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입지가 확실하게 좁아졌다. 이제는 에릭 다이어의 체력 안배 차원에서 후반에 들어가고 말았다.
김민재는 9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5라운드에서 마인츠 05를 상대로 후반 뒤늦게 들어가 15분가량 뛰었다.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하고 줄곧 풀타임이 당연했던 김민재에게 이례적인 상황이 찾아왔다.
김민재는 혹사에 가까운 전반기를 보내고 후반기에도 입지가 변함없어 보였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김민재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바로 바이어 04 레버쿠젠전에 선발 투입하면서 신뢰를 보냈었다.
그런데 지금은 두 경기 연속 선발에서 제외됐다. 주중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라치오와 16강 2차전에서 벤치에 앉아 지켜본 김민재는 이날 마인츠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계 카메라도 지금의 상황이 낯선지 경기 도중 김민재를 클로즈업하기도 했다.
김민재는 현재 부상이나 경기력이 떨어진 상태가 아니다. 센터백 조합 측면에서 다이어와 마티아스 더 리흐트에게 밀렸다. 독일 언론을 중심으로 김민재가 아닌 다이어를 최후방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었고, 실제로 가동해보니 결과를 내고 있다. 김민재가 아시안컵 출전으로 팀을 떠나있는 기간에도 다이어와 더 리흐트 조합이 가동됐었고, 꽤 호흡이 쌓이자 이제는 승리 파트너로 굳어지고 있다.
투헬 감독의 최근 인터뷰에서도 김민재의 입지가 잘 드러난다. 투헬 감독은 라치오전을 이기고 “김민재를 제외하는 것은 힘든 결정이었다. 그러나 다이어와 마타이스 더 리흐트가 RB 라이프치히전에서 잘해줘서 기용하게 됐다”라고 김민재 대신 다이어를 중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 연장선으로 마인츠전도 준비했다. 투헬 감독은 마인츠와 경기 직전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김민재에게 정말 어려운 시간이다. 지금도 충분히 뛸 자격이 있고, 아주 훌륭하다. 그러나 이럴 때도 있다”며 “다이어와 더 리흐트가 앞서 두 번의 홈경기를 치러봤다. 그래서 조합을 고수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투헬 감독이 봐도 다이어와 더 리흐트의 호흡이 준수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그는 “다이어는 매우 명확한 플레이와 말을 한다. 수비진을 잘 조직하는 능력이 있어 더 리흐트와 관계가 좋다. 아무래도 그들이 한 발 앞서 있다”라고 김민재의 3옵션 하락을 인정했다.
신뢰를 받아선지 다이어는 내용과 결과로 증명하고 있다. 마인츠를 상대로 파이터형도 가능한 센터백이라는 걸 보여줬다. 라치오전만 하더라도 수비수치고 이례적인 경합 0회를 남겼는데 마인츠전은 달랐다. 축구 통계 사이트 ‘풋몹’에 따르면 지상 경합 성공률 100%(4/4)과 공중 경합 성공률 100%(1/1)를 자랑했다.
그밖에도 92%의 패스 성공률(46/50), 클리어링 3회, 리커버리 6회, 롱패스 성공 5회 등으로 공수 활약이 좋았다. 이를 바탕으로 풋몹은 7.4점의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 또 다른 통계 전문 ‘소파 스코어’는 7.2점, ‘후스코어드닷컴’ 역시 같은 평가로 호평했다.
김민재를 쌍심지 켜고 바라봤던 독일 언론의 평가도 다이어에게는 후하다. 독일의 평점은 1~5점까지 낮을 수록 수훈 선수로 판단한다. 그동안 김민재가 전 지역을 커버하며 몸을 혹사시킬 때도 1~2점은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다이어는 ‘빌트’로부터 라치오전과 마인츠전 모두 2점으로 꽤나 큰 칭찬을 들었다.
바이에른 뮌헨도 김민재만 빼고 다 좋다. 마인츠에 무려 8골을 터뜨리면서 공격진도 신을 냈다. 경기 시작 13분 만에 첫 골을 뽑아냈다. 르로이 자네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파고들며 기회를 만들었고, 문전으로 땅볼 패스를 건넸다. 이를 해리 케인이 가볍게 밀어넣으면서 대승의 신호탄을 쏘았다.
추가 득점도 빠르게 이어졌다. 고작 6분 뒤 오른쪽에서 짧게 코너킥을 연결한 바이에른 뮌헨은 조슈아 키미히가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이번에도 케인이 머리를 갖다댄 볼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레온 고레츠카가 허벅지로 밀어넣었다. 단숨에 2-0으로 승기를 잡았다.
마인츠도 전반 31분 호쾌한 중거리 슈팅으로 만회골을 넣었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코털만 건드린 꼴이 됐다. 전반 추가시간 7분까지 케인이 골을 넣으면서 점수차를 벌려나갔다.
짧은 휴식을 끝내고 바이에른 뮌헨은 후반 시작부터 소나기 득점을 이어나갔다. 후반 2분 무시알라가 수비를 따돌리고 문전으로 연결한 패스를 뮐러가 쇄도해 마무리했다. 어느덧 4-1까지 스코어가 벌어졌다.
바이에른 뮌헨은 격차를 계속 벌렸다. 후반 16분 케인이 공격 방향을 바꾸는 패스를 보여줬고, 이를 받은 무시알라가 차분하게 5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 21분에도 고레츠카의 크로스를 그나브리가 감각적인 힐킥으로 6-1을 만들었다.
4분 뒤 케인이 기어코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코너킥에서 다이어의 헤더가 골키퍼에 막혀 나오자 케인이 재차 머리를 들이밀어 골망을 흔들었다. 처음에는 오프사이드가 선언됐지만 비디오 판독(VAR) 결과 문제 없는 골이었다. 케인이 해트트릭으로 분데스리가 첫 시즌에 30골 고지를 밟는 데 성공했다.
7-1이 되어서야 김민재가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었다. 후반 30분 다이어의 체력을 안배하는 차원에서 김민재가 들어갔다. 김민재는 후반 45분 마인츠의 크로스 시도를 제공권 경합으로 이겨내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주전 경쟁의 흐름을 바꿀 만한 장면은 많지 않았다.
지금은 기회가 다시 오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날 다이어를 대신해 후반 30분 들어간 김민재는 인터셉트 1회, 클리어링 1회, 리커버리 2회, 공중볼 경합 승리 1회 등으로 대승을 마무리하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 다만 라치오전 풀타임에 이어 마인츠전까지 선발로 뛴 다이어의 체력을 안배하는 카드로 쓰인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다이어와 더 리흐트 조합이 승리를 보장하고 있어 김민재는 한동안 교체로 굳어질 전망이다. 하필 바이에른 뮌헨의 다음 상대도 최하위인 다름슈타트로 약체다. 마인츠전처럼 바이에른 뮌헨의 대승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곧 후방에 큰 과제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일주일 푹 쉬고 나서는 만큼 투헬 감독 입장에서도 다이어와 더 리흐트 조합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 다름슈타트전에서도 다이어와 더 리흐트가 선발로 나서 또 다시 적은 실점으로 승리를 이끌면 김민재의 선발 복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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