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무키 베츠(32‧LA 다저스)는 좋은 야구 선수 이전에 좋은 운동 선수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천부적인 운동 능력을 지녔다. 잘 뛰고, 또 작은 체구지만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낸다. 여기에 명석한 두뇌까지 갖췄다. 한 차례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7번의 올스타, 6번의 골드글러브, 6번의 실버슬러거 타이틀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말 그대로 리그 최고 선수 중 하나다.
그런 베츠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소식의 주인공이 됐다. 주전 유격수로 믿었던 개빈 럭스의 송구 문제에 고민하던 LA 다저스는 결국 베츠를 새로운 주전 유격수로 낙점했다. 아마추어 시절 베츠는 유격수 유망주였다. 그러나 프로에서는 2루수로 시작했고, 결국 외야로 나가 리그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다. 그런 베츠가 돌고 돌아 자신의 어린 시절 포지션으로 돌아온 것이다.
베츠는 지난해 럭스의 무릎 부상 시즌아웃으로 다저스 유격수 자리가 어려움을 겪자 유격수로 나서 98이닝을 소화하기는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임시였다. 다저스는 럭스가 돌아오면 다시 이 자리를 맡기고, 베츠는 원래대로 2루나 외야수로 투입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럭스의 송구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자 베츠에게 중책을 맡겼다. 어차피 외야는 빵빵한 상황이다. 2루는 럭스가 있다. 가장 취약한 유격수 포지션을, 가장 큰 카드로 메운 셈이다.
그런 베츠가 유격수 자리에 합류하자 기존 유격수들이 긴장하는 건 당연하다. 가뜩이나 치열한 최고 경쟁에 베츠가 끼어들었다. 베츠는 아직 풀타임 유격수로 뛴 적이 없다.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하지만 ‘야잘잘’ 이미지의 베츠는 유격수에서도 잘할 것 같은 인상을 풍긴다. 지난해 2루수로서도 대성공을 거뒀다. 당장 이 부문 올스타 및 실버슬러거의 가장 강력한 후보이고, 골드글러브도 노려볼 수 있다.
베츠가 유격수로 왔다는 소식에 내셔널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 중 하나인 댄스비 스완슨(30‧시카고 컵스)은 귀여운 투정까지 보였다. 스완슨은 10일(한국시간) 한 팟캐스트 프로그램에 출연해 베츠의 유격수 전환이 다가오는 내셔널리그 유격수 올스타 투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나도 방금 그 생각을 했다. 올해는 아무도 그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맞죠? 그는 유틸리티 선수에요”라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베츠는 지난해 우익수로 701⅔이닝, 2루수로 485이닝, 그리고 유격수로 98이닝을 소화했다. 그래서 2023년 골드글러브 투표 당시 유틸리티 플레이어로도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 베츠를 누르고 해당 부문 수상을 한 선수가 바로 김하성(29‧샌디에이고)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유격수로 고정될 경우, 올스타전 투표에서 독식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워낙 인지도 있고 인기 있는 선수에 LA 다저스라는 거대한 팬덤까지 있다. 스완슨은 지난 2년간 내셔널리그 올스타이자,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수상자였다. 베츠라는 거대한 경쟁자가 출연한 것에 대해 농담으로 경계를 풀어낼 것이다.
내셔널리그 유격수 올스타 경쟁은 베츠의 가세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스완슨이 방어에 나서는 가운데,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 프란시스코 린도어(뉴욕 메츠)라는 선수들도 강력한 이름들이다. 터너와 린도어, 그리고 베츠는 모두 총액 3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허리에 두르고 있다. 스완슨도 1억7700만 달러 계약을 지난해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올스타 최종 선정에서 고배를 마셨던 김하성이 유격수로 돌아왔다. 샌디에이고는 올 시즌을 앞두고 기존 유격수였던 잰더 보가츠와 김하성의 포지션을 바꿨다. 김하성은 유격수로 생애 첫 올스타에 도전한다. 지난해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날렸던 ‘괴물’ 오닐 크루스(피츠버그) 또한 자기 기량을 발휘하면 선풍적인 인기를 끌 만한 스타성을 가진 선수다. 김하성이 이들과 경쟁을 벌이며 올스타전 투표에 불을 지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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