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육대 졸업생 함승우 씨…2023년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서 금메달
학위수여식서 공로상…”대학생활 무사히 마칠 수 있어 감격”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졸업이라는 큰 이정표를 앞두고 있어 감격스럽습니다. 대학 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삼육대 컴퓨터공학부 19학번 함승우(24)씨는 5년간의 대학 생활을 마치고 지난 16일 졸업장을 받았다.
선천적 청각장애인인 함씨가 졸업장과 함께 받은 것은 총장 명의의 공로상. 삼육대는 그가 지난해 3월 프랑스 메스에서 열린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면서 학교의 위상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졸업식을 하루 앞둔 15일 연합뉴스와 서면으로 만난 함씨는 “매우 영광이다. 공로상은 앞으로 제가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는 동기이자 삶의 자부심이 돼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지난 2022년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 이듬해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직종 국가대표로 출전하게 됐다. 금메달의 영예를 안은 그는 지난해 12월 동탑산업훈장도 받았다.
함씨는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과 TV 뉴스를 시청하다 손가락으로 빠르게 키보드를 치는 해커의 모습에 반해 컴퓨터에 호기심을 갖게 됐고, 중학생 때 한 선배를 만나며 개발자의 꿈을 본격적으로 꾸기 시작했다.
그에게 꿈을 심어준 인물은 특수학교인 애화학교 선배 민사종 씨. 중학교 2학년 때 애화학교로 전학을 간 함씨는 선생님 소개로 당시 고등부에 재학 중이던 민씨를 만났다.
2015년 전국장애인정보화경진대회 청소년부 금상 수상자인 민씨는 함씨에게 컴퓨터의 원리와 구조를 가르쳐줬다.
“1과 0의 이진수로 이뤄진 디지털 정보를 처리해 응용하고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컴퓨터의 특징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선배의 설명은 제 호기심을 자극했고 컴퓨터를 조작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죠.”
컴퓨터 공학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특성화고인 서울디지텍고등학교에 이어 삼육대 컴퓨터공학부에 진학했다.
태어날 때부터 함께해 온 청각장애는 종종 학업에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청각장애인이다 보니 수업을 듣는 게 쉽지 않았어요. 학교에서 받은 교재를 활용해 주로 독학했죠. 교실에 있는 컴퓨터로 실습 코드를 응용해 새로운 코드를 작성하고 실험하면서 단순히 암기하는 게 아닌 온전히 제 지식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함씨는 이 대회가 개발자로서 자신을 한층 더 성장시킨 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를 대표해 대회에 나간다는 것은 매우 무거운 책임감과 막중한 부담을 수반했다”며 “총 3개월간 훈련을 했고 합숙 훈련 기간에는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습을 했다”고 회상했다.
두 달간 매일 꼬박 13시간씩 훈련한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6시간 만에 오류 없는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 완성하라는 과제를 받아 든 그는 사용자들이 보다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경험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효과와 조화로운 색감을 활용한 영어단어 암기 앱을 만들어냈다.
그는 “최소 동메달은 받을 거라 기대했지만 금메달까지는 예상치 못했다”며 “시상식에서 큰 화면에 영어로 ‘금메달 함승우’라고 적힌 순간 ‘내가 성취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개발자의 꿈을 꾼 지 10년째. 함씨는 최근 SK C&C의 청년장애인 채용연계형 IT 교육 프로그램에 선발됐다.
그는 “이 훈련을 통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자신과 같이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여러분도 할 수 있다”며 용기를 전했다.
“당신은 장애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삶은 어려운 시험과 도전으로 가득 차 있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극복할 힘을 갖고 있습니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과 자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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