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불똥이 K리그와 국내 감독들에게 튀게 됐다.
축구계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가 클린스만 감독 후임으로 국내파를 선임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전·현직 K리그 감독들과 과거 대표팀을 이끈 경험이 있는 감독들이 물망에 오른 가운데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김기동 FC서울 감독,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 등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태국과 홈 앤드 어웨이로 펼치는 연전이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대한 빠르게 사령탑을 선임하겠다는 대한축구협회의 계획이다.
다만 현직 K리그 감독을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임명할 경우 해당 팀은 큰 출혈이 불가피하다. K리그는 다음 달 1일 울산과 포항의 동해안 더비로 개막한다. K리그 개막이 불과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팀은 현재 감독 체제로 전술을 가다듬는 작업을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게다가 새로운 대표팀 감독으로 하마평에 오른 김기동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FC서울에 부임했다. 슈퍼 스타 제시 린가드를 비롯해 윌리안, 류재문, 최준 등 이번 겨울 새로 합류한 선수들을 기성용 등 기존 선수들과 조합해가는 과정을 바쁘게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대표 감독 선임 규정 제12조(감독 코치 등 선임) ②항은 협회는 ‘제1항(각급 대표팀 감독, 코치 및 트레이너 등은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기준’에 따라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또는 기술발전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한다)에 선임된 자가 구단에 속해 있을 경우 당해 구단의 장에게 이를 통보하고 소속 구단의 장은 특별한 사요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감독처럼 계약서에 ‘잉크가 마르지 않은’ 특수한 상황이라도 대표팀 부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뜻이다.
개막을 코앞에 두고 현직 K리그 감독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 K리그 팬들은 물론이고 한국 팬들은 분누하고 있다. 16일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대한축구협회 임원이 대표팀 관련 사안 임원회의를 진행했던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으로 근조화환이 도착했다.’한국 축구팬 일동’ 이름으로 도착한 해당 화환에는 “국내 감독 낭비 그만 K리그가 만만하냐”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후폭풍은 또 있다. 클린스만 감독과 기존 계약 기간은 2026년까지. 카타르 매체 알카스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의 연봉은 28억 원이었다. 1년 만에 계약을 해지하게 된 것에 따른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클린스만 감독에게만 수십 억을 지불하게 됐다. 여기에 클린스만 감독이 데려온 코치들에게 줘야 하는 위약금까지 더하면 위약금 규모가 100억 원대까지 치솟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2024년 예산은 지난해보다 295억 원 늘어난 1천876억 원인데, 이 가운데 855억 원은 2025년 상반기 천안에 들어서는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건립에 필요한 예산이다. 축구종합센터 건립 비용을 제외한 일반 예산이 1천21억 원으로 올해를 보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경질로 들어가는 위약금이 치명적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종합적인 책임은 축구협회와 저에게 있다. 그 원인에 대한 평가는 더 자세히해서 대책을 세우겠다. 감독해지 관련사안은 변호사와 상의해봐야한다”며 “혹시 금전적인 부담이 생긴다면 제가 회장으로써 재정적인 기여 무엇을할수있을지 고민하겠다. 전력강화위원장은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재를 출연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편 클린스만 감독 경질은 15일 열린 전력강화위원회에서 뜻이 모였다. 여기에 클린스만 감독은 화상으로 참석했다. 마이클 뮐러 위원장을 중심으로 정재권(한양대 감독), 곽효범(인하대 교수), 김현태(대전하나 전력강화실장), 김영근(경남FC 스카우트), 송주희 위원(경주 한국수력원자력 감독) 등이 참석했다.
위원회 후 황보관 기술본부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섰고 “2023 카타르 아시안컵 경기와 관련해 요르단과 준결승은 두 번이나 만나는 상대임에도 전술적 준비가 부족했다. 재임 기간 중 선수 선발과 관련해 감독이 직접 다양한 선수를 보고 발굴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었다”라는 위원들의 지적을 소개했다.
또, “선수단 관리에 대해서는 팀 분위기나 내부 갈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지도자로서 팀 규율과 기준의 부족함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었다. 국내 체류 기간이 적고 근무태도도 국민들을 무시하는 것 같다. 여러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고 회복하기에 불가능하다는 평가도 있었다”라며 냉랭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클린스만이 더는 감독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것이 황보 위원장의 소개였다.
미국 자택에 머무르고 있는 클린스만도 화상으로 위원회에 참석했다. 황보관 위원의 전언으로는 “선수단 중에 불화가 있었다. 그게 경기력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라며 주장 손흥민과 이강인 등이 섞여 벌어진 사건을 언급하며 선수 탓으로 돌렸다고 한다. 경기력 자체가 나빴다는 위원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수긍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력강화위는 정관상 조언, 자문일 뿐 결정 기구가 아니다. 그래서 유명무실한 논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클린스만은 “이런 기구가 있었다면 진즉 대화를 할 수 있었다”라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이 역시 사후약방문이다.
이에 하루 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오늘 임원 회의에서 어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내용을 보고 받아 의견을 모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가대표팀 운영에 대한 협회 자문 기구인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전날 감독 교체를 건의함에 따라 소집된 이날 회의에서 임원들은 클린스만 감독과의 결별을 결정해 통보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정 회장이 경질을 발표하기 직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 축구대표팀 단체 사진과 함께 “모든 선수와 코칭스태프, 그리고 한국 축구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에 대한 모든 성원에 감사하다. 준결승전까지 13경기 연속 패하지 않은 12개월의 놀라운 여정이다. 계속 화이팅하자”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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