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6번 치고 싶다.”
KIA 타이거즈 타격장인 최형우(41)는 김종국 전 감독 취임식 직후 위와 같이 말했다. 이젠 본인도 나이가 들었고, 팀내 환경을 볼 때 자신보다 후배들이 앞장서서 타선을 이끄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농담 반, 진담 반이었지만, 나름대로 뼈 있는 발언이었다.
최형우의 꿈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우선 2022시즌의 경우 최형우 본인이 다소 부진했다. 2021시즌 부진 여파에선 벗어났지만, 최형우다운 시즌이 아니어서 타순을 논하는 건 큰 의미 없다. 그런데 거의 전성기 위력을 찾은 2023시즌의 경우, 부상자 속출로 최형우가 6번을 칠 여력이 없었다.
그런데 2024시즌, 최형우의 꿈이 2년만에 이뤄질 조짐이다. KIA 이범호 감독은 9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서 최원준~박찬호~김도영~나성범~소크라테스 브리토~최형우~김선빈~한준수~이우성으로 선발라인업을 짰다.
작년 기준 3할2푼이자 타격왕 경력이 있는 김선빈이 7번을 쳤다. 작년 3할1리의 이우성은 9번에 들어갔다. 그 정도로 상위타선과 중심타선의 힘이 막강했다. 이범호 감독은 나성범이 3번에 있는 것보다 4번에 들어가는 게 이상적이라고 봤다. 극단적으로 3번에서 2사 후 2루타를 칠 때보다, 빠른 타자 3명이 앞에서 생산력을 보여주고 4번에서 쓸어담는 게 좋다는 계산이다.
그리고 소크리테스가 5번에서 책임감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최형우가 6번에 붙박이로 들어갈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은 최형우를 6번 타순에 놓으면서 이젠 부담을 줄여주고 싶다고 했다. 아무리 지난해 회춘했다고 해도, 41세다.
물론 이범호 감독은 “다른 타순도 시험해보고 할 것이다”라고 했다. 144경기를 모두 이렇게 치르긴 어렵다. 여러 변수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상자 없이, 주축타자들이 슬럼프를 최소화하면 ‘최형우=6번 타자’ 공식이 시즌 내내 유지될 수도 있다.
최형우는 이날 선제 솔로포를 터트리는 등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으로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어쩌면 최형우가 올해 공포의 6번타자, KBO리그 최고의 6번타자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최형우의 6번 타자는 삼성왕조 시절,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6번을 쳤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 삼성왕조 4번 타자가 다름 아닌 최형우였다. 당시 삼성타선은 리그 최강이자 국가대표급이었다.
그때 삼성타선을 이끈 류중일 국가대표팀 감독은 6번 폭탄타순론을 주창했다. 6번 타자는 보통 주자가 많은 상황서 타석에 들어가는데, 한 방을 치면 빅이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범호 감독 역시 6번 타자가 2사 후 찬스 때 타석에 들어서는 확률이 높다면서, 최형우가 터지면 팀 공격이 잘 풀릴 것이라고 했다. 최형우가 올해도 맹활약하면 KIA 타선은 활화산처럼 동반 폭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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