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광주, 이성필 기자] “혹시 정호연 선수 안 보셨나요. 그것으로 증명한 것 같습니다. (이순민과 비교해) 더 뛰어나면 뛰어났지, 모자라지 않는 것 같습니다.
K리그1의 대표적인 가난한 시도민구단 광주FC의 스타는 이정효 감독이다. 이 감독이 지난해 승격 후 보여준 1년은 선비 같은 프로축구 문화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점잖게 상대를 디스(?)했던 최강희 전 전북 현대 감독(현 중국 산둥 타이산 감독)의 매운맛 버전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올해 이 감독은 승격 2년 차를 맞이한다. 상대가 이 감독의 현란한 ‘정효볼’을 현미경 분석을 했으니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더불어 지난해 3위였던 성적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교차 중이다.
일단 지난 2일 FC서울과의 개막전은 2-0 승리라는 결과물을 가져왔다. “저런 축구”를 했던 서울은 포항 스틸러스에서 ‘기동타격대’를 키웠던 김기동 감독을 영입해 변화의 과정에 있지만, 허무하게 무너질 팀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쉽지 않은 상대였던 것이 전반 절대 열세를 후반 적절한 대응으로 바꿨고 성공적으로 광주를 흔들었다. 결정력 향상이 이뤄지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으로 주목 면 달라질 가능성을 확인했다.
경기 후 이 감독은 “이겨서 다행이지만, 많이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전반과 후반의 경기 내용이 일관성 있게 광주의 축구를 해야 했지만, (10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을) 지키고 싶은 불안한 마음이 보였다”라며 만족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불만족의 표현은 경기 중 벤치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선수들이 공격 상황에서 전진하지 않자 소리를 지르며 올라가라고 유도했다. 답답했는지 머플러를 벤치에 집어 던지는 등 카리스마도 아끼지 않았다.
서울은 중원을 두껍게 세웠다. 팔로세비치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고 한승규, 기성용이 수비 앞에서 연계 역할을 했다. 경험에서는 서울의 우위였다.
그렇지만, 광주는 한 명이 여러 위치를 소화하는 능력이 있다. 정상을 거부하는 변칙이었고 포항전에서는 다시 변칙을 앞세웠다. 특히 기성용-한승규에 대응하는 정호연-최경록 라인의 투쟁과 질서 없는 볼배급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정호연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 중 한 명이다. 중원에서 상대의 압박을 견디고 전방을 향한 패스는 일품이었다. 이날도 공수 겸장의 능력을 마음껏 보여줬다.
공교롭게도 전날(1일) 전북 현대와 원정 개막전을 치른 대전 하나시티즌의 이순민의 기억을 지우게 만드는 활약이었다. 이순민은 지난해 광주를 상징하는, 유일한 A대표팀 자원이었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외면으로 거의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적어도 A대표팀급으로 성장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순민의 성장은 이 감독의 혹독한 조련이 있어 가능했다. 지난해 9월 A매치를 치르고 복귀한 이순민을 두고 “(광주 축구가) 처음인 것처럼 돌아왔다. 그래서 다시 잡아주고 조언해 주느라 조금 힘들었다. 수비나 공격에서 위치선정을 다시 많이 잡아줬다”라며 세세한 지도가 있어 가능했음을 강조했다.
그런 이순민은 광주에 이적료를 안겨주고 대전으로 떠났고 마치 오래 뛴 선수처럼 단번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민성 대전 감독도 이순민을 두고 “대전에 쭉 있었던 선수 같다”라며 최고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순민은 아시안컵 도중 카타르에서 이적 사실을 알렸다. 관계자가 대전 유니폼을 공수해 입혀 ‘오피셜’을 찍었다. 광주 관계자는 “감독님도 이순민을 잡기 어렵다고 느꼈고 미련 없이 보내줬다”라며 이제는 확실한 남이 됐음을 알렸다.
대신 있는 선수 세일즈에 나섰다. 셀틱 이적설이 있었던 정호연을 내세운 것이다. 정호연의 경기력을 두고 취재진을 향해 “혹시 정호연 선수 안보였나요. 그것으로 증명한 것 같습니다. (이순민과 비교해) 더 뛰어나면 뛰어났지, 모자라지 않는 것 같습니다”라며 극찬을 쏟아냈다.
마침 황선홍 A대표팀 임시 감독 겸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정호연을 관찰하러 광주에 모습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전북-대전전 다음으로 광주-서울전을 왔다. 두 사람이 누빈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은 아시안컵에서 박용우(알아인)가 뛰었던 위치다. 취약 포지션으로 분류 고민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취재진을 향해 정호연을 봤느냐는 물음은 같은 위치에서 경기를 관전한 황 감독에게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호연은 “(이정효) 감독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K리그에서 몇 경기만 뛰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선수였다. 이제는 선수로서 더 큰 꿈을 뚜고 더 먼 곳을 바라보는 선수가 된 것 같다”라며 달라진 자신을 설명했다.
이순민 공백을 지운 것에 대해서도 “(이)순민이 형이 나갔다고 해서 제가 더 큰 부담감을 안았다는 것보다는 감도님의 축구는 모든 선수가 함께 전술에 따라 이행하는 것이다. 임무만 잘 수행하면 잘 돌아간다”라며 정효볼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A대표팀 승선 꿈을 꾸지 않는 것도 아니다. 황 감독의 관전을 두고 그는 “시즌 전 (이 감독과) 미팅한 것도 그런 부분이다. 계속 기본에 충실하며 더 해나가라고 말하셨다”라며 광주에서 충실하다 보면 발탁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지 않겠느냐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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