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4시즌 개막전인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총상금 110만 싱가포르달러)에서 우승자 김재희만큼이나 환호와 박수를 받은 선수가 있다.
바로 최종 3위(15언더파 273타)로 대회를 마친 아마추어 오수민(15)이다.
오수민은 10일 싱가포르의 타나메라 컨트리클럽 탬피니스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때렸다.
3라운드까지 3타 차 단독 선두였던 오수민은 1번 홀(파4)과 3번 홀(파4)에서 연거푸 보기를 적어내 김재희에게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공동 2위였던 17번 홀(파4)에서도 보기를 쳐 3위로 내려갔다.
오수민이 이날 우승했다면 KLPGA 투어 사상 네 번째로 어린 우승자로 이름을 남기고 2017년 최혜진을 마지막으로 끊긴 ‘아마추어 우승’을 기록할 수 있었다.
비록 위업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마추어가 프로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 경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골프에 큰 호재다.
오수민의 롤 모델인 황유민도 이날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오수민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며 격려했다.
오수민은 전날 3라운드 16번 홀(파3)에서 첫 보기를 적어내기 전까지 1라운드부터 51홀 연속 ‘노 보기 행진’을 펼쳤다.
이날 마지막 18번 홀(파5) 두 번째 샷에서는 드라이버를 꺼내는 과감함을 선보이기도 했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오수민은 당찬 골퍼의 모습을 벗고 영락없는 고등학생으로 돌아와 있었다.
오수민은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한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정말 많이 배웠던 대회였다”며 “마음이 급해질 때 차분해지는 방법을 배웠다”고 돌아봤다.
특히 3라운드 같은 조였던 패티 타와타나낏(태국)을 언급하며 “파 5홀에서 2온을 노리셨는데, 노릴 땐 노리고 지킬 때는 확실히 지키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우승 욕심은 없었냐는 질문엔 “사실 별생각이 없었다. 대회 목표가 예선 통과와 베스트 아마추어였다. 어제도 그냥 5등 안에만 들자는 생각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다만 “어젯밤에는 떨렸다. 오늘 코스에 나가면서 그냥 1라운드라고 생각하고 임했다. (캐디인) 아빠와 계속 이야기하며 긴장을 떨쳐냈다”고 했다.
이날 18번 홀에서 시도한 노림수에 대해선 “마지막 홀이니까 후회 없이 좀 과감하게 쳐보자는 생각이었다”며 “라이가 좋지 않았던 것에 비해 잘 쳐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작년 8월 송암배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우승한 오수민은 지난해 상비군을 거쳐 올해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KLPGA 투어 교촌 1991 레이디스 오픈에서 300야드가 넘는 장타를 날리며 공동 9위에 오르기도 했다.
bin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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