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손태규의 직설] “누가 흘렸나”…한국 축구 ‘혼란의 도가니’에 빠뜨린 ‘더 선’의 실체

마이데일리 조회수  

아시안컵에서 손가락을 다친 손흥민./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 달 영국의 ‘더 선’이 대한민국 축구를 극도의 혼란에 빠트렸다. 한국의 품격과 인상마저 망가트렸다. 

더 부끄러운 것은 ‘신문’이라고 잘 불리지도 않는 ‘타블로이드’에 당한 것이다. 원래 그 단어는 신문의 크기를 말했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선정성, 흥미·오락 기사가 가득한 저질 신문을 가리키는 단어로 바뀌었다. 객관성·정확성을 무시하는 매체를 말한다. 영국은 유명인 사생활을 쫓아 사진 찍는 파파라치들이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죽음으로 몰고 간 곳. 그만큼 ‘타블로이드 저널리즘’이 기승을 부린다.

■ “더 선은 쓰레기”

‘더 선’은 타블로이드의 대명사. 1964년 창간 이후 숱한 말썽을 일으켜 왔다. 저질 내용뿐 아니라 끊임없는 가짜, 과장 기사 탓에 한 때 공공도서관 반입이 금지될 정도였다.

더 선이 더 심한 악명을 얻은 것은 축구 때문. 영국 스포츠 사상 최악의 ‘힐즈버러 경기장 참사’ 원인에 관해 ‘가짜뉴스’를 쓴 것이다. 참사 후 더 선은 프리미어 리그 명가들인 리버풀과 에버턴이 있는 리버풀 시에서 쫓겨났다. 35년 동안 리버풀에 살든 아니든 두 구단 팬들은 그 매체를 거부하고 있다. 그들은 ‘The Sun’ 대신 ‘The Scum(쓰레기)’이라고 부른다.

'핑퐁 게이트'를 첫 보도한 영국 더 선/더 선 캡쳐

1989년 셰필드의 힐즈버러 경기장에 열린 FA 컵 준결승 리버풀과 노팅엄 시합. 관중들이 한꺼번에 몰려 96명이 숨지고 766명이 부상 당한 사고가 일어났다.

나흘 뒤 더 선은 ‘진실’이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리버풀 관중들이 난동을 부려 일어난 참사라고 몰아붙였다. “술 취한 훌리건들이 경찰 등 구조대원들을 폭행. 일부는 희생자들의 주머니를 뒤져 훔쳤다. 용감한 경찰들에게 오줌을 누었다”는 작은 제목들도 달았다.

그러나 1990년 조사위는 리버풀 관중들에 대한 모든 비난은 근거 없다고 결론 내렸다. 운동장의 구조 문제와 경찰의 무능한 통제 등이 빚은 사고라는 것.

더 선은 정정은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그 이후도 더 선의 행태는 언론이라고 할 수 없었다. 타블로이드다웠다.

1993년 담당 부장은 엉터리 기사를 실은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그러나 하원의원의 잘못된 정보에 의한 가짜 뉴스라고 핑계 댔다. 어느 나라든 욕먹기 일쑤인 정치인 탓으로 돌리면서 위기를 빠져나가려 했다. 이마저도 13년 뒤에는 “신문 소유주 지시에 따라 억지 사과를 했다. 그때도 미안하지 않았고 지금도 미안하지 않다”고 말을 바꿨다.

사고 후 16년이나 지난 2005년 편집국장은 “힐즈버러 보도는 영국 언론에서 최악의 실수였다. 끔찍한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유족들은 당시 부장을 ‘비열한 부장’이라 부른다. 그는 2017년엔 리버풀을 모독하는 칼럼을 썼다. 리버풀은 더 선 기자들의 안필드 구장 출입을 금지했다. 기자회견 참석도 막았다. 에버턴도 같은 조치를 했다.

리버풀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더 선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분노하는 것은 리버풀 사람들만이 아니다. “더 선은 가짜 정보를 팔고 최악의 거짓을 소셜미디어에 퍼트리는 신문. 왜 그런 것이 필요한가? 발행 금지되어야 한다.” “신문이 아니다. 영국 사회의 결핍된 부분에 호소하는 쓰레기 더미다.” 영국인들의 평가 가운데 일부다. 2017년 조사에서 “영국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자는 겨우 5%. 조사 대상 매체 가운데 꼴찌였다.

■ ‘악의적 흘리기’가 빚은 파문?

영국 기자들은 취재 안 하기로 유명하다. 하물며 더 선이 무슨 관심·열성이 있다고 한국 팀에 접근 취재를 하겠는가. 현장에 기자를 보낼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 ‘흘리기’를 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내용. 더 선은 얼떨결에 흘려 받은 내용을 무책임한 습관대로 터트렸을 뿐이다. 흘린 사람 말밖에 없다. 당사자나 목격자 확인 취재가 전혀 없다. 기본이 안 된, 정상 언론이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기사다.

‘흘리기’엔 사악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주로 이기심에 의한 행위이기 때문. 모든 흘리기가 나쁜 것은 아니다. 용감하게 정부 내 부패를 고발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개인 이익 또는 특정인 보호를 위해 내부 정보를 흘리는 것은 ‘악의적 흘리기’다. 남들이 곤욕을 치르든, 조직이 위험에 빠지든 상관없이 자기 목적만 이루면 그만인 것.

이번 일은 충분히 내부에서 수습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선수들이나 나라 꼴이 어떻게 되든 외국의 저질 타블로이드에 악의적 흘리기를 하는 것은 언론공작의 전형이다. 매국노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특정인을 지키기 위해 국가대표의 내부 정보를 ‘The Scum(쓰레기)’에 흘리는 추악한 언론공작을 저질렀다면 그 사람이 매국노다.

◆손태규 교수는 현재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로 재직중이다.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스포츠, 특히 미국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많다.

많이 본 뉴스

마이데일리
content@www.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스포츠] 랭킹 뉴스

  • 음바페, '7번' 비니시우스와 '9번' 홀란드에게 밀렸다…등번호 대표하는 베스트11
  •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도 당했다…일본에 0-4 완패
  • 아모림, 퇴출 1호 결정했다…EPL격에 맞지 않는 600억 스트라이커 낙점→입단 7개월만에 쫓겨나다니…‘충격’
  • 토트넘 수비진 초토화 위기…하프타임에 셀프 교체 요청, 판 더 벤 이어 로메로도 부상
  • 신진서, 커제에 극적인 반집 역전승…삼성화재배 8강 진출
  • 한국, 일본전 9연패에 빠져…불펜의 붕괴가 아쉬움

[스포츠] 공감 뉴스

  • '통한의 5회·7회'…韓, 일본에 패해 슈퍼라운드 진출 '빨간불'
  • “코치들이 힘들 것” 호부지가 FA 선물을 받긴 어렵지만…2월의 특별한 서비스타임 예고, 생존모드
  • 포지션 경쟁자가 세계 최고 센터백 김민재…방출 수순 다이어, 분데스리가 벤치 신세 일레븐 선정
  • '투트쿠·김연경 42점' 흥국생명, 도로공사 잡고 개막 7연승…삼성화재, OK저축은행에 승
  • KBL 최초 '비선출 출신 프로선수' 탄생→소노, 정성조 지명...김승기 감독 "배고픈 선수인 것 같더라" [MD고양]
  • 베네수엘라, A조 1위로 슈퍼라운드 진출…미국도 동반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육즙이 꽉 차, 탱글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돼지구이 맛집 BEST5
  • 진한 육향이 국물에 스며들어 있는 돼지찌개 맛집 BEST5
  • 사계절 내내 관광객이 붐비는 여행지, 강릉 맛집 BEST5
  • ‘여기’에 먹으면 더 맛있는, 뚝배기 맛집 BEST5
  • [오늘 뭘 볼까] 임윤찬의 공연을 스크린에서..영화 ‘크레센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
  • [맥스무비레터 #77번째 편지] 투둠! ‘오징어 게임’ 시즌2 시청 길라잡이🦑
  • [위클리 포토] 송승헌은 왜 조여정에게 사과했을까?
  • [리뷰: 포테이토 지수 83%] ‘아침바다 갈매기는’, 떠나간 자와 남겨진 자
//php echo do_shortcode('[yarpp]'); ?>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북한, 자폭무인기로 BMW 차량 폭파 장면 공개

    뉴스 

  • 2
    "올해 물량 정리하나?"…5성급 호텔 실내 '제네시스 G90' 폭탄 할인

    뉴스 

  • 3
    NCT DREAM, 라인프렌즈 스퀘어 신사 ‘드림 이스케이프’ 팝업 오픈

    연예 

  • 4
    '포켓몬 고' 지스타 2024, 세대 넘나드는 열기 속으로 고!

    차·테크 

  • 5
    국내 스타트업 CES 혁신상 쾌거…투툰·위로보틱스·가우디오랩·텐마인즈

    뉴스 

[스포츠] 인기 뉴스

  • 음바페, '7번' 비니시우스와 '9번' 홀란드에게 밀렸다…등번호 대표하는 베스트11
  •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도 당했다…일본에 0-4 완패
  • 아모림, 퇴출 1호 결정했다…EPL격에 맞지 않는 600억 스트라이커 낙점→입단 7개월만에 쫓겨나다니…‘충격’
  • 토트넘 수비진 초토화 위기…하프타임에 셀프 교체 요청, 판 더 벤 이어 로메로도 부상
  • 신진서, 커제에 극적인 반집 역전승…삼성화재배 8강 진출
  • 한국, 일본전 9연패에 빠져…불펜의 붕괴가 아쉬움

지금 뜨는 뉴스

  • 1
    경복대학교, 2024 KBU 성과 포럼 개최

    뉴스&nbsp

  • 2
    개그맨 이승윤이 가슴 찢어지는 소식 전했다

    연예&nbsp

  • 3
    "씹어버려 Keep 'em shut"…에이티즈, 진짜 가치를 안다면 '아이스 온 마이 티스' [MD신곡]

    연예&nbsp

  • 4
    [순창군 소식] 순창군, 식품의약품안전처 우수 기관상 수상 外

    뉴스&nbsp

  • 5
    삼성스토어 갤러리아 광교 새 단장

    뉴스&nbsp

[스포츠] 추천 뉴스

  • '통한의 5회·7회'…韓, 일본에 패해 슈퍼라운드 진출 '빨간불'
  • “코치들이 힘들 것” 호부지가 FA 선물을 받긴 어렵지만…2월의 특별한 서비스타임 예고, 생존모드
  • 포지션 경쟁자가 세계 최고 센터백 김민재…방출 수순 다이어, 분데스리가 벤치 신세 일레븐 선정
  • '투트쿠·김연경 42점' 흥국생명, 도로공사 잡고 개막 7연승…삼성화재, OK저축은행에 승
  • KBL 최초 '비선출 출신 프로선수' 탄생→소노, 정성조 지명...김승기 감독 "배고픈 선수인 것 같더라" [MD고양]
  • 베네수엘라, A조 1위로 슈퍼라운드 진출…미국도 동반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육즙이 꽉 차, 탱글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돼지구이 맛집 BEST5
  • 진한 육향이 국물에 스며들어 있는 돼지찌개 맛집 BEST5
  • 사계절 내내 관광객이 붐비는 여행지, 강릉 맛집 BEST5
  • ‘여기’에 먹으면 더 맛있는, 뚝배기 맛집 BEST5
  • [오늘 뭘 볼까] 임윤찬의 공연을 스크린에서..영화 ‘크레센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
  • [맥스무비레터 #77번째 편지] 투둠! ‘오징어 게임’ 시즌2 시청 길라잡이🦑
  • [위클리 포토] 송승헌은 왜 조여정에게 사과했을까?
  • [리뷰: 포테이토 지수 83%] ‘아침바다 갈매기는’, 떠나간 자와 남겨진 자

추천 뉴스

  • 1
    북한, 자폭무인기로 BMW 차량 폭파 장면 공개

    뉴스 

  • 2
    "올해 물량 정리하나?"…5성급 호텔 실내 '제네시스 G90' 폭탄 할인

    뉴스 

  • 3
    NCT DREAM, 라인프렌즈 스퀘어 신사 ‘드림 이스케이프’ 팝업 오픈

    연예 

  • 4
    '포켓몬 고' 지스타 2024, 세대 넘나드는 열기 속으로 고!

    차·테크 

  • 5
    국내 스타트업 CES 혁신상 쾌거…투툰·위로보틱스·가우디오랩·텐마인즈

    뉴스 

지금 뜨는 뉴스

  • 1
    경복대학교, 2024 KBU 성과 포럼 개최

    뉴스 

  • 2
    개그맨 이승윤이 가슴 찢어지는 소식 전했다

    연예 

  • 3
    "씹어버려 Keep 'em shut"…에이티즈, 진짜 가치를 안다면 '아이스 온 마이 티스' [MD신곡]

    연예 

  • 4
    [순창군 소식] 순창군, 식품의약품안전처 우수 기관상 수상 外

    뉴스 

  • 5
    삼성스토어 갤러리아 광교 새 단장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