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송 “많은 경험 쌓고파”…오수민 “유민 언니처럼 거침없이”
에스더 권 “후원받는 만큼 겸손하게…미국 주니어 톱10 목표”
(싱가포르=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을 받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여자 프로 골퍼로는 리디아 고(뉴질랜드), 이민지(호주), 패티 타와타나낏, 자라비 분찬트(이상 태국)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 4명이 전부다.
그런데 KLPGA 투어 2024시즌 개막전인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총상금 110만 싱가포르 달러)에는 ‘하나은행’ 모자를 쓴 한국 골퍼가 3명이나 눈에 띈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이효송(15)과 오수민(15), 그리고 한국과 미국 이중국적인 에스더 권(14)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올해 1월부터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을 받기 시작했고, 이번 대회에 추천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세계 골프 규정을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 R&A는 2022년 1월부로 아마추어 선수의 스폰서 계약을 허용했다.
이효송은 “프로에 한 발짝 다가간 기분”이라고 했고, 오수민은 “스폰서 모자를 쓰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다”고 해맑게 웃었다.
세 선수 모두 초등학생 때 우연히 접한 골프에 푹 빠져들었고, 언젠가 LPGA 투어에서 스윙할 날을 꿈꾸고 있다.
이효송은 할아버지를 따라 연습장에 간 것을 계기로 골프를 시작했다.
이효송은 지난해 한국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2연패를 달성했고, 올해 2월 아시아퍼시픽 여자아마추어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했다.
롤 모델로 이예원을 꼽은 이효송은 “꼬박꼬박 꾸준히 잘 치시는 점을 너무 본받고 싶다”면서 “(이번 대회에서) 프로님들한테 많이 배우고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오수민은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에 여행으로 갔던 미국에서 골프를 처음 쳐보고 재미를 붙였다.
키 173㎝의 장타자 오수민은 지난해 5월 KLPGA 투어 교촌 1991 레이디스 오픈에서 300야드가 넘는 장타를 날리며 공동 9위에 올라 주목받기도 했다.
‘돌격대장’ 황유민을 닮고 싶다는 그는 “거침없이 치는 게 너무 멋있다. 저도 그렇게 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절친한 이효송과 오수민은 서로에게 덕담을 건넸다.
이효송은 “수민이는 항상 긍정적이고 잘 안되는 날에도 해맑다. 마인드가 좋다”고 치켜세웠고, 오수민은 “효송이는 덥고 힘든 날에도 등을 쫙 펴고 걷더라. 꾸준히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다”고 했다.
둘보다 한 살 어린 에스더 권은 KLGPA 투어 대회가 처음이지만 인터뷰 내내 당찬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리디아 고를 닮고 싶어 하는 에스더 권은 4년 전쯤 프로골퍼 출신인 아버지를 따라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랭킹 69위에 올라 있다.
에스더 권은 “저도 모르게 ‘하나은행 후원받는다’는 생각이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으니까 조금 더 겸손하게 행동하려 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AJGA 랭킹 톱 10에 들고 싶다”는 에스더 권은 “스탠퍼드대에 입학해 21, 22살에 LPGA 투어에 가고 싶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골프의 매력으로는 “열심히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라면서 “스윙에 문제가 있거나 랭킹을 올려야 할 때 (위로) 올라가는 재미로 치는 것 같다”고 했다.
bin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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