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이탈리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명장’ 중 하나로 꼽히는 마르첼로 리피 감독. 그는 유벤투스, 인터 밀란 등 이탈리아 세리에A 명가를 지휘했고, 이탈리아 대표팀의 지휘봉도 잡았다. 그리고 월드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을 모두 경험한 명장이다.
리피 감독이 한 발표회에 참석해 흥미로운 질문을 받았다. 먼저 조제 무리뉴 감독의 뒤를 이어 AS로마 지휘봉을 잡은 다니엘레 데 로시에 관한 질문이었다.
리피 감독은 “데 로시가 AS로마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면 기쁘다. 데 로시는 정말 좋은 선수고, 좋은 사람이다. 나는 그의 과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나는 데 로시가 AS로마에서 잘 시작을 한 것처럼, 앞으로 계속 잘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두 번째 질문은 리피 감독의 제자이자 이탈리아 축구의 전설인 프란체스코 토티와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에 관한 질문이었다. 두 선수 중 ‘누가 더 위대한가’라는 물음.
이에 리피 감독은 “토티와 델 피에로 두 선수를 굳이 비교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두 선수 모두에게 큰 만족감을 느꼈다. 그들은 우리에게 큰 만족을 주는 훌륭한 팀을 만든 선수들”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마지막 질문이 가장 흥미로웠다.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두 선수, 리오넬 메시와 지네딘 지단에 대한 질문이었다. 역시나 두 선수 중 ‘누가 더 위대한가’라는 질문이었다.
리피 감독은 토티와 델 피에로와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메시와 지단은 서로 다른 시대를 풍미했다”며 다른 시대의 전설을 비교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했다.
이어 리피 감독은 메시에 대해 “메시는 발롱도르를 많이 수상할 정도로 오랜 전성기를 누렸다”고 평가했다.
리피 감독은 유벤투스를 지휘할 때 지단이 제자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지단을 잘 알고 있다. 지단에 대해 그는 “유벤투스에서도 지단은 우승을 했고, 많은 우승과 뛰어난 활약으로 전성기를 누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무슨 말이었을까. 리피 감독은 “다행히 우리가 이겨서 지단은 월드컵에서 2번 우승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단은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프랑스의 첫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두 번째 기회가 왔다. 베테랑 지단은 ‘제2의 전성기’ 모습을 보이며 그라운드를 평정했다. 진정 위대한 선수의 위용을 드러냈다. 지단은 프랑스를 이끌고 결승까지 올랐다.
결승 상대는 이탈리아. 그 이탈리아 대표팀을 리피 감독이 이끌었다. 지단이 1골을 넣었고, 마르코 마테라치가 동점골을 넣었다. 두 팀은 90분 동안 승부를 내지 못했고, 승부차기까지 가서 승리한 이탈리아가 우승을 차지했다. 리피 감독이 월드컵 우승 감독으로 등극한 순간이다.
이 경기에서 ‘세기의 사건’이 터졌다. 바로 일명 ‘지단 박치기 사태’였다. 지단은 마테라치의 가슴에 박치기를 하며 퇴장을 당했다. 지단이 월드컵 우승과 맞바꾼 박치기였다. 마테라치가 지단 가족을 모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프랑스 에이스이자 주장의 퇴장은 이탈리아 우승으로 이끌었다.
리피 감독이 이 장면을 꺼낸 것이다. 리피 감독은 ‘다행’이라고 표현했다. 지단이 그라운드에 끝까지 남아있었다면 월드컵 우승 감독 리피라는 타이틀도 사라졌을지 모른다.
[지네딘 지단 박치기 사건, 마르첼로 리피 감독.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데일리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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