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에 밀린 류현진, SK 대신 한화 지명되고 ‘전설의 시작’
고교 이후 처음 배터리 호흡…”포수로서 감사할 일”
(야에세[일본 오키나와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006년 KBO리그 신인드래프트는 한국 야구 역사를 바꿔놓은 순간 가운데 하나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는 연고지 선수를 먼저 뽑는 1차 지명에서 2005년 당시 청소년 국가대표로 한솥밥을 먹었던 인천고 포수 이재원(36)과 동산고 투수 류현진(36)을 놓고 저울질하다 이재원을 선택했다.
이재원은 SK에서 기대대로 성장해 주전 포수로 자리매김했고,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자마자 한국 야구의 전설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제 20년이 가까운 세월이 흘러, 두 선수의 운명은 한줄기로 합쳐져 흐르게 됐다.
류현진은 친정 팀인 한화로 12년 만에 전격 복귀했고, 이재원은 18년 만에 인천을 떠나 한화에서 재기를 노린다.
이재원은 2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헤어졌던 사람과 다시 만나고, 영원할 것 같았던 곳과 헤어지는 게 야구인 듯하다”면서 “(류)현진이와는 2005년 청소년 대표 이후 처음 다시 만난다. 포수로서 그런 투수와 다시 만난다는 게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앞서 류현진은 23일 한화 스프링캠프 합류를 위해 일본 오키나와로 떠나기 전 인터뷰에서 “재원이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다. 좋은 포수라 충분히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재회에 기대감을 보인 바 있다.
이재원도 “현진이 공을 받을 수 있다는 건 포수로서 감사할 일이다. 현진이에게 최대한 맞춰가면서 제일 잘 던지도록 끌어낸다면 어려울 건 없을 듯하다. 재미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재원은 SSG에서 뛸 당시 김광현(35)과 수도 없이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다.
김광현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마치고 돌아올 때, 추신수(41)가 SSG를 통해 KBO리그에 첫선을 보일 때 팀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본 선수다.
그래서 이재원은 “한화는 현진이를 중심으로 무조건 하나로 뭉칠 수밖에 없다. 광현이 왔을 때도, 신수 형 왔을 때도 그걸 봤기에 기대가 무척 크다. 우리가 한 경기라도 더 이기는 데 현진이가 구심점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2018년 SK 주장을 맡아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던 이재원은 이듬해부터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하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결국 지난 시즌이 끝나고 팀에 방출을 요청했고, 한화가 손을 내밀어 새 팀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한화에서 이재원은 주전 포수 최재훈(34)의 뒤를 받치면서 젊은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까지 줘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재원은 “재훈이 뒤에서 백업하고, 나갈 때마다 부족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자 한다”며 올해 목표를 밝혔다.
또한 “프로 선수는 결과가 중요하다. 후배를 돕기 위해 여기 왔다지만, 일단 내가 성적을 내는 게 우선이다. 재훈이를 도와서 팀이 포스트시즌에 도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재원은 SSG에서 오랜 시간 함께 뛴 김강민(41)이 공교롭게도 함께 한화 유니폼을 입어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화는 항상 궁금했던 팀이다. 일단 기술적으로 수준이 높은 선수가 많다”면서 “이제 팀이 하나가 돼 선배들이 솔선수범해 이기는 경기가 많아진다면, 어린 선수들도 무척 빨리 기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이재원은 자신의 풍부한 포스트시즌 경험이 한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그는 “SK와 SSG에서 뛰면서 포스트시즌에 많이 나갔다. 이 팀에서 또 나간다면 무척 뜻깊을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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