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야탑고등학교 시절 투수와 타자 양쪽에서 특급 유망주의 자질을 보이며 ‘한국의 오타니’로 기대를 모았던 안인산(NC 다이노스)이 소집해제와 함께 포지션 변경을 결심했다. 외야수로 지명받은 뒤 곧바로 투수로 포지션을 바꿨는데, 토미존 수술(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 후 재활 과정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이번에는 1루수와 외야수로 다시 위치를 옮긴다. NC의 오타니가 아니라, 제2의 나성범을 바라보면서.
NC 강인권 감독은 안인산의 포지션 변경에 대해 “예전에 팔꿈치 부상이 있어 수술을 했는데 그 뒤에 회복이 잘 안됐다. 타격에 재능이 있는 선수라 팔꿈치 부담을 덜어주고 타격 재능을 볼까 싶어서 야수로 전향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임선남 단장은 2020년 드래프트 당시 안인산을 외야수로 선발한 점을 떠올리며 “드래프트 할 때는 외야수로 지명했다. 그때는 부상이 문제는 아니었고 고3 때 제구에 약점이 나와서였다. 입단 후에는 선수와 상의한 결과 투수로 해볼만하다고 판단했었다. 그런데 부상 후 수술과 재활 과정에서 우려가 생겨서 야수에 주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투수에서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꾼)나성범처럼 되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시간이 지나면서 포지션은 결정될텐데 1루에 주력할 것 같다. 팀 사정상 외야에 젊은 선수들이 많고 1루 자원은 적어서 1루가 더 낫다고 본다”고 덧붙였다(NC는 이후 새 외국인 타자로 1루수 겸 3루수 맷 데이비슨을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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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인터뷰에서 안인산은 “지명 당시에는 팀에서 투수를 제안했다. 팀 상황도 그렇고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불펜투수가 필요할 것 같다고 감독님께서 말씀하셨다. 나 역시 투수를 희망해서 투수를 시작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부터 이어진 부상의 고리를 완전히 끊지 못했다. 어깨에서 팔꿈치로 이어진 부상이 결국 투수의 꿈을 내려놓게 만들었다.
안인산은 담담한 목소리로 “고등학교 때 어깨가 좋지 않았는데 재활을 마치고 1군에서 데뷔전을 잘 치렀다. 구속도 잘 나오고 투구 내용도 괜찮아서 다음 해부터 스프링캠프도 1군에서 보냈다. 2021년에 자주 나갈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때 캠프에서 또 팔꿈치가 안 좋았다. 던지면 어깨가 아프고 또 재활하고 나면 팔꿈치가 안 좋아서…2021년에는 후반기에 올라왔는데 1군에서 몇 경기 또 던지다 팔꿈치 통증이 재발했다”고 과거를 들려줬다.
이때 수술을 받았는데 예후가 좋지 않아 재수술을 하게 됐다. 그래서 재활 기간이 다른 수술 사례보다 길어졌다. 안인산은 우선 병역 의무를 수행하고자 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재활을 병행했는데, 이때 재활이 늦어지고 통증이 반복되면서 투수로 돌아오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
안인산은 이미 방망이를 잡을 준비가 된 유망주이기도 했다. 야탑고 3학년이던 2019년 21경기 타율 0.317에 홈런 6개를 때렸던 선수다. 같은해 이만수 홈런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큰 고민 없이 타자 전향을 선택했다. 그래도 해오던 게 있어서 가능성을 믿고 해보려고 한다. 쉽게 결정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데 그래도 어렵지 않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소집해제를 앞두고 모교 평촌중학교에서 수비와 타격 훈련을, 서울 방배동에 있는 윤형준 트레이닝센터에서 몸을 만드는 바쁜 일정을 보냈다. 안인산은 “센터에 프로 선배들이 많이 오셔서 이것저것 여쭤보기도 하고 어떻게 준비하면 될지 의견을 구했다. LG 문성주 이재원 선배가 한 시즌을 완주하려면 체력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경기 감각 면에서는 일단 프로 수준의 공을 많이 보고 치면 자기만의 (타격)포인트가 생긴다고 말씀해주셨다”고 얘기했다.
포지션은 1루와 외야를 같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강인권 감독과 임선남 단장은 우선 1루수를 언급했지만, 팀 사정에 따라 다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있으니 외야수까지 염두에 두고 훈련했다. 안인산은 “고등학교 때 코너 외야를 많이 봤다. 지금은 1루랑 가능하면 좌우 외야까지 같이 훈련하고 있다. 구단에서 1루도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 주로 1루를 하면서 나중을 위해 코너 외야도 같이 준비하는 중이다. 투수를 했었기 때문에 강견 외야수가 될 자신감은 있다. 팔꿈치 상태는 투구 수가 많아지고 연투하면 통증이 생겼던 거라 야수로 송구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야수 변신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그렇다고 당장 올해부터 1군에서 뭔가 보여주겠다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지는 않았다. 안인산은 “당장 올해 1군에 올라가고 이런 건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야수 경험이 많지 않으니까. 일단 C팀(퓨처스팀)에서 타석에 많이 서보고 경기 감각을 키운 뒤에 퓨처스리그에서 성적이 잘 나와야 (1군에)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2~3년 뒤를 그리면서 준비하고 있다”며 “1군에 올라가서도 당장 주전을 꿰차기는 힘들 거다. 교체멤버나 대타로 뛰면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에 좋은 선배들이 많으니까 그분들께 많이 배우면서 발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구체적이고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투수를 포기하고 타자로 포지션을 바꾸는 일이 안인산에게는 전혀 낙담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안인산은 “투수로 성공하나 타자로 성공하나 야구에서 내 이름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어느 포지션이라도 욕심은 있다”고 밝혔다. 또 “투수로서 재능만큼 타자 재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상만 없다면 언젠가 내가 가진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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