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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으로 올림픽 복귀…’사격 영웅’ 이은철 “편파 판정 막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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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심판으로 발탁…한국 사격 역대 두 번째

바르셀로나 소총 금메달리스트에서 사업가, 사격 행정가로 끊임없는 변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사격 기술 총괄로 나섰던 이은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사격 기술 총괄로 나섰던 이은철

[이은철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50m 소총 복사 금메달리스트 이은철(57)은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한 인물이다.

모두가 금메달을 기대했던 1988 서울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친 뒤 좌절감에 미국으로 떠나 대학교에서 컴퓨터를 전공했고, 2년 만에 사격계로 돌아와 바르셀로나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2000년까지 선수로 활약하다가 컴퓨터 전공을 살려 미국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20년 동안 IT 엔지니어이자 블록체인, 빅데이터 전문가로 현장을 누빈 그는 2022년 사업을 정리하고 사격계로 돌아왔다.

이은철은 지난해 대한사격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을 맡았고, 국제사격연맹(ISSF)에서는 소총 분과위원으로 ‘사격 행정가’의 삶을 살고 있다.

올해 7월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에는 소총 심판으로 다시 올림픽 무대에 복귀한다.

한국인이 올림픽 사격 종목에 심판으로 파견되는 건 이은철이 역대 두 번째다.

2011년 사격 국제심판 자격증을 취득한 당시의 이은철
2011년 사격 국제심판 자격증을 취득한 당시의 이은철

[연합뉴스 자료사진]

첫 사례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심판으로 나섰던 한국 사격 원로 박기림(93) 선생이다.

이은철은 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박기림 선생님은 저희 감독님이셨다. 그분에 이어 올림픽 심판을 맡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역으로 활동하던 시절 한국통신(현 KT) 소속이었고, 박기림은 한국통신 감독으로 오랜 시간 선수를 지도했다.

이은철이 국제 심판 자격증을 취득한 건 한창 IT 전선에서 사업가로 활동하던 2011년이다.

그는 “미국 회사 지사장으로 일하고 있을 때였는데, 휴가를 얻어서 자격증을 땄다. 이제는 그쪽 일은 은퇴했고, 사격에 올인해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일한 덕분에 영어에 능통한 그는 사격계에 돌아오자마자 ISSF에서 직책을 맡았다.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사격 종목을 총괄하는 총책임자인 기술 대표(Technical Delegate)직을 경험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대표선발전에 출전한 이은철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대표선발전에 출전한 이은철

[연합뉴스 자료사진]

소총이나 권총 등 표적을 맞히는 사격 종목 점수는 전자동으로 표시된다.

심판이 할 일이 많지 않을 것 같아도, 공평한 조건에서 모든 선수가 경쟁하도록 하려면 세심하게 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이은철은 “선수마다 본인에게 유리하도록 총기를 미세 조정하는데, 심판은 규정에 벗어나지 않도록 확인해야 한다. 또한 경기 중에 발생하는 여러 돌발 상황도 대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대한민국 사격 선수단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방지하는 게 그의 목적이다.

이은철은 “우리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불이익받은 게 적지 않다. 공정성을 유지한다는 원칙하에, 우리 선수가 손해는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제대회에 나가보면 ‘장난이 심한’ 국가의 심판이 있다. 그걸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했다.

사격 행정가로 '제3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은철(가운데)
사격 행정가로 ‘제3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은철(가운데)

[이은철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은철이 맡은 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은 한국 사격 기량을 증가시키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일의 총책임자다.

사격 강국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쳤던 한국은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로 기대에 못 미쳤다.

이은철은 한국 사격의 문제점으로 ‘결선 울렁증’을 꼽았다.

사격 종목은 여러 발을 쏴 접수를 합산하는 본선을 거쳐 한 명씩 탈락하는 결선을 통해 메달 주인공을 가린다.

그는 “도쿄 올림픽에서 방송해설위원으로 일했다. 당시 결선에 6명이나 올라갔는데 메달은 딱 1개 나왔다”면서 “그러던 차에 연맹으로부터 경기력향상위원장직을 제의받았고, 결선에 강한 선수 위주로 팀을 꾸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1988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 대회에 출전한 이은철
1988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 대회에 출전한 이은철

[이은철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우리 선수들 실력이 떨어진 게 아니다. 결선 준비가 덜 된 것뿐이다 이제까지 대표 선발은 본선 점수만 기준으로 했다면, 제가 일하고 나서는 결선 점수를 반영하기로 했다. 메달이 나오는 건 결선”이라고 덧붙였다.

결선 위주로 선수를 선발해 처음 치른 대회인 지난해 10월 창원 아시아사격선수권대회다.

그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16개와 은메달 21개, 동메달 20개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현재까지 파리올림픽 쿼터 확보 현황은 중국(22명)과 인도(19명)에 이어 우리나라가 15명으로 아시아에서 세 번째다.

이은철은 “지금 사격은 아시아가 가장 강하다. 아시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이 나온 덕분에 기대는 된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반드시 금메달을 땄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4bu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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