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넘자 스톤스 보인다…다이어 “잉글랜드 국대 왜 안 되겠나” 자신감 폭발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바이에른 뮌헨에서 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김민재와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에릭 다이어가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복귀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이어는 7일(한국시간) 영국 더선과 인터뷰에서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복귀 가능성을 묻는 말에 “바이에른 뮌헨 같은 팀에서 뛰고 좋은 경기를 하고 있다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다. 왜 안 되겠느냐”라고 했다.
이어 “국가대표팀은 정말 단순한 팀”이라며 “소속팀에서 가능한 잘 뛰려고 노력하지만 다른 모든 것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레스(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와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은 없지만 좋은 경기를 하는 것은 나에게 달렸다”고 강조했다.
잉글랜드 출신인 다이어는 7살 때부터 포르투갈에서 자라 잉글랜드 출신 선수로는 특이하게 포르투갈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스포르팅 유스팀 시절 두각을 보였고 프로 계약까지 맺은 이후 잠재력을 알아본 토트넘 홋스퍼로 2014년 이적했다.
다이어는 이적 첫해부터 28경기에 출전하면서 토트넘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2015-16시즌엔 무려 37경기에 출전했고 2016-17시즌 36경기, 2017-18시즌 34경기에 나섰다.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하며 팀엔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2018-19시즌엔 부상으로, 2019-20시즌엔 부진으로 출전 시간이 줄어들었으나 2020-21시즌엔 센터백으로 정착하며 다시 주전으로 올라섰다. 2021-22시즌에도 35경기, 지난 시즌에도 33경기에 출전했다. 2019-20시즌이 끝난 뒤엔 토트넘 홋스퍼와 계약 기간을 2024년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꾸준한 출전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치를 수록 잦은 실수에 팀 성적 부진이 맞물리면서 다이어를 향한 비판 여론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이번 시즌을 앞두고 미키 판 더 펜이 합류하면서 입지가 줄었다. 지난 11라운드 첼시전 교체 출전이 이번 시즌 다이어에겐 첫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퇴장당하고 판 더 펜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다이어에게 기회가 갔다. 시즌 초반 ‘세 번째 중앙 수비수’로 뛰었던 다빈손 산체스가 갈라타사라이로 이적하면서 1군에 중앙 수비수는 다이어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력 부진에 다이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경기장에서 사라졌다. 12라운드 울버햄턴 원더러스와 경기가 결정적이었다. 이 경기에서 토트넘은 후반 추가 시간에만 두 골을 허용하며 1-2로 역전패했다. 토트넘 출신 방송인 제이미 오하라는 “다이어를 여름에 내보냈어야 한다. 벤 데이비스는 괜찮았다. 센터백이 아닌 것 치고 제 역할을 잘했다. 하지만 내 생각에 다이어는 아니었다. 실수를 두 차례 저질렀다. 두 골 모두 다이어가 못 막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여름에 다이어를 (팀에서) 제거했어야 했다”며 “아무도 그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팀에 돌아오게 됐다. 이것이 문제다. 내보내려했던 선수들이 다시 뛰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다이어가 건강한 상태로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측면 수비수인 에메르송 로얄과 벤 데이비스를 중앙 수비수로 기용했을 만큼 다이어를 철저하게 배제했다. 전력 외라는 것을 드러내고 다이어에게도 뜻을 전한 셈이다.
다이어에게 손을 내민 팀은 놀랍게도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김민재 등을 받칠 센터백 보강을 추진했던 바이에른 뮌헨은 우선 영입 대상이었던 라드 드라구신을 놓치자 다이어로 선회했고, 6개월 임대 계약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드라구신은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했다.
다이어는 입단 기자회견에서 “내 꿈이 이뤄진 이적이다. 어린 시절부터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클럽에서 뛰길 원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구단이며 엄청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수비를 비롯해 멀티 플레이어 자질을 통해 팀을 돕고 싶다. 새로운 동료들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기장이라고 생각하는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하루빨리 팬들을 만나고 싶다”며 “내 나이는 아직 29살이다. 난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 이제 서서히 최고의 시절이 오고 있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바이에른 뮌헨이 다이어를 영입한 가장 큰 이유는 중앙 수비수 깊이를 더하고 필요할 경우 ‘6번 미드필더’를 맡기기 위해서였다.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풀럼 미드필더 주앙 팔리냐를 놓친 이후 수비형 미드필더를 필요로 했다.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다이어는 바이에른 뮌헨에 큰 힘이었다.
다이어의 영입을 도맡아 처리한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바이에른 뮌헨 스포츠 디렉터는 “다이어와 계약할 수 있어서 기쁘다. 이번 이적 시장에서 우리 계획에 늘 있었던 선수다. 다이어는 앞으로 우리 팀 수비에서 귀중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면서 “다이어의 개인 기량과 국제적인 경험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우리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이어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엔 케인이 입김을 불어넣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다이어 영입설이 돌았을 당시 “케인은 다이어와 바이에른 뮌헨 생활에 관련히 폭 넓게 이야기를 나눴으며 다이어 영입을 완료하려고 하는 투헬과 바이에른 뮌헨 수뇌부에 다이어를 적극 추천했다”고 영국 풋볼인사이더는 알렸다.
케인은 다이어가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한 날 “다이어가 빠르게 적응했으면 한다”며 “몇 가지 조언을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다이어의 행보는 반전이다. 지난해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중앙 수비수 중 가장 높은 김민재를 밀어내고 선발을 차지할 기세다.
다이어는 김민재가 아시안컵으로 팀을 떠나 있는 사이 출전 기회를 얻었다. 지난달 25일 우니온 베를린과 경기에서 교체 출전을 데뷔전을 치렀고 아우구스부르크와 다음 경기에선 선발로 나섰다.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와 경기에서도 선발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다이어가 출전한 3경기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3연승을 달렸고 다이어 역시 선발로 출전한 두 경기에서 7점대 평점으로 호평받았다.
문제는 지난 11일 바이어 레버쿠젠과 경기였다. 다이어에게 신뢰가 쌓인 토마스 투헬 감독은 김민재와 다욧 우파메카노와 함께 다이어를 스리백으로 기용했다. 마티아스 더리흐트를 벤치에 앉혔을 정도로 다이어를 향한 신뢰가 굳건했다.
그런데 이 경기는 다이어에겐 최악의 날이 됐다. 패스는 부정확했고 수비 진영에서 실수가 적지 않았다. 실점 위기로 이어진 ‘아찔한’ 실수도 있었다. 긴 패스를 9차례 시도해 불과 4회 성공했으며 크로스는 3개 시도해 모두 실패했다. 축구 통계업체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다이어가 기록한 턴오버(Possession lost, 소유권 상실)는 무려 17회. 우파메카노는 10회, 김민재가 5회에 불과하다. 또 다른 축구 통계업체 풋몹은 다이어에게 평점 6.3점을 매겼는데 이는 김민재(7.0점), 우파메카노(6.8점)까지 선발 출전한 수비수 3명 중 가장 낮다. 바이에른 뮌헨은 0-3으로 완패했다.
하필이면 이날 경기 전까지 20경기를 치르는 동안 레버쿠젠이 승점 52점으로 1위, 바이에른 뮌헨이 승점 2점 차이 2위였다. ‘승점 6점짜리 경기’, ‘사실상 결승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만큼 양팀에 중요한 경기였다. 바이에른 뮌헨은 이 경기 패배로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독일 빌트는 “다이어의 경기력을 충분히 지켜본 결과, 바이에른 뮌헨은 이번 시즌이 끝나고 다이어와 동행을 연장할 생각이 없다”고 혹평했다.
김민재가 아시안컵으로 빠진 사이 출전 기회를 얻었던 다이어는 김민재가 돌아온 뒤 입지가 더욱 줄었다. 투헬 감독은 라치오와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 다시 다이어를 벤치에 앉히고 김민재를 선발로 냈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다욧 우파메카노가 퇴장당한 악재 속에 0-1로 졌다. VfL 보훔과 다음 경기에서도 2-3으로 충격패를 당했다.
그러자 투헬 감독은 다시 다이어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런데 김민재를 벤치에 앉히고 다이어를 선발로 내니 결과가 좋아졌다. 지난달 25일 난적 라이프치히RB전 2-1 승리가 결정적이었다. 다음 경기였던 SC 프라이부르크전에선 다이어와 김민재를 선발로 냈고 2-2로 비겼다.
그리고 지난 6일 열린 챔피언스리그 16강전 2차전에 다이어는 마티아스 더리흐트와 함께 선발 출전했다. 전반기 부동의 주전 수비수였던 김민재가 다시 벤치에 앉았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우파메카노는 (퇴장으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상황이며 더리흐트와 다이어는 라이프치히와 경기에서 아주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래서 이 두 선수를 선발로 기용하기로 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김민재를 벤치에 둔 것은 힘든 결정이었다. 경기력과 아무 상관 없다. 우린 그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이어와 더 리흐트를 축으로 수비 라인을 꾸린 투헬 감독의 결정은 성공적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슈팅 24개를 시도하는 동안 유효 슈팅을 하나도 허용하지 않고 3-0 완승을 거뒀다. 바이에른 뮌헨이 무려 8경기 만에 거둔 무실점 승리다.
다이어는 평소보다 더 빠릿하게 움직였고, 상대 패스를 먼저 읽고 차단하는 부분도 여럿 보였다. 특유의 대각 롱패스로 르로이 자네와 같은 측면 공격수에게 정확하게 연결해 박수도 받았다.
이를 통해 다이어는 독일 매체 빌트로부터 평점 2점을 받았다. 1~5점까지 낮을 수록 수훈 선수에 가까운 독일 평점에서 2점은 꽤나 큰 호평이다. 그동안 김민재가 전 지역을 커버하며 몸을 혹사시킬 때도 좀처럼 받지 못하던 평가다.
독일 매체 ‘바바리안 풋볼’ 은 라치오와 경기가 끝나고 “루메니게는 뮌헨의 겨울 이적시장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다. 그는 큰 규모의 영입은 없었지만 뮌헨이 괜찮은 1월 이적시장을 보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솔직히 말하자면, 다이어가 날 놀라게 했다. 다이어는 이번 시즌 토트넘에서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지만, 뮌헨에서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특히 수비에서는 좋은 대안이 됐다. 다이어는 신체적으로 강력하고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강하며, 전술적으로 영리하면서 패스 실력도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이 경기가 끝나고 케인은 다이어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 돌아와야 한다고 공개 지지에 나섰다. 더선과 인터뷰에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도 최고 수준에서 플레이하는 또 다른 영국인을 보는 게 아주 기쁠 것이다. 다이어가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것”이라며 “다이어는 지난 몇 년간 대표팀에서 큰 역할을 했다. 유로 2024 예선 스쿼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우리와 함께 했다. 유로 2024에는 함께 갔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케인은 다이어를 가까이 두며 존중을 표한다. 평소 다이어를 향해 꿀이 떨어지는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지난달 바이에른 뮌헨 팬들과의 오프라인 만남에서도 팀내 가장 좋아하는 동료를 묻자 “에릭 다이어. 새로온 친구”라고 답했다. 오래된 절친이면서도 바이에른 뮌헨 신입생이기도 해 폭소를 불렀다.
“케인은 다이어와 바이에른 뮌헨 생활에 관련히 폭 넓게 이야기를 나눴으며 이번 달에 다이어 영입을 완료하려고 하는 투헬과 바이에른 뮌헨 수뇌부에 다이어를 적극 추천했다”고 영국 풋볼인사이더는 알렸다.
케인은 다이어가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한 날 “다이어가 빠르게 적응했으면 한다”며 “몇 가지 조언을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대 신분이었던 다이어는 다음 시즌도 바이에른 뮌헨에서 뛴다.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2일 공식 채널을 통해 다이어와 계약이 2025년 6월 30일까지 한 시즌 연장됐다고 발표했다. 다이어는 바이에른 뮌헨으로 임대되면서 일정 경기 수를 충족한다면 자동으로 계약이 1년 연장되는 조항을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막스 에베를 뮌헨 스포츠 디렉터는 “다이어의 계약은 상호 합의된 내용에 따라 뮌헨과 1년 연장되었다. 다이어는 뮌헨 수비에 귀중한 지원군이다”라고 설명했다.
다이어도 뮌헨과 계약 연장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뮌헨 공식 채널을 통해 “뮌헨에서 매우 행복하다. 미래는 정해졌다. 오로지 내 성과와 클럽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집중하겠다. 비록 지금은 어렵지만, 뮌헨의 승리와 우승을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다이어는 라치오전 활약으로 8일 UEFA가 발표한 2023-24 UEFA 챔피언스리그 이주의 팀에 이름을 올렸다. 다이어는 5-2-3 포메이션에서 팀 동료 더리흐트와 함께 중앙 수비진에 자리했다. 남은 한 자리는 라이프치히RB(독일) 센터백 빌리 오르반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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