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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기 의정부유소년야구단 감독 “즐겁지 않으면 야구가 아니다”[일구일행인터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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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구일행(一球一幸). 공 하나하나에 행복을 느끼는 소년들이 있다. 드넓은 운동장에서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리며 건강하고 올바르게 자라는 소년들. 바로 대한유소년야구연맹(회장 이상근) 소속 유소년야구 선수들이 주인공이다. ‘공부하는 야구, 행복한 야구, 즐기는 야구’를 지향하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은 2011년 문을 열고 한국 야구 유망주 육성 산실이 됐다.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 중인 왼손 투수 최승용을 비롯해 여러 프로 선수들을 배출하며 한국 야구 저변 확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한국 야구를 넘어 스포츠 전체에 좋은 모범사례가 되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 본다. (편집자 주)

[마이데일리(순창)=심재희 기자] 일구일행 인터뷰 두 번째 주인공은 조남기(50) 의정부시 유소년야구단 감독이다. 2010년 팀을 창단해 2011년 대한유소년야구연맹에 가입했고, 14년째 어린 야구 꿈나무들을 가르치고 있다. 포수 출신인 조 감독은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부드러운 말투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의정부시 유소년야구단 ‘안방마님’을 자처한다. 인터뷰 내내 정자세를 유지하고 유소년야구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에서 야구 열정과 진지함이 제대로 느껴졌다.

◆ ‘우투좌타’ 포수의 유소년감독 도전

장충고와 중앙대를 졸업하고 1997년부터 2000년까지 해태 타이거즈에서 활약한 조남기 감독은 포수로 뛰었다. 최해식, 정회열 등과 마스크를 함께 썼다. 그는 당시까지만해도 거의 볼 수 없었던 ‘우투좌타’ 포수였다. “중학교 2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당시에 감독님께서 왼손 타자의 희소성을 설명해 주셨고, 매우 드물게 ‘우투좌타’ 포수로 뛰게 됐다”고 설명했다. 투수만큼 중요한 포수 포지션을 소화하는 귀한 왼손 타자였으나 프로무대에서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다. 조 감독은 “좋은 기회가 있기도 했지만 잘 살리지 못했던 것 같다”며 “기량이 그리 좋지 못하다고 스스로 느꼈고, 2000년에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역 은퇴 후 모교인 장충고에서 3년 정도 코치로 활약했다. 이후 개인 사업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다른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야구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사회인야구를 하고 팀을 만들었고, 유소년야구 팀을 취미로 운영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유소년야구 팀을 만들고 취미로 아이들과 함께 야구를 했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 유니폼도 없이 연습경기를 잡고 치르면서 아쉬움도 많았고 가능성도 엿봤다. 그리고 2010년 의정부시 유소년야구단을 창단하게 됐다”고 유소년야구 감독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2003년까지 고등학교 코치를 하다가 ‘야인’으로 변신했다. 개인 사업을 하면서 야구와 직접적인 인연을 끊은 것처럼도 보였지만, 사회인야구를 거쳐 유소년야구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지도자로서 서서히 자리매김했다. 포수로서 투수를 리드하고 팀을 잘 뒷받침하듯 어린 선수들을 발굴하고 키워내면서 의정부시 유소년야구단을 조금씩 발전시켰고, 어느덧 15년차 베테랑 유소년야구 감독이 됐다. 그는 “현역에서 은퇴할 때는 유소년야구 감독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개인적으로 야구에 대한 갈증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찾게 된 것이 유소년야구라고 본다”고 털어놨다. 

◆ 대한유소년야구연맹과 함께한 시간

유소년야구단을 만들고 어린 선수들과 열심히 호흡하자 기회가 찾아왔다. 2011년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이 설립되는 과정에서 창단 팀으로 들어갔다. 조 감독은 “연습경기 상대를 구하고 경기를 하면서 운이 좋게도 대한유소년야구연맹 이상근 회장님을 만났다”며 “회장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것을 느꼈고, 연맹 창단 과정에서 제가 운영하던 의정부시 유소년야구단이 포함됐다. 어느덧 10여 년이 흘렀는데, 돌아보면 연맹 창단 멤버로 들어간 게 정말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이상근 회장님과 연맹 임직원들께 고마운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은 2011년 7개 팀으로 문을 열었다. 의정부시 유소년야구단은 대한유소년야구연맹 원년 멤버 중 하나다. 유소년야구 무대에서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팀으로 평가 받는다. 조 감독은 2010년대 초반에 비해서 현재 야구 환경 등이 많이 좋아졌다고 이야기한다. “2000년대 유소년야구 팀을 만들었을 때는 연습경기도 잡기 힘들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 경기장도 구하기 어렵고, 제대로 된 상대 팀도 잘 안 보였다”며 “2011년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이 설립되면서 주먹구구식 운영이 사라지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다. 연맹 설립과 함께 저희 팀도 제대로 훈련하고 경기하면서 즐기는 야구를 펼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현재 의정부시 유소년야구단에 등록된 인원은 60명 정도다. 멤버 구성이 쉽지 않았던 2010년 팀 창단 때와 비교하면 큰 성장을 이뤘다. 조 감독은 “수십 명의 선수가 나이에 맞게 대한유소년야구연맹 리그별로 많은 경기를 뛸 수 있어서 정말 뿌듯하다. 어린 아이들이 경기 경험을 쌓고 성장하는 모습이 보여 지도자로서 보람을 느낀다”며 “많은 어린 선수들이 취미로 야구를 시작하고 올바르게 잘 자란다. 야구를 하면서 협력심을 키우고 예의도 배운다. 아이들이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면서 유소년야구 감독이 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힘줬다.

◆ 자율야구의 중요성

지도자 철학에 대한 질문에 ‘자율 야구’라는 말을 단박에 꺼냈다. 특히 유소년야구 선수들에게는 ‘자율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조 감독은 “유상호 감독님이 장충고를 이끌던 시절에 자율 야구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며 “경기를 즐기면서 자율적으로 뭔가를 해결해 나가면 창의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자율야구로 자신도 성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 유소년야구단 취미반의 경우, 전술 훈련 등을 펼칠 여유가 없다. 야구를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어렵고 딱딱한 부분을 주입식으로 가르치면 역효과만 난다”며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이 지향하는 ‘즐기는 야구, 행복한 야구, 공부하는 야구’가 정말 중요하다. 우리 팀도 그런 부분을 기본으로 앞으로 나아간다”고 짚었다.

유소년감독을 맡은 지 햇수로 15년이나 된 베테랑이다. 그래서인지 여유도 있고 매우 편안하게 유소년야구에 대해서 잘 설명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바른 자세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서 ‘안방마님’ 포수의 본능 같은 게 느껴졌다.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손사래를 치며 “아이들과 소통하다 보니 이런 자세를 더 갖추게 된 것 같다. 저는 절대 애들에게 강요하거나 억지로 주문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야구를 더 즐길 수 있게 고민하고 소통하면서 함께 전진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꽤 오랜 시간 팀을 이끌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해서 물었다. 조 감독은 잠시 고민한 뒤 ‘팀 창단 과정’을 떠올렸다. “여러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뭔가 끌리는 게 확실히 있어 유소년야구단을 만들었고, 대한유소년연맹에 가입하면서 밝은 미래가 눈에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고 되돌아 봤다. 아울러 “의정부시 유소년야구단을 창단할 때 주위의 관심도 지원도 거의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계속 모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며 “어렵지만 의미 있는 시간들이 쌓여 현재 의정부시 유소년야구단을 만든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 즐겁게 야구하고, 좋은 사람이 돼라!

조 감독이 60여 명의 야구 꿈나무를 지도하면서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좋은 사람이 되어라!”라는 주문이다.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야구에 흥미를 느끼는 어린 친구들이 좋은 인성과 배려심을 갖추면 시야가 더 넓어지고 실력도 향상된다는 게 그의 신조다. “야구를 좋아해서 시작하는 친구들이 흥미를 잃는 게 가장 슬픈 일이다. 지도자로서 그런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며 “즐거운 야구를 펼치기 위해서 기본을 잘 지키고 좋은 인성을 기르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10여 년이라는 꽤 오랜 시간을 유소년야구 감독으로 살아가고 있다. 목표가 궁금했다. 조 감독은 “별 다른 목표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목표는 항상 똑같은 것 같다. 아이들이 야구를 하면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면 팀의 존재 의미가 빛난다고 본다”며 “선수들에게 항상 ‘즐겁게 야구하라’고 말한다. 말로만 즐기는 게 아니라 몸과 머리 전체가 야구를 즐기고 기쁨을 얻으면 된다. 그러다 보면 멋진 플레이도 나오고 승리도 거머쥘 수 있다”고 미소를 보였다. 이미 최고의 베테랑 유소년야구 감독이 된 그가 우문현답을 해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적지 않은 숫자의 아이들을 관리하고 조금씩 성장시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조 감독은 의정부 유소년야구단이 현재 위치에 서게 된 데에 대해 “절대로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어린 선수들을 위해 경기장을 사용하게 해 주신 강두완 양주베이스볼파크 대표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꼭 하고 싶다”며 “또한, 창단 팀으로 받아주고 팀 발전을 위해 오랫동안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이상근 대한유소년야구연맹 회장께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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