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지역 예선 성격 대회 앞두고 구슬땀…선수들 “한국 선수들과 교류” 기대
쿠바태권도협회장 “국기원과 교류 협약 준비…우리를 주목한다는 것만으로도 승리”
(아바나=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차렷! 경례”
19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 도심 외곽에 있는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촌 태권도 연습장에서는 경쾌한 한국어 구호가 들렸다.
카리브해 바닷물을 닮은 하늘색 외벽의 연습장 건물에 들어서니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의 땀 냄새가 먼저 방문자를 맞았다.
안에서는 단단한 근육질의 이 나라 태권도 남자 선수 12명이 말 그대로 구슬땀을 뚝뚝 흘리며 훈련하고 있었다.
선수들은 코치 구령과 지시에 맞춰 몸풀기부터 강도 높은 대련까지 2시간 넘게 담금질을 했다. 중간중간 휴식 시간도 아까운 듯 가볍게 뜀박질하는 선수도 있었다.
레네 가르시아(60) 쿠바 태권도 국가대표팀 감독은 “상비군과 별도로 훈련하는 여자 선수들을 포함해 우리는 2024 파리올림픽 출전을 위한 미주 지역 예선 성격의 시합을 앞두고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면서 선수들의 실력에 자부심을 보였다.
쿠바에 태권도가 뿌리를 내린 것 거의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6년 쿠바 정부 결정에 따라 태권도가 도입돼, 선수들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이때 일부 코치진은 이미 일찌감치 이 나라에 정착한 가라테 선수 출신 사범들로 꾸려졌다고 한다.
당시 우리나라와 수교가 없던 쿠바는 북한 측 태권도 사범들의 교육을 받기도 했다.
이후 중간에 쿠바 내부 사정으로 전국적으로 공식 수련이 잠시 중단됐다가 1990년대 중후반부터 다시 도장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선수층도 두꺼워졌다.
특히 쿠바에서 태권도는 10대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쿠바태권도협회 측은 전했다.
국가대표 훈련장임에도 어려 보이는 얼굴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서 물어보니 16∼17살 학생도 껴 있다는 감독의 답이 돌아왔다.
선수촌에서 만난 2m 장신의 엑수산 카르데나스 코스(17)는 “파리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번 지켜봐 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쿠바 태권도 선수들은 한국과의 수교 소식을 잘 알고 있으며, 수교를 계기로 양국 태권도 선수 간에 더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미주 대륙 국가 선수들이 참가하는 종합 스포츠 경기 대회인 판아메리칸 대회 동메달리스트인 야니엘 페르난데스(19)는 “(수교) 전에는 거의 접촉이 없었지만, 대회 등에서 만났을 때 좋았다”며 “선수들끼리는 잘 지내는 편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바태권도협회는 이른 시일 안에 국기원과 교류 협력 강화를 위한 협약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반 페르난데스 키로스(50) 쿠바태권도협회장은 “국기원에서 우리를 주목했다는 것 자체가 쿠바 태권도의 승리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국제 무대에서 접촉한 적도 있는 만큼 상호 교류를 위한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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