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연으로 뭉친 야구동맹…’야구의 나라’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나까지 나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 강영서 지음.
소녀는 눈이 오지 않는 동네에서 자랐다. 1년에 한 번 정도 올까 말까였다. 설사 오더라도 지면에 닿으면 바로 녹아 쌓이지 않는 눈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스키를 알게 된 건 보드에 ‘진심’인 엄마 아빠 덕택이었다. 어린 시절, 토요일 새벽 4시 30분이면 소녀는 어김없이 무주리조트로 가야 했다. 고향 부산에서 3시간 정도 걸리는 꽤 먼 길이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불평을 한가득 입에 물고서, 소녀는 자동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스키장을, 그것도 오랜 시간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주에서 열리는 알파인스키 대회를 알게 되었고, 호기심에 출전하게 됐으며,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초등학교 3~4학년부 1위를 차지했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선수 강영서가 스키와 인연을 맺은 사연이다.
강영서는 2010년 동계체전 여자 초등부에서 4관왕에 오르며 주목받았고, 2017년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알파인스키 대회전·회전 경기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소치부터 2022년 베이징까지 3번 연속 나라를 대표해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도 했다.
‘나까지 나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는 강영서가 국가대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낌 없이 쏟아부은 노력의 시간을 기록한 에세이다. 부상, 좌절, 재활의 시간을 딛고,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거쳤던 과정을 썼다. 그 과정에서 그가 꼭 부여잡은 세 단어가 있었다. ‘두려워도, 그냥, 용기’다. 책은 두려웠지만, 용기를 내 그냥 열심히 한, 그의 여정을 상세히 다뤘다.
“두려워도 해야 하니까, 그래야만 결국 할 수 있게 되니까. 우리의 꿈은 두려움 너머에 있으니까.”
문학동네. 204쪽.
▲ 야구의 나라 = 이종성 지음.
“왜 야구는 축구를 제치고 최고의 인기 스포츠가 됐을까?”
기자 출신으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인 저자가 일제 강점기부터 2000년대까지 야구가 국민 스포츠가 된 과정을 추적했다.
공만 있으면 누구나 찰 수 있었던 서민적 이미지의 축구와 달리, 야구는 비싼 장비가 필요한 귀족적 이미지의 스포츠였다.
엘리트 귀족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야구는 해방 후 지역 명문고를 상징하는 스포츠로 발돋움했다.
경기고·경남고·광주일고 같은 지역 명문들과 군산상고·마산상고 같은 상업고교, 신일고·충암고 같은 신흥 명문들까지 명문고들은 야구를 교기로 삼아 경쟁했다.
학창 시절 야구에 열광했던 엘리트들은 모교의 야구를 지원했고, 역시 엘리트들이 장악한 언론계는 야구 대회를 열어 신문 판촉에 열을 올렸다. 1970년대 고교야구의 인기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1982년 프로 야구가 출범하는 데에도 이들 엘리트의 힘은 절대적이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또한 야구를 통해 발산된 지역주의가 프로야구에 그대로 이식되면서 야구는 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가 됐다. 나아가 1980년대 국민스포츠로 발돋움하면서 문화의 아이콘으로까지 성장했다. 이렇게 야구는 학연에서 시작해 정치, 경제, 미디어와 문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결국 대한민국을 야구의 나라로 만들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저자는 “한국 주류 사회가 야구를 사랑하게 된 출발점은 학연”이라며 “학연을 바탕으로 한 엘리트들의 야구동맹은 청룡기 야구대회가 만들어지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으며 은행단 야구팀의 창단과 프로야구 출범에도 산파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틈새책방. 32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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