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 계열 고교·대학생 붉은 셔츠 맞춰 입고 단체 응원
일본팬도 가족·친구와 응원…”일본이 이겨 파리올림픽 갔으면”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28일 오후 북한과 일본 여자축구 2024 파리 올림픽 최종예선 경기가 열리는 도쿄 국립경기장.
경기 시작 3시간을 앞둔 오후 3시 반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계열인 조선대 학생들이 경기장 앞에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5년 만에 일본을 찾은 북한 대표팀을 응원한다는 생각에 대학생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설렘이 엿보였다.
대학생들은 이날 응원을 위해 ‘필승 조선’이라고 적힌 붉은 반소매 티셔츠를 맞춰 입고 나왔다.
일부 학생들은 얼굴에 북한 인공기와 축구공을 그리고 경기장을 찾았다.
조선대 4학년 서나어 씨는 “조선의 승리를 위해 왔다”며 “조선을 열심히 응원해 조선팀이 꼭 이겨서 파리 올림픽에 나갔으면 한다”고 큰 소리로 외쳤다.
조선대 직원이라고 자신을 밝힌 강명숙 씨는 “조선대에서만 500명이 응원을 왔다”면서 “학생들이 응원을 위해 재일 교포와 조선 노래를 준비해 왔다”고 설명했다.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에는 조총련 계열 중·고등학교인 도쿄조선중고급학교 남녀 학생들이 교사 인솔하에 교복을 입은 채 단체로 경기장을 찾았다.
이 학교 정찬길 교수는 “고등학생들은 응원을 위해 학교 수업이 끝난 뒤 곧장 운동장을 찾았다”고 소개했다.
조총련은 이날 단체 응원을 위해 사전에 단체응원석 티켓 3천장을 구입했다.
조총련이 경기장 밖에 설치한 입장권 교환소에는 도쿄, 가나가와, 지바, 사이타마 등 수도권과 함께 기타 지방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조총련 관계자는 “도쿄 등 수도권에서 많이 오지만 나고야와 아이치현 등 지방에서도 버스 등으로 올라온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에 대한 제재의 하나로 북한 국적 보유자의 입국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있지만, 스포츠 교류는 특별 사례로 인정해 이번에 북한 축구대표팀 입국을 허용했다.
북한 선수들이 일본을 방문한 것은 2019년 3월 도쿄 인근 사이타마시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5년 만이다.
응원 열기에서는 일본팀이 조총련과 비교해 열세를 보였다.
일본 단체응원석 티켓 3천장이 경기 전날까지도 다 팔리지 않자 일본축구협회가 협회 소셜미디어(SNS)에 티켓 판매 현황을 올리며 판매를 독려했다.
결국 경기 당일에야 전부 팔렸다.
이날 경기장에서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온 일본 축구 팬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일본 축구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대학생 아라이 사키(21) 씨는 “고등학교 때 함께 축구팀에서 뛴 친구 2명과 왔다”면서 “일본이 꼭 이겨 파리에 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온 다케카와(42) 씨는 “딸이 축구를 해서 학교를 오늘 하루 쉬고 지방에서 올라왔다”면서 “일본이 2-1 정도로 이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북한과 일본은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으며, 이날 2차전 승리 팀이 파리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거머쥐게 된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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