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됐다. 당연한 경질이다.
클린스만 감독의 무능과 무시, 그리고 책임 회피. 한국 축구를 뒤흔들었다. 한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모두의 분노의 목소리가 모아져 강력한 힘을 발산했고, 결국 짐을 쌌다. 더 이상 언급할 이유가 없다.
여기서 궁금한 질문 하나. 선임’된’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됐다. 그렇다면 선임’한’ 그는 누가 경질하나?
이런 무능한 감독을, 많은 이들이 반대 목소리와, 외신들의 끝없는 지적에도 선임을 강행한 그도 분명 책임이 있다.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은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 그에게 후임 감독 선임 권한을 줘서는 안 된다. 감독 선임 실패의 책임을 지고,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이별을 고해야 한다. 뮐러 위원장 경질 역시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를 막지 못한 위원회의 위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들이 그만두면 끝날까. 아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이다.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 그들보다 더욱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인물이 있다.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최종 결정권자, 축구협회의 수장, 정몽규 회장이다.
어쩌면 지금 한국 사회를 뒤흔든 클린스만 사태는, 한국 축구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 한국 축구 역사상 최악의 감독으로 남을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축구의 뿌리를 바꿀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선물한 것과 같다.
클린스만 사태로 인해 정 회장 체제의 ‘민낯’은 다시 한번 세상에 공개됐다. 도대체 몇 번째인가. 2013년 부임 후 11년 동안, 정 회장은 몇 번을 사과하고, 몇 번을 변화한다고 약속했으며, 몇 번의 도돌이표를 찍었나.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불과 얼마 전 승부조작 범죄자들의 사면을 추진했다 비슷한 위기를 맞이했다. 그때도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했다. 쇄신과 개혁을 외쳤다. 그리고 결국 도돌이표다. 그때와 무엇이 달라졌는가. 클린스만 사태는 정 회장 체제가 절대로 변화할 수 없다고 세상에 선언하는, ‘결정타’다.
16일 긴급 임원회의가 끝나고 침묵하던 정 회장이 직접 브리핑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미 경질이 아니고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가장 궁금한 건 클린스만 경질이 아니라, 정 회장의 사퇴 여부였다.
그는 사퇴 질문에 “2018년 축구협회 총회 때 회장 임기를 3연임으로 제한하기로 정관을 바꾼 적이 있는데 당시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 조항을 승인하지 않았다. 그걸로 대답 갈음하겠다”고 답했다.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책임에 대한 질문에는 “종합적인 책임은 축구협회,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 원인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더 자세히 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말로만 책임이다. 행동의 책임은 없다.
정 회장 사퇴 여론이 뜨겁다. 그러나 여론일뿐, 움직임은 없다. 그는 사퇴 의지가 없다. 사퇴시킬 방법도 없다. 정 회장을 제외한 모두가 축구협회 내부에서 경질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정 회장은 아니다. 축구협회 내부에서 그 누구도 경질할 수 없다. 모두가 그의 눈치를 보면서, 정 회장 체제의 공고함을 위해 열심히, 모든 것을 걸고 싸우시는, 대단한 분들이다. 누가 경질의 목소리를 내고, 추진할 수 있을까.
외부의 목소리도 소용이 없다. 언론과 전문가들이 밖에서 아무리 떠들어봐야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11년 동안 그랬다. 그래서 변화가 없었다. 윗물이 그대로인대 아랫물이 변하겠는가. 이대로 방치하면 똑같은 수장이, 똑같은 위원장이, 똑같은 감독을 선임할 것이 자명하다. 똑같은 실패, 똑같은 분노, 똑같은 혼란이 반드시 찾아온다.
정 회장을 경질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단 하나’의 존재가 있다. 축구협회의 진짜 주인, 바로 ‘한국 축구 팬’들이다. 축구협회는 축구 팬들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그들은 존재 이유를 무시하고, 정 회장 체제 속에서 그들만의 이익을 편취하는 조직, 그들만의 축구협회로 전락했다.
이제 축구협회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줄 때다. 11년이나 방치했다. 말 뿐인 축구 팬들의 분노에 그들은 11년 동안 반응하지 않았다. 더 이상 이렇게 농락을 당하며 살 수 없다. 한국 축구 발전과 변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축구 팬들이 ‘행동’으로 나서야 할 때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A매치 보이콧’이다.
정 회장은 축구인이 아니라 기업인에 더 가깝다. 기업인은 돈에 가장 민감하다. 돈을 따라 움직인다. 축구협회의 돈줄을 끊으면 분명히 정 회장도 반응할 것이다. 축구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당장 모든 돈줄을 끊을 수는 없지만, A매치 보이콧으로 분명 타격은 줄 수 있다. 정 회장 체제를 흔들 수 있다.
외부에서 아무리 비판하고, 지적을 해도 A매치는 항상 만원 관중. 그래서 정 회장과 축구협회는 무서울 게 없는 것이다. 축구 팬들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이다. 비난은 미안한 척하며 흘려보내면 그만. A매치 매진 행렬이 그들을 뒤에서 미소짓게 만든다. 그들에게 절대적인 권력을 안겼다.
손흥민, 이강인 사태. 아직 정확한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고,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소상히 밝혀지지 않았다. 분명한 건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일이라는 거다. 이 사태는 철저한 조사와 징계가 필요하다. 이런 사태를 그냥 넘어가면, 또 다른 사태를 예고하는 것과 같다.
이에 정 회장은 “모두가 예민한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다.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너무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은 상처를 악화시킬 수 있다. 언론도, 팬분들도 도와주셔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다. 잘 치유하도록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종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대표팀 초유의 사태다. 그가 이렇게 발언한 이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A매치 관중 동원, 스폰서 유치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축구협회 입장에서 이들은 A매치에서 절대 빠지면 안 될 선수들, 축구협회에 돈을 가져다주는 돈줄인 것이다.
돈으로 연결된 절대 권력을 막아야 한다. A매치 보이콧으로 시작해서 중계권, 스폰서 등에게 영향을 더욱 넓혀가야 한다. 돈줄을 끊는 것, 이것 말고는 정 회장을 경질시킬 방법은 없다.
관중 없이 치러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더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잠시의 고통은 함께 안고 가야 한다. 참아줘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한국 축구의 부흥기가 올 수 있다. 정 회장이 물러난 후 새롭게 출발하는 한국 축구에 다시 폭발적인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면 된다. 그렇게 할 수 있다.
마침 한국 대표팀의 공식 서포터즈 붉은악마가 성명서를 냈다.
그들은 “정몽규 회장 이하 지도부 중 왜 책임을 지는 이 하나 없는가?”라고 반문하며 “한국 축구의 쇄신은커녕 퇴보와 붕괴의 길로 이끄는 정몽규 회장 이하 지도부의 전원 사퇴를 요구한다. 자본과 스폰서만을 위한 협회가 아닌 선수와 축구, 국민을 위한 대한축구협회가 되도록 진정성 있는 변화를 요구한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답변이 없을 시, 붉은악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축구협회는 붉은악마의 처절한 목소리에 대답했는가. 정 회장은 대답할 의사는 있는가. 앞에서는 침통한 표정으로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고, 3월 A매치 만원 관중 뒤에서 미소지을 것인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진 =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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