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설마 보러 올 줄은”
LA 다저스 야마모토는 2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의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텍사스 레인저스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2이닝 동안 1피안타 3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의 투구를 펼쳤다.
지난 2016년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오릭스 버팔로스의 지명을 받은 야마모토는 7시즌을 뛰는 동안 엄청난 업적을 남긴 뒤 이번 겨울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야마모토가 본격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2021시즌으로 26경기에 등판해 193⅔이닝을 소화, 18승 5패 평균자책점 1.39로 활약, 퍼시픽리그 투수 4관왕과 정규시즌 MVP, 사와무라상을 손에 넣으며, 오릭스를 비롯해 일본을 대표하는 ‘에이스’ 투수로 거듭났다. 이는 야마모토의 커리어의 시작에 불과했다.
야마모토는 2022시즌에도 26경기에서 193이닝을 먹어치웠고, 15승 5패 평균자책점 1.68로 압권의 성적을 이어갔다. 그리고 지난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한차례 ‘노히트노런’을 달성하는 등 2023시즌 23경기에서 16승 6패 평균자책점 1.21의 성적을 거두며, 일본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4관왕-MVP-사와무라상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이번 겨울 빅리그 구단들로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LA 다저스를 비롯해 뉴욕 메츠, 뉴욕 양키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등이 야마모토의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메츠는 ‘억만장자 구단주’ 스티브 코헨이 직접 야마모토를 만나기 위해 일본을 찾아갔고,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 또한 야마모토를 보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기도 했다. 게다가 필라델피아는 ‘간판타자’ 브라이스 하퍼를 앞세워 야마모토에게 구애를 펼쳤다. 하지만 가장 마지막에 웃는 것은 다저스였다. 다저스는 두 번의 옵트아웃이 포함된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339억원)를 제안한 끝에 야마모토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게릿 콜(양키스, 9년 3억 2400만 달러)을 제치고 메이저리그 투수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을 맺은 만큼 야마모토의 하루하루는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야마모토가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첫 불펜 피칭에 나서자,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을 비롯해 데이브 로버츠 감독, 구단 관계자들까지 약 50여 명이 운집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그리고 10년 7억 달러의 전세계 프로 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을 맺은 오타니 쇼헤이까지 야마모토의 투구를 직접 지켜봤는데, 이는 일본과 미국 언론에서 많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야마모토가 메츠, 양키스, 필라델피아도 아닌 다저스를 선택한 배경에는 세금 혜택을 볼 수 있는 계약금 5000만 달러가 포함되는 등 ‘디테일’ 배려도 있었지만, 오타니의 존재 여부도 매우 컸다. 이는 야마모토가 다저스와 계약을 맺은 후 입단식에서 직접 밝히기도 했다. 일본프로야구 시절에는 특별한 인연이 없었지만, WBC에서 짧지만 한솥밥을 먹었던 만큼 야마모토는 오타니와 함께 뛰는 그림을 그렸고, 이를 현실화 시킨 셈이었다. 그만큼 야마모토와 오타니는 서로에게 각별한 사이가 되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그동안 불펜, 라이브 피칭만 해오던 야마모토는 29일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첫 실전 경기에 나섰다. 일단 투구 내용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야마모토는 1회 시작부터 선두타자 마커스 세미엔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시작했다. 야마모토가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뽑아내자, 더그아웃에 있던 오타니는 박수를 치며 마치 자신이 삼진을 잡아낸 것처럼 기뻐했다. 이후 에반 카터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으나, 후속타자를 병살타로 잡아내며 깔끔하게 이닝을 매듭지었다.
마무리도 훌륭했다. 야마모토는 2회 선두타자 네이트 로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후 요나 하임을 좌익수 뜬공 처리하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그리고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레오디 타베라스에게도 삼진을 뽑아내면서, 2이닝 1피안타 3탈삼진이라는 눈부신 성적을 남기고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첫 등판을 완수했다. 그리고 여기서 야마모토와 오타니 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전해졌다.
전날(28일)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을 치렀던 오타니는 29일 경기는 원정이었던 만큼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그런데 야마모토의 투구를 직접 지켜보기 위해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을 찾았던 것이다. 일본 ‘주니치 스포츠’와 ‘스포츠 호치’ 등 현지 복수 언론은 “이날 오타니는 훈련을 마치고 돌아갈 채비를 한 것처럼 보였지만, 차로 약 30분 거리까지 달려갔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야마모토가 경기에 앞서 불펜 투구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첫 등판을 마칠 때까지 곁을 지켰다.
‘스포츠 호치’에 따르면 오타니는 “야마모토가 데뷔해 매우 신나는 시간”이라며 미소를 지었고, 야마모토는 “설마 오타니 선배가 보러 올 줄은 몰랐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모습을 본 로버츠 감독은 “서로가 정말 좋은 동료를 뒀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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