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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열릴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 2연전을 맡을 한국 축구 대표팀 ‘임시 사령탑’에 박항서(65) 전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감독 선임 과정을 잘 아는 축구계 한 관계자는 25일 “현재 무직인 감독 출신 중에서 임시 사령탑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박 전 감독이라는 평가가 있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는 이달 21일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첫 회의를 진행했고 24일 2차 회의를 통해 3월 21·26일 태국과의 홈 앤드 어웨이 2경기는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르기로 가닥을 잡았다. 외국인 감독을 선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K리그 감독들은 소속팀 집중 등의 걸림돌이 있기 때문이다.
박 전 감독은 아시아 축구를 강타한 ‘쌀딩크 신드롬’의 주인공이다. 2017년 9월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이듬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4강 진출을 이뤘고 같은 해 스즈키컵(현 미쓰비시컵)에서는 10년 만의 우승을 이끌었다. 2019년 아시안컵 8강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진출, 동남아시안게임(SEA) 2연패 등 그전까지 ‘축구 불모’ 베트남이 꿈도 못 꾸던 일들이 박 전 감독의 지도 아래 척척 현실이 됐다. 부상 선수의 발을 직접 마사지해주고 생일자에게는 손 편지를 쓰면서도 나태한 모습이 보이면 불같이 화를 내는 이른바 ‘파파 리더십’으로 베트남 축구의 체질을 바꿔 놓았다. 국내 네티즌들은 베트남의 거스 히딩크라는 뜻으로 ‘쌀딩크’ 별명을 붙이며 응원했다.
지난해 1월 미쓰비시컵 준우승을 끝으로 베트남과의 5년 동행을 마무리한 박 전 감독은 최근 베트남 3부 리그 팀의 고문으로 돌아왔다. 다른 팀 감독을 맡아도 무관한 조건의 계약이라 한국 대표팀 임시 사령탑에 앉는 데 문제가 없다.
임시 감독에게는 두 가지 큰 과제가 있다. 일단 승리다. 한국은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 체제로 치른 아시안컵에서 한 수 아래 요르단에 유효 슈팅 하나 없이 0대2로 완패해 이달 초 4강에서 짐을 쌌다. 분위기를 바꿀 가장 쉬운 방법은 태국과의 2연전에서 연승을 거두는 것. 2연승이면 4승으로 2경기 남기고 일찌감치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한다.
태국은 다름 아닌 베트남의 라이벌이라 박 전 감독은 누구보다 태국을 잘 안다. 2019년 킹스컵 준결승에서 1대0으로 꺾은 경험도 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까마득한 후배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마찰 뒤 첫 소집이라 선수단의 결속력을 다지는 것도 숙제다. 박 전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코치로서 히딩크 감독의 강력한 리더십을 보좌했다. 개인적으로는 2002 부산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으로 동메달에 그쳤던 아쉬움을 씻을 기회이기도 하다.
K리그 감독이 아닌 인물 중에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의 황선홍 감독도 있지만 파리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U-23 아시안컵이 당장 4월 중순부터라 A대표팀까지 챙기기에는 부담이 크다. 강화위는 이번 주 3차 회의를 갖고 임시 감독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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