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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 축구의 과제는 산적하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6일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지난 7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한 뒤 9일 만이다.
한국은 64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 등극을 목표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턴 원더러스) 등 주축 선수들이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는 더욱 컸다.
그러나 클린스만호는 대회 기간 내내 축구팬들을 실망시켰다. 수비는 6경기에서 10실점이나 허용할 정도로 허술했고, 공격은 단조롭고 선수들의 개인 능력에만 의존했다. 전술과 조직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회가 끝난 뒤에도 경기 전 선수들 간의 충돌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가장 큰 책임은 팀의 수장인 클린스만 감독에게 있었고,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이미 대회 전부터 잦은 해외 출장과 재택 근무 논란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던 만큼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귀국 후 전력강화위원회가 예정돼 있음에도 이틀 만에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하는 돌발 행동을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결국 마지노선을 넘은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거액의 위약금을 받고 새 직장을 찾으면 되지만, 한국 축구는 1년의 시간과 아시안컵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허망하게 날렸다.
이제는 아쉬워 할 시간이 없다. 당장 3월부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이 재개된다. 다음 월드컵까지 2년 밖에 남지 않은 만큼, 월드컵 준비에 돌입해야 할 때다.
문제는 산적한 과제가 너무나도 많다는 점이다. 일단 새 감독부터 고민이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이 처참한 실패로 끝난 만큼, 지난 선임 과정을 돌아보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이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당시와 같은 과정으로 진행됐다”고 밝혔지만, 정작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매체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농담조로 (감독직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정 회장이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과정을 거친 감독 선임이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 때와 같은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정몽규 회장과 대한축구협회의 쇄신과 책임 있는 자세도 필요하다. 아시안컵 탈락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할 때야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 축구의 수장으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만큼, 정몽규 회장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자회견에서의 몇 마디와 뒤늦은 발표문 만으로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하기 힘들다.
또한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안컵 도중 벌어진 선수단의 갈등이 외부로 노출됐을 때 이에 적절치 못한 대응을 해서 논란을 더욱 확산시켰다. 논란이 커진 뒤 뒤늦게 입을 다물었지만, 이로 인해 선수들이 방패막이가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시는 이와 같은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된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은 한국 축구 새 출발의 첫 걸음일 뿐이다. 앞으로 갈 길이 먼 만큼, 빠른 수습책이 필요한 때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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