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축구회관, 김건일 기자] 2022시즌 프로축구 K리그1 득점왕은 최종전에서 결정됐다.
당시 제주 유나이티드 소속이었던 주민규는 최종전을 치르기 전까지 17골로 득점 1위에 올라 있었다.
그런데 15골을 기록하고 있던 조규성(당시 전북 현대 소속)이 최종전에서 멀티골로 주민규와 같은 17골을 맞췄다.
K리그에선 리그가 끝났을 때 최다 득점자가 공동으로 나오면 출전 경기 수와 시간이 더 적은 선수가 득점왕을 수상한다.
주민규가 37경기에 출전한 반면 조규성은 최종전이 31번째 경기. 규정에 따라 조규성에게 득점왕 영예가 돌아갔다. 최종전에서 일어난 역전이었다.
K리그 최고 득점왕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벌였던 둘은 국가대표팀으로 전장을 옮긴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앞두고 1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황선홍 국가대표팀 임시 감독이 발표한 소집 명단에 조규성과 함께 주민규가 이름을 올렸다.
조규성이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부터 빠지지 않고 대표팀에 승선한 반면 주민규는 이번이 첫 성인 대표팀 발탁이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33세 333일에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주민규는 한국 축구대표팀 사상 가장 늦은 나이에 처음 A대표팀에 발탁된 기록을 세우게 됐다. 기존 최고령 기록은 지난 2008년 10월 허정무 대표팀 감독 시절 송정현(당시 전남 드래곤즈)이 32세 131일에 처음 발탁된 것이다.
또 주민규는 오는 21일 열리는 태국과 경기에 출전할 경우 국가대표팀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전 기록도 세운다. 기존 최고령 데뷔전 기록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튀르키예전에 32세 168일 나이로 처음 A매치에 출전한 한창화다.
주민규는 2021년과 2023년 K리그1 득점왕, 그리고 2022년 공동 최다득점에 빛나는 활약을 펼치고도 전임 감독이었던 벤투,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으로부터 번번이 외면받았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마음을 비우고 묵묵히 상대 골문을 향한 활약을 이어갔다. 황 감독이 경기장을 직접 찾은 지난 두 경기에서 모두 득점하지 못했으나 한국 축구사에서 ‘전설적인 골잡이’로 불리는 황 감독이 주민규에게 손을 내밀었다.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주민규를 발탁한 이유를 묻는 말에 황 감독은 “축구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득점력이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3년 동안 리그에서 50골을 넣은 선수는 전무하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고 짧게 답했다.
황 감독이 주민규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아시안게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황 감독은 명단을 발표한 자리에서 “최전방 공격수 포지션이 문제”라며 “와일드카드로 주민규를 발탁하는 방안을 고려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주민규는 울산HD에서 빠져선 안 될 핵심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어 발탁할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주민규와 조규성은 2021년에도 ‘악연’으로 얽혀 있다. 그해 8월 감독이었던 벤투는 당시 K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었던 주민규가 아닌 조규성을 발탁해 선수 선발 논란에 휩싸였다. 이때 조규성의 기록은 16경기에서 불과 2골 3도움이었다.
논란은 두 번째 소집에서 더욱 커졌다. 당시에도 득점 선두 주민규가 아닌 조규성을 소집하자 벤투 감독에게 비판 여론이 따랐다. ‘벤투 감독이 K리그를 안 보는 것이 아닌가’라는 강한 비판도 있었다. 2022시즌 도중 국가대표 선발과 벤투 감독과 관련한 물음을 받자 주민규는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벤투 감독님 저 밉죠”라는 말과 함께 “벤투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 것 같다. 마음을 비웠다”고 웃었다.
주민규의 발탁 시기는 기존 주전 공격수 조규성의 부진과 맞물린다. 조규성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신데렐라’ 같은 활약으로 황의조를 체지고 한국 주전 공격수를 꿰찼다. 지난 아시안컵을 앞두고 황의조가 사생활 논란으로 대표팀 자격을 임시 박탈당하면서 아시안컵에서도 주전 공격수로 나섰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조규성은 비판 여론에 시달렸다. 조별리그에서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놓치는 등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로 민심과 대표팀에서 입지를 되찾았지만 호주와 8강전에 이어 요르단과 4강전에서 다시 침묵했다. 일본매체 풋볼 채널은 아시안컵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준 워스트 11명을 선정하면서 조규성(미트윌란)을 포함시켰다. 한국 선수로는 조규성과 함께 황인범, 박용우가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매체는 “한국은 대회 내내 결정력 부족에 시달렸다. 조규성이 자주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라며 “이번 대회 빅찬스 미스(5회)가 가장 많았던 선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서 막판 동점돌을 넣기도 했으나 그 전에도 너무 많은 찬스를 놓쳤다. 6경기 동안 10개의 슈팅을 시도해 1골박에 넣지 못했다. 정확도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절치부심하고 소속팀으로 돌아간 조규성은 다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복귀 후 두 번째 경기였던 오르후스 짐나스티크포레닝과 경기에서 시즌 9번째 골을 터뜨렸고 직전 경기였던 FC코펜하겐과 경기에선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등 득점을 올리지 못했으나 공격 진영에서 경기 내내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축구 통계업체 풋몹으로부터 팀 내에서 두 번쨰로 높은 평점 8점을 받았다.
황선홍 감독이 원톱과 측면 공격수를 배치하는 전술을 선호하고, 손흥민을 제회하면 최전방 공격수가 조규성과 주민규 단 두 명인 점을 고려했을 땐 선발은 한 명이 유력하다. 따라서 두 선수는 한국 축구 최고 골잡이였던 황 감독 앞에서 태국전 선발 자리를 위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오는 18일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첫 번째 소집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황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임시감독직을 수락한 이유와 선수 선발 배경을 묻는 말에 “대한민국 축구가 큰 위기에 처해 있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위원회에서 도움을 요청했을 때 상당히 고심이 많았다. 14년 동안 대표 선수 생활을 하면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 축구인 한 사람으로서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심 끝에 결정했다. 어려울 땐 피해가고 쉬울 땐 하고, 여태까지 축구해오면서 그렇게 축구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머릿 속에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까 생각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서 두 경기를 치를 생각”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시간이 많이 없어서 코칭스태프 선임 후에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55명 예비 엔트리를 정했다. 2주에 걸쳐 코치진과 K리그,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관전했다. 해외에 있는 선수들은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영상을 통해 컨디션과 포지셔닝 등 여러가지를 확인했다.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부상 선수를 제외한 23명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FIFA 랭킹에 따라 2차 예선 조 편성에서 1번 포트를 받은 한국은 싱가포르, 중국, 태국과 C조에 묶였다. 1차전에선 싱가포르를 5-0으로 완파했고 2차전에선 중국에 3-0 완승을 거두고 2승으로 조 1위에 올라 있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오는 2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조별 예선 3차전을 치른 뒤 싱가포르로 이동해 26일 4차전에 나선다. 한국은 태국에 31승 5무 9패로 상대 전적이 크게 앞서 있다.
2차 예선에선 각조 1·2위가 월드컵 3차 예선에 진출하는 동시에 2027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본선 진출권을 함께 획득한다.
월드컵 3차 예선에서 조 2위 안에 든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확보한다.북중미 월드컵은 본선 진출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 아시아지역 예선도 기존 방식과 차이를 보인다. 아시아에 배정된 출전권은 총 8.5장이다.
▶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태국전 소집 명단
-골키퍼(3) : 송범근(쇼난벨마레) 이창근(대전하나시티즌) 조현우(울산HD)
-수비수(8) : 권경원(수원FC) 김문환(알두하일) 김민재(바이에른뮌헨) 설영우 이명재 김영권(이상 울산HD) 김지수(브렌트포드) 조유민(샤르자)
-미드필더(10) : 박진섭(전북현대) 백승호(버밍엄시티) 손흥민(토트넘홋스퍼) 엄원상(울산HD) 이강인(파리생제르맹) 이재성(마인츠) 정우영(VfB슈투트가르트) 정호연(광주FC) 홍현석(헹크) 황인범(FK츠베르타)
-공격수(2) : 조규성(FC미트윌란) 주민규(울산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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