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세계육상연맹(WA)이 멀리뛰기 핵심 규정을 바꾸려고 하자 선수와 전설적인 스타들이 하나같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WA는 멀리뛰기 선수들이 시기마다 범하는 파울 횟수를 줄여 관전 재미를 끌어올리고자 선수들이 도약할 때 밟는 구름판을 없애는 대신 이보다 훨씬 넓은 도약 존(zone)을 설치해 전체 도약 거리를 측정하는 새 규정을 올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테스트할 예정이다.
길이 122㎝, 폭 34㎝, 높이 10㎝의 구름판은 멀리뛰기를 상징하는 핵심 기재다.
선수들은 전력 질주로 가속력을 높인 뒤 구름판을 밟고 하늘로 뛰어올라 공중을 걷듯이 최대한 멀리 날아간 뒤 모래 위에 온몸으로 착지한다.
선수가 구름판을 제대로 밟으면 거기서부터 착지한 곳까지 거리로 순위를 가리는 종목이 멀리뛰기다.
구름판 바로 뒤 파울 라인을 밟으면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심판은 깃발을 들어 실격 처분을 내린다.
실격이면 뛴 거리는 당연히 기록에서 제외된다. 멀리뛰기는 이런 방식을 150년 가까이 고수해왔다.
그러나 WA는 지난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멀리뛰기에 참가한 전체 선수들의 시도 중 ⅓이 파울 판정을 받았다며 시간 낭비를 줄여 선수들이 뛴 전체 시도를 모두 기록으로 인정하는 게 낫다며 새 규정을 밀어붙일 태세다.
좁은 구름판이 없는 대신 평평한 바닥에 훨씬 넓은 도약 존이 생긴다면 선수들은 파울 걱정 없이 뛸 수 있다.
갑론을박이 적지 않은 가운데 현역 최고 선수인 밀티아디스 텐토글루(그리스)는 WA의 이런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텐토글루는 3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에미리트 아레나에서 끝난 2024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멀리뛰기에서 8m22를 넘어 우승한 뒤 로이터 통신 등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WA가 멀리뛰기 규정을 바꾼다면 이 종목 출전을 관두고 세단뛰기로 바꿀 것”이라고 했다.
그는 “멀리뛰기는 구름판과 정확성 때문에 어려운 종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단거리 선수처럼 뛰면서 구름판을 완벽하게 밟아야 하는데 멀리뛰기에서도 어려운 부분이다. 점프는 쉽고, 어려운 부분은 도약”이라고 덧붙였다.
구름판을 잘못 밟아 실격당할 가능성도 크지만, 도리어 이 대목이 멀리뛰기에서 가장 흥미롭고 핵심적인 요소라고 현역 챔피언이 강조한 셈이다.
미국 육상의 전설인 칼 루이스는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 영국 언론에 “WA의 구상은 만우절 거짓말 같은 것”이라며 “멀리뛰기는 육상 트랙과 필드 종목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종목인데 구름판을 없앴다는 건 가장 어려운 기술을 죽이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농구에서 자유투를 못 넣는다고 림을 더 크게 만드는 것과 같은 것 아니냐”며 부당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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