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에 투‧타 겸업 신기원을 세운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는 2023년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투수로는 10승알 책임질 수 있는 에이스, 타자로는 40홈런 이상을 치며 홈런왕에 도전할 수 있는 재능을 한몸에 가졌다. 여기에 마케팅적 효과도 어마어마했다.
지난해 시즌 막판 경력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이 가지고 있던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계약 기록(12년 총액 4억2650만 달러)을 깨는 건 시간 문제였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5억 달러 계약도 가능해 보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오타니 파워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오타니는 지난해 12월 LA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라는 상상도 못할 금액에 사인하며 전 세계 스포츠계를 놀라게 했다.
기본적으로 오타니 영입에 많은 팀들이 관심을 보였고, 그 가운데 오타니의 몸값이 하늘을 모르고 치솟았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이 있었다. 10년 총액 7억 달러를 받는 오타니는 매년 200만 달러만 받는다. 10년간 2000만 달러다. 나머지 6억8000만 달러는 10년 계약이 끝난 뒤 분할로 지급된다. 이른바 지불 유예 조항이다.
오타니는 이 배경에 대해 팀의 재정을 압박하고 싶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놨다. 물론 사치세 기준에는 연간 7000만 달러가 다 잡힌다. 하지만 실제로 나가는 금액은 단 200만 달러다. 다저스는 나머지 6800만 달러를 필요할 때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다. LA 에인절스에서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나가보지 못한 오타니는 우승에 간절했다. 팀이 달려야 할 때 언제든지 전력을 보강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오타니의 계약 가치는 이자율을 고려했을 때 10년 총액 4억6000만 달러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 조항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놀란 것은 물론, 일부 구단들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오타니가 이 조건을 모든 구단에 제시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역시 오타니 영입에 관심이 있었던 뉴욕 양키스에도 해당 조건은 제안되지 않았다. 어쩌면 다저스를 향한 ‘특혜’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은 17일(한국시간) ‘토킹 양키스’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 오타니의 지불 유예 조항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캐시먼 단장은 오타니가 양키스에는 그런 말이 없었다고 인정했다.
캐시먼 단장은 “그것은 일생에 한 번 있는 상황과 같다”고 운을 떼면서 “나는 어떻게 (선수 측이) 그런 계약을 제안할 수 있는지 상상할 수 없지만, 오타니로부터 제안이 왔다고 말했을 때 의미가 있었다. 그런 것들은 나에게 제시되지 않았다. 내 역사에서 결코 없었다”고 인정했다. 양키스도 지불 유예 조항이 있었다면 더 적극적인 오퍼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오타니는 당장 돈이 필요하지는 않다. 200만 달러라는 금액 자체가 사실 일반인 수준에서 그렇게 적은 금액도 아니다. 게다가 오타니는 현재 스폰서 등으로 연간 5000만 달러 가량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다저스의 재정적 유연성을 열어줌으로써 지속 가능하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었다. 현시점 메이저리그에서는 오타니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다저스는 대박이 났다. 오타니에게 당장 지불하는 금액은 연간 200만 달러로 헐값 수준이다. 물론 10년 뒤부터 이를 갚아야 하기는 하지만, 연간 잉여금으로 남는 6800만 달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저스는 이를 어떻게든 재투자해 금액을 불리면 된다. 실제 다저스의 오너 그룹은 구겐하임 투자 그룹이다. LA 타임스는 ‘구겐하임이 이 금액을 투자해서 평소와 같은 수익률만 낸다고 해도 10년이면 큰 금액이 될 것’이라며 다저스가 이 계약의 승자라고 단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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