
도노반은 두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세 명의 이름을 꺼냈다. 첫 번째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다.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숨 막히는 재능을 지닌 타티스 주니어는 재능 하나는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해에도 장타와 화려한 주력 및 수비를 선보이며 재능 하나는 진짜임을 과시했다. 두 번째 이름은 매니 마차도다. 샌디에이고 클럽하우스를 이끄는 대장이자, 오랜 기간 메이저리그 정상급 3루수로 이름을 날렸다.
세 번째 이름은 김하성이었다. 도노반은 “우리 아들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매니 마차도, 그리고 김하성이다”면서 김하성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물론 도노반은 김하성의 팬이 아니겠지만, 아들들의 선호로 김하성이라는 이름 석 자를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이다. 도노반은 “지난해 아들들이 야구에 푹 빠졌다. 나처럼 아이들도 야구에 푹 빠져있다”면서 “내 생각에 아이들이 자라고, 우리가 4개의 채널을 시청한다. 나는 다저스를 보고 자랐고, 이제 아이들도 나와 똑같이 하게 됐다”고 즐거워했다.
아이들이 지난해 파드리스의 야구에 빠졌다면 김하성에 매력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김하성이 타티스 주니어나 마차도처럼 어마어마한 공격력을 보여주는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항상 성실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폭풍 같은 질주에 그림 같은 수비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공격에서도 한 방을 터뜨린다. 타티스 주니어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역동적인 요소들을 두루 갖췄다.
도노반의 아이들만 김하성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의 홈구장인 펫코파크에서 ‘아이돌급’ 대우를 받고 있다. 김하성이 타석에 들어설 때 ‘하성 킴’을 외치는 샌디에이고 팬들의 외침은 이미 문화로 자리 잡았다. 김하성이 펫코파크의 팬들에게 얼마나 큰 인기를 얻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시범경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샌디에이고의 보금자리인 미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도 김하성의 등장마다 ‘하성 킴’이라는 외침이 나온다. 김하성이 펫코파크의 락스타라는 말은 이제 과장이 아니다.
김하성은 지난해에도 바블헤드 데이를 개최했고, 올해도 바블헤드 데이가 예정되어 있다. 바블헤드 데이는 팀 내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선수들을 위주로 대상자를 선정한다. 모든 선수가 그 영광을 누릴 수는 없다. 그런데 김하성은 2년 연속으로 바블헤드 데이를 개최하는 주인공이 됐다. 말 그대로 팀 내에서 타티스 주니어, 마차도만 누린 특별 대우다. 그런 김하성을 트레이드한다면, 펫코파크의 팬들은 머리로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아쉬운 작별을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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