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 형이 잘해서 받은 신인상…미안해하실 필요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왼손 투수 윤영철(19)은 지난해 줄부상에 시달리며 가을야구에 실패한 KIA가 발굴한 최대 수확이다.
신인 선수로서 일찌감치 선발진에 합류해 씩씩하게 마운드를 지켰고, 올해 역시 좋은 컨디션으로 일본 오키나와현 긴에서 진행 중인 팀 훈련을 소화 중이다.
KIA 구단에서는 윤영철의 구속이 조금만 더 올라간다면, 타자와 대결하는 데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본다.
지난해 12월 윤영철 등 KIA의 젊은 투수들은 한 달여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에 다녀왔다.
최첨단 장비가 즐비한 드라이브라인은 투수 구속 증가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지며 국내 투수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윤영철은 “그곳에서 야구 지식을 많이 배웠다. 운동 방법도 배우고, 투구 자세를 분석한 영상도 봤다. 공도 실제로 던지면서 공의 움직임을 체크하고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구속을 올려야만 한다’는 위기감이나 목표 의식은 없다.
지난해 시속 130㎞ 후반대 공으로도 타자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서다.
윤영철은 “작년에는 더 낮은 구속으로도 던졌다. 빠르다고 안 맞는 것도 아니고, 느리다고 맞는 것도 아니다. 그저 제구력에만 신경 써도 충분히 안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범호 KIA 감독과 구속을 주제로 이야기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구속에 관한 이야기는 한 적 없다. 그 부분은 스트레스를 안 주려고 하시는 것 같다”면서 “오히려 제구 쪽에 더 신경 쓰라고 말씀해주신다”고 답했다.
이 감독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이 감독은 “윤영철이 구속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면서 “올린다고 해도 천천히 생각했으면 한다. 매년 시속 1㎞씩 올라가면, 몇 년 뒤에는 원하는 지점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윤영철에게 확고부동한 목표가 있다면 더 많은 이닝 소화다.
지난 시즌 윤영철은 25경기에 등판해 122⅔이닝을 던져 8승 7패 평균자책점 4.04를 남겼다.
충암고 시절 팀 마운드를 책임진 에이스였던 그는 데뷔 첫해 규정 이닝(144이닝)에 20이닝가량 모자랐다.
윤영철은 “올해 목표는 작년만큼, 혹은 작년보다 조금만 더 잘하는 것”이라며 “이닝만은 작년보다 많이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윤영철은 문동주(20·한화 이글스)와 KBO리그 신인상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문동주는 신인상을 차지한 뒤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윤영철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윤영철은 의젓하게 “저 만날 때마다 미안하다고 하시던데 그러실 것 없다”면서 “동주 형이 잘해서 받은 거라 괜찮다”며 올해도 선의의 경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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