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개막전서 이희균·정호연 등 구단 유스 출신 맹활약
외국 선수도 ‘성장형’…가브리엘·포포비치, 데뷔전서 제 몫
(광주=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우린 이름 가지고 축구하는 팀이 아닙니다. 팀으로 싸우는 팀입니다.”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의 이정효 감독은 지난 2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라운드 FC서울과 홈 경기에 앞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이 감독은 외국인 선수 3명을 출전 명단에서 뺐다. 아사니, 베카, 빅톨은 모두 공격수다. 이들이 떠난 공격진에는 한국인 선수 3명이 배치됐다. 이희균, 이건희, 안혁주였다.
구단 유스 팀인 금호고 출신 이희균은 광주가 키운 선수다. 이정효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22시즌부터 기량이 빠르게 발전했다.
이희균은 전반 20분 올 시즌 광주의 첫 번째 골을 터뜨리며 이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이 골은 이 감독의 호언장담처럼 팀이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오른쪽 측면 후방 지역부터 공격 전개를 시작한 광주는 단숨에 왼쪽 측면으로 공을 넘겨 상대 페널티지역 근처로 전진했다.
페널티지역 앞에서 이건희가 수비수를 제치고 공을 내주자 이희균이 페널티아크 뒤편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서울의 골그물을 흔들었다. 각 지역의 선수들이 실수 없이 펼친 그림 같은 연계 플레이였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이희균, 이건희와 함께 측면 공격수로 나선 안혁주는 2004년생이다. 이희균처럼 금호고를 졸업한 신인이다.
이 감독은 “속도가 빠르고 잘 뛴다. 무모할 정도로 도전적인 선수”라며 “큰 재목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핵심 공격수 엄지성이 뛰는 자리지만 이 감독은 안혁주에게 경기 초반 25분의 출전 시간을 약속했다고 했다. 선수 성장을 위해서다.
안혁주는 경기 시작 6분 만에 문전으로 침투,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으로 서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 슈팅으로 기선을 제압한 광주는 전반 내내 공세를 편 끝에 2-0 완승을 거뒀다.
공교롭게도 상대 팀 서울은 올 시즌 리그에서 종합적인 ‘이름값’이 높은 팀이다.
기성용, 팔로세비치 등 베테랑 미드필더들에 더해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체제에서 국가대표팀에 뽑힌 수비수 김주성과 연령별 대표팀에서 맹활약한 공격수 조영욱이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역대 최고 경력의 외국 선수로 주목받은 제시 린가드(등록명 린가드)도 합류했다. 린가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공식전만 200경기를 넘게 뛰었다.
몸값 높은 서울 선수들을 상대로 가장 돋보인 건 광주의 중원을 책임진 정호연과 최경록이었다.
정호연 역시 금호고를 졸업했다.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22시즌을 앞두고 프로에 콜업됐다.
지난 시즌 광주 최고의 선수는 이순민(대전)이었다. 2023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국가대표까지 올라간 이순민은 대전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이 감독이 대체 불가 자원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순민을 순순히 보낸 이유가 정호연의 성장과 최경록의 합류였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이순민의 공백이 느껴지느냐’는 취재진 질의에 가볍게 웃었다.
그러면서 “혹시 정호연 선수를 안 보셨나”라고 반문한 이 감독은 “오늘 활약으로 증명한 것 같다. (이순민보다) 더 뛰어나면 뛰어났지 못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독일 분데스리가2(2부)에서 뛰다가 K리그로 온 최경록도 이 감독의 ‘옛 제자’다. 아주대 시절 이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서울전 전·후방에서 맹활약한 외국 선수 가브리엘과 포포비치 역시 완성된 기량 갖춘 선수들이 아니다. 가브리엘은 2001년생, 포포비치는 2002년생이다.
경기 내내 오른 측면을 파고들다가 추가 골까지 터뜨린 가브리엘에게도 이 감독은 발전을 기대한다. 이 감독은 “팀과 함께 성장하는 가운데 내가 기본만 잘 잡아주면 앞으로 더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시즌 리그 정상급 센터백으로 활약한 티모 레츠셰흐트(청두)의 대체자로 낙점된 포포비치를 두고도 이 감독은 “어린 선수다. 자꾸 성장시켜야 한다”며 “호주에서도 올림픽 대표팀 후보로 언급된다. 잘 성장한다면 올림픽 대표로 뽑히지 않을까”고 말했다.
이 감독은 특히 성장을 강조한다. 그 역시도 2021시즌까지 프로팀 지도자 경험이 없다가 2년 사이 급격하게 위상이 높아졌다.
이는 이 감독의 ‘축구 철학’과도 연결된다. 감독-선수-전술-시스템-구단 환경으로 이어지는 그의 ‘좋은 축구론’ 핵심은 선수의 성장이다.
광주가 전력 향상을 위해 자금을 푸는 울산 HD와 전북 현대의 길을 밟을 수 없다는 걸 아는 그는 지난해 말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잠재력 있는 선수가 성장하는 순환 구조가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감독은 “특정 선수가 떠나도 뼈대는 남는다. 이를 토대로 새싹 선수가 어느 정도 큰 나무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면 된다”며 유스 팀부터 이어지는 육성 시스템의 확립을 강조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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