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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우승팀 상대로 전율의 데뷔전… ‘2이닝 3K 무실점 역투’ 서울 시리즈 출전 이상무

스포티비뉴스 조회수  

▲ 29일 텍사스와 시범경기에서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자신의 진가를 선보인 야마모토 요시노부
▲ 29일 텍사스와 시범경기에서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자신의 진가를 선보인 야마모토 요시노부

▲ 텍사스와 시범경기에서 2이닝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친 야마모토 요시노부
▲ 텍사스와 시범경기에서 2이닝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친 야마모토 요시노부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 투수 계약 역사를 새로 쓰며 화려하게 빅리그에 입성한 야마모토 요시노부(26‧LA 다저스)가 전율의 시범경기 데뷔전을 가지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물론 한 경기 결과이기는 하지만 왜 다저스가 거액을 투자했는지는 충분히 엿볼 수 있는 한 판이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 팀인 텍사스 타선을 상대로 압권의 투구를 하며 서울 시리즈 등판을 재촉했다.

야마모토는 미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의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텍사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전날(28일) 오타니 쇼헤이(30)의 역사적인 다저스 첫 경기가 있었다면, 이날은 야마모토의 다저스 입단 후 첫 실전 경기였다. 메이저리그 전역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야마모토는 위력적인 투구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 팀이자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타격을 자랑하는 팀인 텍사스도 이날 홈경기를 맞이해 정예 멤버를 꾸렸다. 코리 시거 정도가 빠진 것을 제외하고는 1~6번 타순이 모두 팀의 핵심 멤버이거나 메이저리그가 주목하는 유망주로 채워졌다. 야마모토로서는 아주 이상적인 스파링 파트너를 찾은 셈이었다. 그런 야마모토는 위력적인 구위로 2이닝을 순식간에 정리하며 정상적인 준비 태세를 알렸다.

이날 야마모토는 안타 하나를 맞기는 했으나 곧바로 병살타를 유도했고, 총 19개의 공을 던지며 삼진 3개를 잡아냈다. 19개의 공 중 무려 16개가 스트라이크였다. 그만큼 공격적인 투구에 제구도 좋았다. 한가운데, 심지어 한가운데 높은 쪽에 패스트볼을 던져도 텍사스 타자들이 잘 대처하는 못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뒤에는 전매특허인 스플리터와 커브를 이용해 타자들을 타이밍을 뺏는 등 완벽히 자신의 주도로 경기를 마쳤다. 최고 구속은 96마일(약 154.5㎞)이 나왔다. 

이날 텍사스는 1~6번 타순에 마커스 시미언, 에반 카터, 와이어트 랭포드, 나다니엘 로우, 조나 하임, 레오디 타베라스를 배치했다. 첫 타자부터 만만치 않았다. 메이저리그 2루수 중 최정상급 공격력을 자랑하는 홈런 타자 마커스 시미언이었다. 야마모토도 공격적으로 나갔고, 시미언도 공격적으로 대처하면서 6구 승부가 이어졌다.

야마모토는 초구부터 패스트볼을 한가운데 던졌고 시미언도 대응했으나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아 파울에 그쳤다. 이어 2구째 변화구도 시미언이 파울로 걷어냈고, 3구 역시 파울이 났다. 야마모토는 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4구째 변화구를 떨어뜨렸으나 시미언이 속지 않았다. 5구는 바깥쪽 패스트볼이었으나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그러나 야마모토는 2B-2S에서 6구째 한가운데 패스트볼로 정면 승부를 걸었다. 시미언도 응전했으나 야마모토의 구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두 번째 타자 에반 카터를 상대로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다만 2구째 몸쪽 패스트볼을 카터가 잘 공략해 잘 맞은 중전 안타를 만들었다. 그러나 야마모토는 흔들리지 않았다. 후속 타자 와이어트 랭포드를 병살타로 잡아냈다. 초구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이끌어 낸 야마모토는 2구째도 패스트볼을 선택해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이어 빼지 않고 바로 공격했다. 3구째 패스트볼에 랭포드의 방망이가 나왔으나 3루수 정면으로 향했다. 3루수에서 2루수로, 2루수에서 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가볍게 이닝을 끝냈다.

▲ 야마모토는 뛰어난 구위와 제구력을 앞세워 텍사스 우승 타선을 잠재웠다
▲ 야마모토는 뛰어난 구위와 제구력을 앞세워 텍사스 우승 타선을 잠재웠다

▲ 야마모토는 미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의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텍사스와 경기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 야마모토는 미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의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텍사스와 경기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0-0으로 맞선 2회에도 야마모토의 구위는 맹렬하게 춤을 췄다. 선두 나다니엘 로우를 상대로 초구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았다. 이어 2구째는 커브를 한가운데 떨어뜨려 역시 루킹 스트라이크를 얻어냈다. 야마모토는 3구째 변화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90마일 수준의 빠른 스플리터가 위력을 발휘했다.

조나 하임은 초구부터 패스트볼에 방망이를 돌렸으나 야마모토의 구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좌익수 뜬공에 그쳤다. 마지막 타자 레오디 타베라스를 상대로는 초구 가운데 패스트볼을 던져 파울을 이끌었고, 1B-1S에서 다시 가운데 패스트볼을 던져 파울을 이끌어냈다. 결국 1B-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떨어지는 변화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팬들의 환호성이 커졌다.

야마모토는 타베라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뒤 약간 아웃카운트를 착각한 듯 다시 투구를 준비하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동료들을 보고 같이 발걸음을 옮겼다. 약간의 미소가 있었다. 이날 경기에는 나서지 않지만 원정길에 동행한 오타니 쇼헤이는 야마모토를 상대로 ‘들어오라’는 듯 팔을 크게 휘저으며 웃음을 제공했다. 야마모토는 경기 후 코칭스태프 및 동료들의 환영을 받으며 투구를 마쳤다. 2이닝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정작 투구 수는 조금 적었다.

야마모토는 경기 후 “다른 팀 타자들에게 던지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무사히 등판을 마친 것만으로 만족한다”면서 이날 원정길에 동행해 자신을 응원한 오타니에 대해서는 “설마 온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뻤다”고 말했다. 

야마모토는 오릭스 소속으로 일본프로야구(NPB) 무대를 평정한 자타 공인 최고의 투수다. 일본프로야구 통산 897이닝을 던지며 70승29패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했다. 897이닝에서 잡은 삼진 개수만 922개에 이르고, 통산 이닝당출루허용수(WHIP)가 0.94에 불과할 정도로 압도적인 투수였다. 일본프로야구 팀들은 야마모토를 상대로 한 이닝에 한 명 출루하기도 버거웠다는 의미다.

그런 야마모토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일본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같은 기간 모두 일본 퍼시픽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는 등 말 그대로 리그를 폭격했다. 두 차례 노히터 게임, 그리고 2020년 올림픽과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은 덤이었다. 야마모토는 2023년 시즌을 끝으로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고, 치열한 영입전 끝에 다저스의 손을 잡았다.

야마모토는 2023년 시즌 중반부터 2023-2024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선발 투수 최대어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WBC에서 좋은 활약에 이어 2023년 정규시즌에서도 압도적인 구위를 펼치며 오히려 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예상 금액은 7년 총액 2억 달러 초반에서 어느덧 2억 달러 중반으로 올라가더니, FA 시장이 개장할 때는 2억 달러 후반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 정상적인 컨디션을 과시하며 서울시리즈 출전 가능성을 밝힌 야마모토 요시노부
▲ 정상적인 컨디션을 과시하며 서울시리즈 출전 가능성을 밝힌 야마모토 요시노부

▲ 서울시리즈 개막전 선발 투입 여부가 관심을 모으는 야마모토 요시노부 ⓒ연합뉴스/AP통신
▲ 서울시리즈 개막전 선발 투입 여부가 관심을 모으는 야마모토 요시노부 ⓒ연합뉴스/AP통신

결국 야마모토는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약 4342억 원)라는 거액을 제시한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총액 3억2500만 달러는 2020년 시즌을 앞두고 뉴욕 양키스와 계약한 게릿 콜이 가지고 있던 메이저리그 투수 최대 계약(9년 총액 3억2400만 달러)을 뛰어넘는 역대 신기록이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역사상 투수로는 두 번째로 10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한 선수로 기록됐다. 계약부터 스프링트레이닝까지 모두가 화제였다.

라이브 피칭에서 다저스의 쟁쟁한 동료들을 세워두고 인상적인 투구를 한 야마모토는 이날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도 쾌조의 투구를 선보이며 개막 시리즈 등판을 재촉했다. 다저스는 올해 개막이 다른 팀에 비해 조금 빠르다. 메이저리그 세계화를 위한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올해는 서울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가 맞붙는 서울 시리즈는 오는 3월 20일부터 21일까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

다저스는 미리 입국해 KBO리그 프로 팀(키움), 그리고 팀 코리아와 두 차례 연습 경기를 치른 뒤 샌디에이고와 개막 시리즈에 들어간다. 아직 개막전 선발로 나설 투수는 양쪽 모두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저스의 경우 야마모토와 타일러 글래스나우가 서울 시리즈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고, 두 선수 중 하나가 개막전 선발의 영예를 안을 전망이다. 야마모토가 지금의 좋은 구위를 이어 간다면, 개막전 선발로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메이저리그 경력이 단 한 경기도 없는 선수가 개막전 선발로 등판한 사례는 역대 세 차례밖에 없었다.

한편 경기는 텍사스가 역전승하며 다저스의 시범경기 무패 행진을 깨뜨렸다. 야마모토를 비롯한 양팀 투수들의 호투 속에 경기는 4회까지 득점 없이 팽팽히 맞섰다. 다저스가 5회 균형을 깼다. 1사 후 케빈 팔도가 볼넷을 얻었고, 2사 후 앤디 파헤스가 좌월 선제 2점 홈런을 터뜨리며 2-0으로 앞서 나갔다.

텍사스도 바로 반격했다. 5회 1사 후 에제키엘 듀란이 3루타를 터뜨리고 나갔다. 이어 조 켈리의 폭투가 나오며 홈을 밟았다. 텍사스는 이어진 2사 3루 기회에서 트래비스 얀코스키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다저스가 2-2로 맞선 7회 1사 후 파헤스의 3루타와 희생플라이를 묶어 1점을 추가하자, 텍사스는 7회 반격에서 4득점하며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텍사스는 7회 1사 후 카메론 카우리의 3루타와 벤자민 블랙웰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트래비스 얀코스키가 볼넷을 얻어 1사 1,2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엘리어 에르난데스가 두 명의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2타점 2루타를 쳐 역전했다. 이어 폭투로 1점을 더 보태며 6-3까지 앞서 나갔다.

다저스는 3-6으로 뒤진 8회 반격에서 1점을 만회했으나 결정적인 순간 병살타가 나오며 더 추격하지는 못했다.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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