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광주, 이성필 기자] 경기 전 모든 관심은 제시 린가드(FC서울)에게 몰렸지만, 뚜껑을 여니 이정효 광주FC 감독의 ‘정효볼’이 더 강한 인상을 남겼다.
2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 하나은행 K리그1 2024 1라운드 광주FC-FC서울 개막전은 단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린가드의 출전 여부였다. 예매 시작 2분30초 만에 매진될 정도였다. 7,805명의 관중이 90분의 혈전을 보느라 현장 판매분이라도 구하고 싶었던 팬들이 대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린가드는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 본인의 의지를 충만하지만, 되도록이면 출전시티고 싶지 않다”라며 만족스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이정효 광주 감독은 “반드시 나오게 만들겠다”라며 광주가 주도하는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박병진 주심의 경기 시작을 알리는 호각이 울리기 무섭게 광주가 빠른 템포로 서울을 흔들었다. 서울은 전반 30분까지도 슈팅 하나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수비 몸에 맞거나 패스가 도중에 끊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는 광주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패스 기반의 빌드업을 통해 서울의 전진에서 생기는 공간을 역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전략은 통했고 20분 이건희의 패스를 받은 이희균이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공간을 조금만 주면 돌파하며 서울의 공격 전개를 막았다.
특히 브라질 출신의 가브리엘은 좌우 측면을 오가며 서울 수비를 바보로 만들었다. 김진야가 당해내지 못하며 쓰러지자 기성용까지 이동해서 막는 수고를 할 정도였다. 백패스에서도 롱볼 대신 대담한 전진 패스로 경기를 풀어가는 등 이 감독 특유의 모험수가 보였다.
후반, 김기동 감독이 일류첸코, 김경민을 넣어 공격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대응해도 이 감독의 스타일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수비를 더 올려 공격을 하겠다는 강심장을 보여줬다.
벤치 옆에서 몸을 풀며 기다리던 린가드는 후반 32분 팔로세비치를 대신해 교체 투입 됐다. 1분이 지나지 않아 일류첸코가 넘어지면서 흐른 볼을 왼발로 슈팅했고 허공을 갈랐다. 그래도 서울 팬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린가드를 향해 광주 중앙 수비수 포포비치가 강한 몸싸움을 걸어오는 등 경기력을 확인했다. 그래도 볼을 가진 린가드는 특유의 발재간을 보여줬다. 37분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로 동료들에게 연결해주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광주의 대인 방어와 압박은 대단했다. 후반 막판에도 쉽게 풀리지 않았다. 검은색 장갑을 끼고 나선 린가드의 답답함이 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광주가 주도권을 절대로 내주지 않으니 린가드 입장에서도 아무것도 보여줄 것이 없었다.
오히려 추가시간 오후성의 측면 돌파를 막다가 거친 태클로 경고를 받았다. 박병진 주심이 퇴장 여부를 판단하다 그대로 바뀌지 않았다. 이후 가브리엘에게 한 골을 더 내주며 0-2 패배의 쓴맛을 봤다.
린가드를 꼭 나오게 하겠다던 이 감독의 전략 100%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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