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인 위르겐 클린스만의 한없이 가벼운 입이 계속해서 파문을 일으키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클린스만이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안컵 대회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달 21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클린스만에 대한 심층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클린스만이 어떻게 한국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는지 소개하는 기사였다.
기사에 따르면 클린스만은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 일원으로 카타르 월드컵에 참여했을 당시 현장에서 정 회장을 만나 인사한 뒤 농담조로 “감독을 찾고 있나”라고 물었다.
클린스만의 농담을 정 회장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정 회장은 몇 주 뒤 직접 전화를 걸어 클린스만에게 한국대표팀 감독에 뽑혔다고 알렸다. 자신이 한국대표팀을 맡는 과정에서 정 회장 입김이 작용했다고 직접 밝힌 셈이다.
이 같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히는 것도 매너에 맞지 않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정 회장은 투명하고도 체계적인 선임 절차를 거쳐 클린스만을 데려왔다고 말한 바 있다. 클린스만의 인터뷰는 정 회장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다고 밝힌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대한 오해가 있다. (클린스만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할 때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 때와 같은 절차를 밟았다. 61명의 후보군이 23명으로 좁혀졌고, 이후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5명을 인터뷰해서 최종 2명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클린스만 감독이 최종적으로 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엄정한 절차를 거쳐 클린스만을 선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클린스만은 딴 얘기를 내놨다. 그의 한없이 가벼운 입에서 자신을 뽑은 전력강화위원회라는 기구 자체를 잘 몰랐다는 말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클린스만은 자신의 거취를 논의한 15일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 비대면으로 참석했는데 당시 “전력강화위원회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몰랐다”고 답했다.
매체는 클린스만이 “진작 전력강화위원회를 알았다면 내가 먼저 더 소통하고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전력강화위원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클린스만으로선 슈피겔 인터뷰에 이어 다시 자신을 데려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정 회장을 난감하게 만든 셈이다.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아시안컵 대회 기간 중 다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안 그래도 어수선한 한국축구계를 클린스만이 더욱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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