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정후를 매일 리드오프로 기용하는 건 위험천만한 수순이다.”
이정후(26,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6년 1억1300만달러(약 1506억원)에 계약하자마자 팀 내 최고 연봉자가 됐다. 밥 멜빈 감독은 미국 언론들에 “이정후가 개막전에 리드오프로 나가지 않으면 충격일 것”이라고 했다. 확고부동한 리드오프, 주축 외야수로 쓰겠다는 의지는 금액에서 한번, 멜빈 감독의 코멘트로 또 한번 확인됐다.
이처럼 이정후는 실질적으로 팀 타선을 이끌어야 할 위치다. 그러나 그런 간판스타가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1경기도 뛰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시범경기 초반 결장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어차피 부상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수준의, 선수보호 차원이다.
중요한 건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적응기를 기다려주고, 대처할 준비가 됐는지 여부다.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거 모두 예외 없이 적응기를 겪었다. 한국에서 하던 야구와 실적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정후가 천재타자인 건 맞지만, 그 역시 160km 패스트볼을 매일 쳤던 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팬사이디드의 어라운드 더 포그혼의 25일(이하 한국시각) 보도는 나름의 일리가 있다. 어라운드 더 포그혼은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매일 리드오프로 기용하고 싶어 한다. 이정후의 경험 부족을 감안하면 위험천만한 수순”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라운드 더 포그혼은 “샌프란시스코는 수년간 라인업 맨 위에 약간의 스피드와 컨택을 추가하길 기대해왔다. 이정후와의 계약이 이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보이지만, 메이저리그 투구에 대한 이정후의 경험이 부족하다. 그를 리드오프로 기용하는 건 다소 위험할 수 있다”라고 했다.
물론 구단의 입장은 이해한다고 했다. 어라운드 더 포그혼은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게 6년 1억1300만달러 계약을 줬다. 견고한 수비, 컨택 좋은 스윙, 그리고 보기에 좋을 것이라는 약속이 있다. 이정후를 하위타선에 배치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한 건 아니다. 이해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어라운드 더 포그혼은 “동시에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투구에 적응하면서 어느 정도 학습곡선이 존재할 것이라는 지적도 이해해야 한다. 김하성(29,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은 KBO를 떠난 뒤 첫 시즌 298타석에서 OPS 0.622를 기록할 정도로 고전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라운드 더 포그혼은 “KBO에서 이정후가 해왔던 경쟁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이견이 있다. 올해 이정후가 상대할 투수들의 수준이 남은 선수생활에서 상대할 그것보다 더 험난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라고 했다.
물론 이정후는 과거 엘리트 수준의 국제대회, 이를 테면 WBC와 도쿄올림픽에서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를 상대로 잘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고액 연봉자의 압박이 없을 수 없다는 게 어라운드 더 포그혼의 지적이다.
어라운드 더 포그혼은 “이정후가 많은 압박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재밌고 소탈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아마도 일부분은 그가 왜 그렇게 큰 계약을 할 가치가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무리한 압박을 받아 초반부터 고전한다면 자신감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어떤 선수든 대형계약을 맺으면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라고 했다.
어라운드 더 포그혼은 이정후가 시즌 초반 고전할 경우 대안도 제시했다. 리드오프를 고집하지 말고 하위타순으로 내려 편안하게 메이저리그 적응을 할 수 있게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시선이다. “멜빈 감독이 그를 맨 아래로 내려서 압박을 약간만 가하는 게 현명할 수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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