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31)이 구단에 미래를 맡기기로 결정했다고 영국 풋볼인사이더가 1일(한국시간) 전했다.
소식통은 풋볼인사이더에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행복해하고 있으며 커리어에 정점에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의) 토트넘을 떠나라는 ‘대형 계약’을 거절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펼치는 토트넘 프로젝트에 만족하고 있다”며 “토트넘과 선수 측은 재계약에 합의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을 향한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의 러브콜은 처음이 아니다. ESPN은 지난해 6월 보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이 손흥민 영입에 이적료 6500만 달러(약 835억 원)를 제안하려고 한다”라고 알렸다. 손흥민에게 영입을 제안한 팀은 알 이티하드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때 손흥민은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설에 선을 그었다. A매치 후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 가능성을 묻는 말에 “예전에 (기)성용이 형이 한번 이야기했지 않나.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은 중국에 가지 않는다고”라며 “프리미어리그가 좋고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지금은 돈이 중요하지 않다. 축구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리그에서 뛰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프리시즌 호주 투어 중 관련 질문에도 “사우디아라비아는 흥미로운 무대가 되고 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게 즐겁다. 아직 할 일도 많다”라고 같은 입장을 확고히 했다.
손흥민은 지난 2021년 7월 토트넘과 맺은 계약이 2025년 끝난다. 계약 만료가 가까워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이 다시 손흥민을 영입 가능한 대상으로 분류하고 영입을 추진하게 됐다.
뉴욕 타임즈는 지난달 25일 보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측이 손흥민을 영입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계획이 큰 틀에서 마무리됐고 세부 사항을 보고 있는 단계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알렸다.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시작으로 은골로 캉테, 카림 벤제마, 네이마르 등 유럽 무대를 호령했던 선수들은 물론이고 후벵 네베스 등 전성기에 있는 선수들까지 영입했다. 여러 구단이 풍부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어 소속 구단들이 요구하는 이적료는 무리가 아니다. 이번 시즌 토트넘과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 역시 영입을 설득할 수 있는 이적료를 제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하지만 토트넘에 남고 싶다는 뜻을 밝힌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구단도 잔류에 뜻을 같이 한다. 막대한 이적료로 수입을 벌어들이기보다 구단 상징과 같은 손흥민을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풋볼인사이더는 지난달 27일 보도에서 “토트넘은 손흥민의 불안정한 계약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 매체 ‘팀 토크’ 역시 지난해 12월 보도에서 “손흥민이 거대한 계약을 앞두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손흥민의 재게약은 포스테코글루 감독 덕분이라 덧붙였다. 현재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선수단의 신뢰를 받고 있다.
같은 시기 영국 매체 ‘기브미스포츠’ 역시 “토트넘이 손흥민과 새로운 재계약 협상에 물꼬를 텄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성공적인 시즌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손흥민과 합의를 열망한다”라고 알렸다.
매체는 “당초 토트넘은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할 계획이었지만, 아주 큰 새로운 계약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에 합류한 이후 남은 커리어를 토트넘에서 마무리하길 열망하고 있다”고 짚었다.
토트넘이 오는 7월 32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손흥민과 계약 기간을 늘리는 것은 사실상 ‘종신 계약’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 2012년 리버풀은 31세였던 스티븐 제라드와 재계약하면서 계약 기간을 밝히지 않고 ‘장기 계약’이라고 발표했다. 제라드는 2016년 11월 은퇴했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12골 6도움으로 팀 내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리고 있다. 1~2월 한국 대표팀에 뽑히며 아시안컵 출전 차 빠졌음에도 이룬 성과다.
현재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주급 19만 파운드(약 3억 2,000만 원)를 받고 있다. 팀 내 최고 수준이다. ‘풋볼 인사이더’는 “손흥민 재계약은 토트넘 캡틴으로서 새로운 지위를 반영하기 위함이다. 토트넘에 정통한 소식통은 엄청난 계약이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손흥민은 2015년 바이어 04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에 입단했다. 당시 3,000만 유로(약 434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첫 시즌에는 적응 문제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어느덧 토트넘과 9년 동안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 첫 시즌 리그 28경기에 출전했지만, 4골에 그쳤다. 현재까지의 기록을 놓고 봤을 때, 분명 아쉬운 성적이었다. 당시 손흥민은 볼프스부르크 이적을 고려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고심 끝에 잔류를 결정했다. 이후 2016-17시즌에 21골과 9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 매 시즌 꾸준한 활약으로 케인 버금가는 에이스로 거듭났다. 2018-19시즌에는 모든 대회 48경기에 나서 20골과 10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토트넘 입단 후 한 시즌 20골 고지를 밟았다.
여기에 더해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전에서는 펩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맹활약했다. 8강 1차전에서 결승 골을 넣었을 뿐만 아니라, 2차전에선 멀티 골을 폭발하며 토트넘에 4강행 티켓을 선물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해당 시즌 UCL 결승전 진출에 성공했다.
2019-20시즌에는 한 해 동안 가장 멋진 골을 넣은 선수에게 수여되는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을 받기도 했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에서 번리를 만났다. 그리고 이 경기 전반 32분 엄청난 스피드를 활용해 상대 선수 8명을 순식간에 제쳤다. 그리고 가볍게 골망을 갈랐다. 손흥민은 이 골로 푸스카스상을 받았다.
꾸준한 활약은 계속됐다. 2020-21시즌에는 총 51경기에 나서 22골과 17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이 시즌이 끝난 후 손흥민은 토트넘과 재계약을 맺었다.
재계약이라는 선택은 결국 새 역사를 만들었다. 손흥민은 2021-22시즌 프리미어리그 공동 득점왕이라는 역사를 만들었다. 토트넘은 해당 시즌 마지막 라운드에서 노리치 시티를 만났다. 이 경기 전까지 손흥민은 살라에 비해 한 골이 뒤져 있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노리치 시티전에서 멀티 골을 넣었고, 살라는 같은 시각에 펼쳐진 경기에서 한 골을 추가했다. 결국 손흥민은 살라와 함께 공동 득점왕을 차지했다. 이후 손흥민은 축구계 최고 권위의 상인 발롱도르 1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손흥민은 현재까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395경기에 출전해 157골과 86개의 도움을 기록 중이다. 그 사이 또다른 레전드인 케인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다. 자연스레 토트넘은 최전방에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여기서 손흥민이 팀을 구해내고 있다. 이번 시즌 초반 히샤를리송이 부진에 빠진 사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결국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웠다. 이 선택은 적중했다. 손흥민은 최전방에서 놀라운 골 결정력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히샤를리송이 부활에 성공하며 다시 원래 자리인 측면 공격수로 돌아갔다.
손흥민은 단순히 팀의 에이스일 뿐만 아니라, 주장으로서 팀을 위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토트넘이 쉽게 손흥민을 놓아줄 수 없는 이유다.
손흥민도 토트넘을 향한 애정을 계속해서 드러내 왔다. 지난 2021-22시즌 토트넘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뒤 인터뷰에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보라.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난 이 경기장에서 뛰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어 “난 이곳에서 토트넘 일원이 되기 위해 열심히 했다. 놀라운 팬들을 위해 뛸 수 있어 영광”이라고 공을 돌렸다.
손흥민의 토트넘 올해의 선수상 수상은 2019년과 2020년에 이어 세 번째. 이로써 토트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로비 킨(2003년, 2006년, 2008년)과 함께 이 부문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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