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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ISSUE]진상 규명 회피하는 축구협회, 아수라장 대표팀…새 감독 힘 받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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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 카타르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 앞두고 마지막 훈련에 나선 축구대표팀. ⓒ연합뉴스
▲ 203 카타르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 앞두고 마지막 훈련에 나선 축구대표팀. ⓒ연합뉴스

▲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했던 '클린스만호' 한국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언더독 요르단에 희생양이 됐다 ⓒ연합뉴스
▲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했던 ‘클린스만호’ 한국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언더독 요르단에 희생양이 됐다 ⓒ연합뉴스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연합뉴스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징계할 생각은 없습니다.”

‘탁구 게이트’, ‘항명’ 등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축구대표팀의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요르단전 전날 다툼의 진실 규명이 쉽게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정몽규 회장의 입장 발표를 통해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경질과 함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주먹질과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손가락 부상에 얽힌 상황을 공식 인정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상황에 얽힌 선수들을 징계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규정상 징계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축구협회 한 고위 관계자도 “징계는 국내에 소속된 팀에서 저지른 일들을 대상으로 한다. 규정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국가대표 운영 규정에는 ‘품위 유지 위반’이라는 국가대표의 명예를 실추하는 등의 행위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징계가 가능한 내용이 있다. 

지난해 12월 내내 시끄러웠던 개인사로 진실이 규명되기 전까지는 대표팀 선발이 어려워진 황의조(알랴나스포르)의 경우가 그렇다. 아시안컵 명단에 최종 제외된 것도 전 여자 친구를 상대로 문제가 된 개인사를 해결하지 않으면 합류 불가로 정리했다. 

사안은 다르지만, 대표팀에서 몸싸움을 벌이면서 문제가 커진 것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정치권에서까지 거들 정도로 대표팀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게 됐다. 소위 ‘대표팀 로열티’가 바닥에 떨어진 셈이다. 

아무리 진실이 전달된다고 해도 이미 각자의 시각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있어서 오해만 더 커지고 있다. ‘한국 축구의 현재’인 주장 손흥민에게도 ‘한국 축구의 미래’인 이강인의 팬들이 비판하고 있고 반대의 상황도 만들어지고 있다. 

▲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대회위원장
▲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대회위원장
▲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 ⓒ연합뉴스
▲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 ⓒ연합뉴스

그런데도 진실 규명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징계하지 않겠다는 것은 곧 이번 사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겠다는 뜻으로 연결된다. 징계를 하지 않아도 축구협회가 현장에 있었던 선수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정리가 필요하지만,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미 축구협회 내에서도 선수단 관리 부서는 기피 부서 중 하나가 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경험했던 직원들 한 명도 같은 역할로 아시안컵에 가지 않았다. 오히려 휴직을 했다가 복귀하는 등 거리 두기를 해왔다. 그만큼 세태와 환경이 달라진 선수들을 대하기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축구협회 다른 고위 관계자는 “시시비비를 가리면 상처가 더 악화된다고 했던 정 회장의 발언을 다시 새길 필요가 있다. 대표팀은 1년 내내 가는 조직이 아니라 소집마다 선수가 달라진다. 소집 당시의 문제에만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너무 파면 서로 부담스럽다는 뜻이다”라며 진상 조사를 하기는 다른 해결해야 할 현안도 있어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다른 현안이란 새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이다. 3월 예정된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3, 4차전을 대행 체제로 꾸리고 6월에 정식 선임을 할 것인지, 아니면 3월부터 정식 선임을 하고 갈 것인지 틀이 정해지지 않았다. 감독 선임을 하려면 전력강화위원장을 신속하게 선임해야 한다. 

복수의 축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해성 대회위원장을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선임하기로 정리가 끝났다고 한다. 정 위원장의 전화는 19일 내내 꺼져 있었다. 사실상 확정적이라 정 위원장이 얼마나 빨리 위원들을 선임하고 다음 단계로 움직이느냐에 달렸다. 

그러나 차기 감독은 선수들의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팀을 끌고 가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내국인 감독이라면 더 그렇다. 외국인 체제로 오래 대표팀이 왔고 정서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적어도 진상 규명을 통해 사실 관계라도 알아야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대표팀의 가치가 땅에 더 떨어지기 전에 진실 규명이라도 해서 오해와 억측을 주워 담는 시늉이라도 필요한 축구협회다. 


스포티비뉴스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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